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언맨', 숨 쉬듯 인종차별"…오스카 논란, 어제오늘 일 아니다

아이즈 ize 김나라 기자 2024. 3. 13. 1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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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즈 ize 김나라 기자

/사진='ABC뉴스' 유튜브 채널 영상 캡처

"'아이언맨'이 숨 쉬듯 인종차별을 가했다"

미국 아카데미(오스카상) 시상식의 인종차별 논란이 연일 온라인상에서 들끓고 있다. 논란의 당사자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 엠마 스톤이 각각 마블의 대표적 슈퍼히어로 '아이언맨', 영화 '라라랜드'로 한국에서 큰 사랑을 받은 만큼 국내 팬들의 실망 목소리도 크다. 

앞서 10일(현지시각) 열린 제96회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선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가 영화 '오펜하이머'로 남우조연상을, 엠마 스톤이 영화 '가여운 것들'로 여우주연상 수상의 영광을 안았다. 

특히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는 생애 첫 오스카상 수상으로 스포트라이트를 한몸에 받았다. '엠마 스톤'은 '라라랜드'에 이은 두 번째 여우주연상 수상이다.

그런데 이들의 영광의 순간을 담아내는 카메라엔 뜻밖의 행동이 포착되며 전 세계인들의 눈을 의심케 만들었다. 동양인인 전년도 수상자에게 '마이크로어그레션'(Microaggression), 즉 미세하고 만연한 차별이라 지적되는 행동들이 고스란히 노출된 것이다. 올해는 전년도 수상자를 포함한 역대 수상자 5명이 시상자로 나선 바.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 주역 베트남 출신 키 호이 콴(남우조연상), 말레이시아 출신의 양자경(여우주연상)이 전년도 수상자였다.

하지만 실망스럽게도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와 엠마 스톤은 트로피를 손에 쥔 키 호이 콴, 양자경을 뒤로하고 다른 시상자들과 인사를 나누기 바빴고 결국 이는 '아시아 패싱' 논란으로 번졌다. 인종차별 논란을 차치하더라도, 두 사람 모두 전년도 수상자에 대한 예우는 찾아볼 수 없었다.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는 '노 룩 수상'을, 엠마 스톤은 절친인 제니퍼 로렌스가 양자경에서 강탈하듯 가져간 트로피를 건네받는 희대의 명장면을 탄생시키며 씁쓸함을 자아냈다.

워낙 세계적인 인기를 자랑하는 이들이기에, 한국에선 "인종차별 이슈는 과하다 싶을 정도로 관심을 가져야 한다. 그래야 '무심코' '무의식적으로' '정신없어서' 하는 인종차별 행위가 줄어들 거 아니냐", "팬들이 이해해 주려고 오만 애를 다 쓰니까 오히려 더 슬프다", "만약에 양자경이 괜찮다고 의견 표현하면 화난 사람들이 예민한 사람 되는 것까지가 백인들의 음침한 인종차별 그 자체라고 본다", "쉴드도 웃기는 게 긴장하면 대체 왜 사람 인종 가려가면서 안 보이는 거냐. 백인은 긴장해도 잘만 보이면서" 등 네티즌들의 지적이 쏟아지고 있다. 

한국을 비롯해 동양인 네티즌들은 "의도성이 없는 게 더 무서운 거다. 숨 쉬듯 저런다는 거니까. 당하는 사람만 '내가 예민한가?' 고민하게 하고", "사람들은 의도가 없다고 인종차별이 아닌 게 아님을 모르는 거 같다. 무의식 중에 나온 행동 하나하나가 시스템적 사회적인 차별임을 인지 못한다", "과도한 해석이라고 이해해 주니 숨 쉬듯 차별하는 거다. 난리 쳐야 눈치라도 보지 않겠냐", "의도하지 않았는데 사람을 저렇게 자연스럽게 무시하는 게 더 무섭다", "의도가 있었든 없었든 실수한 거고 매우 무례한 거다"라는 쓴소리를 아끼지 않았다.

현지 반응은 더욱 난리다. 미국 매체 'ABC 뉴스' 공식 유튜브 채널에 게재된 문제의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 수상 영상은 공개 불과 2일 만에 500만에 육박하는 조회 수를 기록했다. 6,000여 개의 댓글은 인종차별 이슈 내용이 대다수였다.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는 말 그대로 토니 스타크 캐릭터처럼 무례한 태도로 상을 받고 있다"라는 댓글은 1만 2,000 명으로부터 공감을 얻었다. 또 "나는 '아이언맨'과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를 좋아하지만 그가 키 호이 콴에게 그렇게 할 필요는 없었다", "이제 보니 토니 스타크 역할이 아니라 자기 자신을 연기한 것 같다", "누군가로부터 상을 받고 악수조차 하지 않는다는 것은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다", "그 미친 행동을 보호하려고 하지 마세요. 그는 무례했다", "토니 스타크는 '캡틴 아메리카'가 아니면 악수를 하지 않나 보다",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가 키 호이 콴을 완전히 무시했다" 등 댓글 또한 수 천 명의 공감을 불렀다. 대댓글 역시 "태도가 불쾌하다", "영광의 시간에 품성의 진정한 그늘이 드러났다", "심지어 키 호이 콴을 쳐다보지도 않았다. 아무리 말해도 이상했다", "당신한테는 키 호이 콴을 무시할 자격이 없다" 등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를 비판하는 글 일색이었다. 

엠마 스톤도 비판을 피하지 못했다. 비난 댓글 폭격에 미국 매체 데드라인은 엠마 스톤의 오스카상 영상을 비공개 처리했다. 

논란이 식지 않고 계속되자 되려 양자경이 나서기까지. 양자경은 12일 인스타그램에 "축하해 엠마! 내가 당신을 혼란스럽게 했지만 당신의 절친 제니퍼와 함께 오스카를 당신에게 넘겨주는 영광스러운 순간을 공유하고 싶었어요!"라는 메시지를 올렸다. 

논란을 제기한 당사자들은 침묵한 반면, 양자경이 대신 사태를 수습하며 '마이크로어그레션'이라는 비판 여론이 거센 이유다. 해외 네티즌들은 "양자경이 여기서 친절하고 배려심 깊다고 해서 엠마와 제니퍼가 한 짓이 무례하지 않다는 뜻은 아니다", "양자경 당신은 잘못한 게 없다. 당신은 존중받을 자격이 있다", "당신의 관용은 논란을 진정시킬 수 있지만 더 많은 사람이 아시아계 미국인에 대한 차별을 당연하게 여길 거다", "나는 백인들로부터 미세한 공격에 지쳤다. 아시아인들은 항상 그것을 이해해야 한다. 양자경은 더 나은 대접을 받을 자격이 있다", "이해가 안 된다. 왜 항상 아시아 사람들이 설명을 하기 시작 하는지. 제발 이건 양자경 잘못이 아니다", "백인들은 항상 이것이 인종차별이란 것을 모른다"라는 반응으로 곪았던 인종차별 문제에 분노를 표출했다. 

엠마 스톤의 행동에 "전형적인 마이크로 공격성"이라고 꼬집으며, "백인들은 소위 아시아적 예의에 대해선 신경 쓰지 않는다. 그들은 단지 백인 우월주의를 당연하게 여긴다. 그러니 당신은 잘못한 게 없고 대답하지 않아도 된다", "사람들이 맥락을 읽지 못하고 제니퍼와 엠마가 제시한 인종차별을 '다정한 친구'라고 생각하는 게 이상하다. 그건 아니다"라는 일갈도 나왔다.

더 큰 문제는 아카데미 시상식에서의 인종차별 논란이 어제오늘 일이 아니라는 거다. 앞서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 4관왕, '미나리' 윤여정의 여우조연상 수상으로 이제 겨우 '백인 잔치' 오명을 벗고 있긴 하나 인종차별 이슈는 꾸준하게 불거져왔다. 2021년 윤여정 수상 직후 인터뷰에선 "브래드 피트의 냄새가 어떻냐"라는 질문이 나와 문제가 되기도 했다. 또 당시 나영석 PD의 예능에서 공개된 오스카상 레드카펫 비하인드에선 미국 배우 제이미 리 커티스가 난데없이 이서진에게 가방을 맡기는 장면이 포착되어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오스카상 주최 측이라고 해서 뭐가 다를까. 지난 1973년 시상식 무대에서 원주민 인권 운동가이자 배우 사친 리틀페더가 '차별 반대' 성명서를 읽었다는 이유로 부당한 대우를 가했던 바, 더하면 더했지 덜하지 않다. 이로부터 무려 50년이 흐른 2022년에서야 "원주민 차별에 깊이 반성한다"라며 사과했으니, 차별적 인식 수준에 관해 따질 것도 없이 말 다했다. 봉준호 감독의 "로컬 시상식"이라는 뼈있는 농담처럼 갈길이 멀어도 한참 먼 아카데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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