[단독 인터뷰] “원희룡만 보고 나섰다”…축구 국가대표 이천수, 거리로 나온 이유는

변덕호 매경닷컴 기자(ddoku120@mk.co.kr), 이상현 매경닷컴 기자(lee.sanghyun@mkinternet.com) 2024. 3. 13. 1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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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22대 국회의원선거 ◆

원희룡 후보가 출마하는 계양을은 이천수씨가 유년 시절을 보내며 축구를 처음 시작한 곳이다. [사진 제공 = 원희룡 후보 캠프]
“‘인간 원희룡’이 ‘정치인 원희룡’과 다르지 않은 것 같다. 열심, 진심, 뚝심이 느껴진다.”

국민의힘 원희룡 계양을 후보의 후원회장을 맡고 있는 전 국가대표 축구선수 이천수(43)씨는 ‘원 후보가 어떤 인물이냐’는 질문에 이같이 답했다. 연일 거리 유세 활동을 함께하며 지켜본 원 후보의 모습이 그가 평소 생각한 이상적인 정치인에 들어맞는다는 설명이다.

매경닷컴은 지난 12일 이씨와 서면 인터뷰를 진행했다. K리그 통산 179경기 46골·36도움, A매치 78경기 10골. 현역에서 은퇴한 지 8년여의 세월이 지났지만, 그는 아직도 대중의 마음속에 ‘2002 월드컵 4강 신화’의 주역 중 하나로 자리 잡고 있다.

그래서 지난달 말 그가 원 후보의 후원회장을 맡게 됐다는 소식이 전해졌을 때도 의아하게 생각하는 이들이 적지 않았다. 일각에서는 국민의힘 비례대표 출마 의사를 품고 있단 추측까지 나왔다. 그러나 그는 “제 고향 발전을 위해 뛰고 있을 뿐”이라며 일축했다.

이씨는 “초등학교 1학년 때 계양으로 이사와서 대학교 입학할 때까지 살았는데 계양의 과거와 현재의 모습이 전혀 다르지 않다. 그동안 아무 발전이 없었다는 것”이라고 운을 뗐다. 전통적인 야당 강세 지역이라고는 해도 역전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고 그가 진단한 이유다.

이천수씨는 원희룡 후보의 후원회장을 맡게 된 배경에 대해 “계양 발전을 이끌 능력과 의지가 있는 맞춤형 후보라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사진 제공 = 원희룡 후보 캠프]
계양을은 지난 2010년 치러진 재보궐 선거를 제외하면 17대 총선(2004년) 때부터 줄곧 진보 성향 정당이 승리한 곳이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현재 지역구로 몸담은 곳이기도 하다. 내달 총선에서도 원 후보와 이 대표가 맞붙을 예정이다

진보 정당의 텃밭이지만, 이씨에게는 축구를 처음 시작한 더 애정 어린 곳이기도 하다. “어릴 적 본 계양과 지금의 계양을 비교했을 때 달라진 게 없다. ‘잃어버린 계양의 25년’이라는 표현 외에 다른 설명이 가능할까 싶다”는 게 이씨의 설명이다.

그는 “나는 정치인이 아니다. 정당을 지지하는 게 아니라 인물을 본다”며 “계양 발전을 이끌 능력과 의지가 있는 맞춤형 후보라고 생각해 후원회장까지 자처해 돕고 있다. 내 고향 계양을 사랑하는 마음에서 비롯된 것이지, 정당에 대한 선호에 따른 게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4년 전에는 송영길 전 민주당 대표를 지지했던 그다. 이씨는 이에 대해 “송 전 대표도 개인적으로 아직까지 존경하는 분 중 하나”라며 “(편을 갈아탔다며) 오해하시는 분들도 일부 계시지만, 대부분의 주민은 제가 계양 발전을 위해 원 후보라는 인물만 보고 후원회장까지 맡았다는 제 진심을 믿고 응원해주신다”고 말했다.

이어 “원 후보는 전 국토교통부 장관으로서 계양의 주거, 교통 환경을 혁신적으로 개선할 의지가 있고 그것을 실행할 경험이 있다는 게 강점”이라며 “계양 발전을 말로만 외친 정치인들과 원 후보는 다르다는 걸 계양 주민들께서도 분명 알아보시리라 믿는다”고 밝혔다.

제22대 총선에 국민의힘 계양을 후보로 출마한 원희룡 전 국토교통부 장관(가운데)과 그의 후원회장인 전 국가대표 축구선수 이천수씨(왼쪽). [사진 제공 = 원희룡 후보 캠프]
그런 그의 진심이 매번 다른 유권자들에게도 온전히 전달되는 건 아니다. 크게 다치지는 않았지만, 이씨는 지난 7일 오전 계양역에서 출근 인사를 하던 중 한 남성에게 폭행당했고, 같은 날 오후에는 드릴을 든 다른 남성에게 협박까지 들었다.

이씨는 “폭행, 가족 언급에 대해 정말 많이 놀랐다”며 “가족을 언급하는 건 도를 넘는 것이라 생각해 (경찰에) 신고했다. 정치적 견해가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폭행이나 협박까지 하는 현실이 안타깝다”고 짚었다.

또 “여러 번 얘기했지만, 저는 정치인이 아니다”라면서도 “자유민주주의 국가에서는 누구나 정치인을 공개적으로 지지할 자유가 있다. 이 자유가 직업에 따라 제한되거나, 폭력으로 억압되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 부연했다.

물론 이씨에게 좋은 기억으로 남을 일들도 이따금 벌어지고 있다. 지난 7일 원 후보와 한 초등학교 등교 인사 중 ‘초통령’ 사진이 찍힌 그는 “당시 학생들이 사인을 받으려고 몰려들었는데, 학생들이 차도에 있어 위험할까 봐 교문 안쪽으로 제가 조금 이동해 사인하다 보니 그런 사진이 찍혔다”고 설명했다.

원 후보보다 더 큰 인기를 끈 데 대해 이씨는 “원 후보님이 그렇게 혼자 계신 줄은 나중에 후보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보고서야 알았다”며 “후보님도 그걸 재밌게 넘겨서 그런지 정말 재밌더라”라고 전말을 전했다.

지난 7일 인천 귤현초등학교 앞에서 촬영된 원희룡 후보와 이천수씨의 모습. [사진 출처 = 원희룡 후보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캡처]
계양을에서 원 후보의 지지율은 지난 9~10일 엠브레인퍼블릭이 YTN 의뢰로 진행한 여론조사 기준, 39%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민주당의 이 대표는 42%로, 두 후보가 오차범위(±4.4%포인트) 안에서 치열하게 다투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씨는 “계양 주민 한 분, 한 분과 소통하며 제가 축구를 시작했던 구석구석을 살피는 이 과정 자체가 제게는 의미가 크다”며 “다만 다닐 때마다 이 지역이 좀 발전해서 새로운 모습으로 거듭났으면 하는 바람이 커진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2호선 연결, 9호선 연장, 재개발·재건축, 서운문화체육센터 건립 등 25년간 쌓인 주민들의 바람이 너무 많다”며 “원 후보께서 주민들의 지역발전 열망을 잘 아시는 만큼, 교통, 주거, 문화 혁신으로 인천과 서울, 경기 북부와 남부의 중심도시로 다시 거듭나게 해주실 거라 믿는다”고 덧붙였다.

계양을의 표심을 담은 엠브레인퍼블릭 주관 여론조사는 지난 9일부터 이틀간 인천 계양을에 거주하는 만 18세 이상 남녀 500을 대상으로 무선전화면접 방식으로 이뤄졌다. 표본오차는 95%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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