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앞두고 新 국제빙상장 선정에 입김 넣는 정치권
김교흥 의원, 이기흥 대한체육회장 면담 "청라가 적지"
정성호 의원 "4선 동안 축적한 인적 네크워크 총동원"
공성성 훼손 여론에 문체부 "정치인 관여 자제 필요"
대한체육회 "총선 때문인 듯, 공정하게 심사 하겠다"
2000억 원 국비가 투입되는 새 국제스케이트장 유치에 응모한 지자체들 사이에 경쟁이 과열 양상을 띄면서 공정성 훼손 등의 목소리가 불거지고 있다. 유치 응모 지자체의 지역 국회의원 등 유력 정치인이 심사 주체 기관장을 만나 (자신의) 지역구에 유치를 당부하는 등 선을 넘은 정치적 개입이 실제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13일 CBS노컷뉴스의 취재를 종합하면 지난달 8일 새 국제스케이트장 유치 공모 마감 결과 경기도에서는 양주시, 동두천시, 김포시 등 3곳이 응모했다. 강원도는 춘천시, 원주시, 철원군 등 3곳이 유치전에 뛰어들었다. 인천시는 서구가 참여하는 등 최종 7곳 지자체가 유치 경쟁을 벌이고 있다.
새 국제 스케이트장 유치 사업 주체인 문화체육관광부와 대한체육회는 공모 마감 후 체육, 경제, 법률 등 여러 분야의 전문가들로 구성된 (새 국제스케이트장) 부지 선정위원회를 구성했다. 위원회는 조만간 7곳 지자체가 접수한 유치 제안서에 대한 1차 심사에 착수한다.
1차 심사에서는 유치 제안서에 담긴 신청 부지·지역 인프라 현황, 교통 편리성, 기후·환경 정보, 부지 선정을 위한 지자체 계획, 예상 문제점 및 극복 방안 등을 들여다본다. 7곳 지자체의 각기 다른 여건에 대해 정밀하고 공정한 심사가 요구되는 시점인 셈이다.
이처럼 본격 심사를 앞둔 가운데, 일부 정치인들이 직접 유치 관련 사안에 개입, 논란을 사고 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심사에 영향을 미치겠다는 의중이 아니냐', '객관적 심사가 아닌 정무적으로 승부를 보려는 것 아니냐'는 등 공정성 훼손에 대한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실제 김교흥 국회의원(민주·인천 서구갑)은 인천시 서구가 유치 제안서를 공식 접수한 지 일주일 후인 지난달 15일, 이기흥 대한체육회장을 만났다. 이 자리에서 김 의원은 이 회장에게 새 국제스케이트장의 청라 유치 건의서를 전달했다.
김 의원은 이어 "청라가 국제스케이트장의 적지" 라고 주장하는 등 인천 서구의 국제 스케이트장 유치 당위성을 설명했다. 김 의원은 2018년 대한체육회의 생활 체육 분야 부회장을 역임하는 등 이 회장과 친분이 두터운 것으로 알려졌다.
정치인 개입은 총선 앞두고 지역구 표심 공략 의도로 풀이
정성호 국회의원(민주·양주시)도 새 국제 스케이트장의 양주시 유치에 적극 개입하고 있다. 정 의원은 이달 4일 오전 국제 스케이트장 예정 부지인 광사동 나리농원에서 강수현 양주시장과 만났다. 강 시장과 유치 관련 현장 회의를 갖고 유치 작업을 적극적으로 지원할 것을 약속했다는 후문이다.
정 의원은 이어 이날 오후 김동연 경기도지사와 만남을 요청, 비공개로 회담을 했다. 이 자리에서 김 지사에게 양주시 국제스케이트장 유치 지원 등을 요청했다. 같은 날 양주 시의원들도 김 지사와 만나 양주시가 유치할 수 있도록 문체부, 경기도체육회 등의 기관을 설득해 줄 것을 부탁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뿐 아니라 A 전(前) 대한체육회 고위 간부는 B 지자체를 최종 유치 적합지로 공개 지목하는 등 일부 정치인과 유력 인사들이 새 국제 스케이트장 유치와 관련해 대한체육회 등 관계 기관에 직·간접적인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실정이다.
정치인의 유치전 개입은 총선을 앞두고 지역구 표심을 공략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 정성호 의원은 지난 4일 자신의 SNS에 "강수현 양주시장과 국제스케이트장 유치 부지에서 추진 상황을 보고 받고 긴밀히 협력하기로 했다. 4선 하는 동안 축적한 인적 네트워크를 총동원해 유치 성공을 위해 뛰겠다"는 글을 게시하는 등 유권자 대상 홍보에 나섰다.
김교흥 의원도 지난달 SNS를 통해 "이기흥 회장에게 청라가 국제스케이트장의 적지라는 것을 강력하게 주장했다. 이 회장은 제가 전달해준 내용을 잘 참고해 국제스케이트장에 걸맞은 최적지를 결정하겠다고 답변했다"는 내용의 게시물을 남겼다.
문체부, 체육회 예산 쥐고 있는 국회의원 개입은 외풍
이처럼 심사 주체 기관장에게 유치 성공을 당부하고, (유치 성공을 위해) 인적 네트워크를 총동원할 계획을 밝히는 등의 행태는 심사에 영향을 끼치겠다는 의중으로 풀이된다. 익명을 요구한 유치 응모 지자체의 한 공무원은 "(국회의원들이) 자신의 지역구에 대규모 체육 시설을 유치하려는 의지는 이해되지만, 기관장을 만나고 인적 네트워크를 활용하려는 등의 행위는 선을 넘은 것으로 심사의 공정성을 해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지자체 공무원은 "유치에 응모한 여러 지역의 정치인들이 물밑 작업을 한다는 소문이 팽배하다. 대한민국 빙상의 미래가 걸린 국책 사업이 총선용으로 전락해 외풍을 통해 결정될까 봐 걱정된다"고 우려했다.
한 지방체육회 인사는 "문체부와 대한체육회의 예산을 쥐고 있는 국회의원이 직접 나서 자신의 지역구에 유치할 것을 부탁하면 (심사 주체 기관에서는) 아무래도 신경이 쓰이지 않겠냐"며 "총선에는 도움이 될지 몰라도, 공정한 심사에는 방해되는 행위"라고 일갈했다.
이기흥 대한체육회장 "다양한 여건 검토해 최적지 결정·공정 심사할 것"
새 국제스케이트장 선정과 관련, 이기흥 대한체육회장은 지난 8일 춘천 스카이컨벤션에서 열린 강원 체육인들과 간담회에서 "국제스케이트장 선정 심사는 여러 가지 다양한 여건들을 검토해서 최적지를 결정할 것"이라며 "공정하게 심사를 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해당 유치 사업 주체인 문체부와 대한체육회 담당 부서는 공정 심사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문체부 체육정책과 관계자는 "유치에 정치인 관여는 자제할 필요가 있다"고 전제한 후 "스케이팅 경기에 가장 좋은 영향을 미치는 부지에 건립돼야 한다는 게 기본 입장이다. 공정 심사를 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 유치 실무를 담당하고 있는 대한체육회도 동일한 입장인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대한체육회 시설건립추진단 관계자는 유치전에 정치인이 관여하는 문제에 대해 "(그런 일이 있다면) 아무래도 총선이 있다 보니 총선용으로 활용하는 것으로 보여진다"며 "특정 지자체를 염두에 두고 심사를 하지 않는다. 응모 지자체 모두를 대상으로 공정하게 심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위원 명단이 비공개이고 (위원들은) 체육회에 속해 있는 분들이 아니기 때문에 정치인 개입에 따른 심사의 공정성 훼손 등의 염려는 하지 않아도 된다"고 부연했다.
문체부와 대한체육회는 지난 2009년 조선왕릉의 세계문화유산 등재에 따라 오는 2027년 태릉 국제스케이트장을 철거할 예정이다. 이에 따라 새 국제스케이트장 유치(건립 부지 선정) 사업을 진행 중이다. 7개 지자체가 제출한 유치 제안서에 대한 1차 심사 후 현지 답사 및 2차 심사를 거쳐 대한체육회 이사회가 최종 부지를 확정, 올해 상반기 중 유치 지자체에 결과를 통보한다.
CBS노컷뉴스 동규 기자 dk7fly@cbs.co.kr
▶ 기자와 카톡 채팅하기▶ 노컷뉴스 영상 구독하기
Copyright © 노컷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新 국제 스케이트장 유치전, '수도권 4·비수도권 3' 압축
- 新 국제 스케이트장 유치, 응모 지자체 '아직 0곳이지만'
- '경기 VS 강원' 新 국제스케이트장 유치전, 4개 시·군 선점
- [뒤끝작렬]'62 대 33' 동료 시민間 격차의 민낯
- '김동연표 체육인 기회 소득' 118억, 공정 지급될까?
- 대한체육회 가맹 절실한 격투기 '삼보, 크라쉬' 사유는?
- "나도 황선우처럼" 국가대표 선수촌 직관한 꿈나무들 탄성
- 직장어린이집 운영 중소기업에 월세비용 80% 지원한다
- 충남대의대‧병원 교수들 "개인 의지에 따라 사직 결정"
- '유효한' 휴학신청 총 5954명…의대생 511명 추가 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