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서와 평양은 와봤지? 日, 13년전 트라우마.. 공항 억류+쇼핑 금지+원정 무승 → "우주로 가는 느낌"

3일(현지시간) 카타르 알라이얀 에듀케이션 시티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카타르 아시안컵 8강전 이란과 일본의 경기. 일본 모리야스 하지메 감독이 국가를 제창하고 있다. 알라이얀(카타르)=박재만 기자 pjm@sportschosun.com/2023.02.03/

[스포츠조선 한동훈 기자] 일본 축구가 13년 만에 '평양 원정'을 눈앞에 뒀다. 일본 언론은 2011년 악몽이 새록새록 떠오르는 모양이다. 국제연합(UN)의 대북제재 결의 탓에 생중계도 불투명하다. 일본은 역대 평양 원정에서 승리가 없다(4경기 2무 2패).

일본은 오는 21일과 26일 북한과 홈 앤드 어웨이로 '2026년 북중미월드컵 아시아 2차 지역예선' B조 3·4차전을 치른다. 문제는 26일 원정경기다. 평양 김일성경기장으로 장소가 정해졌다. 북한은 2019년 한국과 카타르월드컵 지역 예선을 개최한 뒤 약 5년 만에 A매치 홈경기를 진행한다. 일본 A대표팀은 2011년 이후 처음으로 평양을 방문한다.

일본 언론 '풋볼존'은 '어웨이의 땅 북한은 우주로 간다는 느낌이다. 13년 전에는 5시간 동안 발이 묶였던 데다가 상대방의 거친 플레이에 당해 크게 고전했다'고 회상했다.

일본은 B조에서 2승 무패로 비교적 여유로운 선두다. 그러나 최근 아시안컵 부진과 껄끄러운 북한을 만나는 까다로운 대진 탓에 안심할 수 없다. 풋볼존은 '일본은 아시안컵 우승후보로 꼽혔다. 8강에서 떨어졌다. 이웃나라 한국처럼 감독이 경질될 정도의 사태까지 빠지지는 않았지만 고평가는 한순간에 사라졌다'고 비판했다.

북한과 2연전은 2차 예선을 쉽게 넘길 수 있느냐 여부를 결정할 관문이다. 부상을 피하면서 1승 1무만 해내면 조 2위는 무난하게 확보할 수 있다. 남은 두 경기는 적절한 체력 안배와 로테이션을 돌리면서 소화 가능하다. 북한전에 승점을 따내지 못하면 남은 일정까지 피곤해진다.

풋볼존은 '북한전은 일본의 재기를 건 중요한 매치업이다. 다만 상대가 일본에 대해 특별한 투지를 불태우고 있는 북한이다. 2차전은 적지 평양에서 일전이다. 쉽게 갈 것 같지 않다. 일본은 북한전 8승 4무 7패다. 평양에서 경기로 한정하면 2무 2패다. 일본 입장에서 매우 싫은 데이터'라고 우려했다.

31일(현지시간) 카타르 도하 알투마마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카타르 아시안컵 16강전 바레인과 일본의 경기. 일본 구보가 추가골을 넣은 뒤 환호하고 있다. 도하(카타르)=박재만 기자 pjm@sportschosun.com/2023.01.31/

2011년은 떠올리기 싫은 기억이다. 일본 매체 '스포츠호치'는 '2011년 11월 15일 브라질월드컵 아시아 3차예선이었다. 22년 만에 평양에서 펼친 경기였다. 일본은 이미 최종예선 진출을 확정한 상태였다. 격렬하게 나온 북한에 비해 운동량에서 뒤져 0대1로 패전했다. 당시 무패행진이 16경기로 멈췄다'고 돌아봤다. 반대로 북한은 탈락이 결정된 상황이라 오로지 일본전 승리만을 목표로 했다.

일본 대표팀의 고통은 공항에서부터 시작이었다. 스포츠호치는 '김일성경기장은 관중 5만명이 꽉 찼다. 평양에 도착했을 때에는 공항에서 짐 검사 등 5시간이나 입국이 지연됐다. 식료품과 휴대전화, PC를 몰수 당했다. 선수들은 산책과 쇼핑도 금지됐다'라며 북한의 숨막히는 통제에 혀를 내둘렀다.

생중계 불발도 답답하다. 스포츠호치는 '북한전은 중계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복수의 관계자가 밝혔다. 중계권은 북한이 가지고 있다. UN의 제재 조치로 인해 중계권 거래는 성사되기 매우 어려운 상황이다. 일본의 월드컵 경기가 중계되지 않는다면 이는 1998년 프랑스 대회 이후 처음'이라고 탄식했다. 이 매체는 '아시안컵 이후 반등이 기대되는 일본의 경기를 볼 수 없는 상태가 된다면 일본 축구계에 있어서도 큰 타격이 될 것'이라며 안타까워했다.

한동훈 기자 dhh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