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선홍호 희소식…'백승호 폼 미쳤다', 패배에도 MOM 평점
[스포티비뉴스=김건일 기자] 황선홍 감독으로부터 부름받아 다시 태극 마크를 달게 된 미드필더 백승호(26)가 소속팀에서 맹활약으로 국가대표 재승선을 자축했다.
13일(한국시간) 홈구장인 세인트 앤드루스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3-24시즌 잉글랜드 챔피언십(2부리그) 29라운드 순연 경기에서 미들즈브러와 경기에 90분 동안 그라운드를 누비며 '군계일학' 활약을 펼쳤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날 미들즈브러는 0-1로 졌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백승호는 양팀 출전 선수 중 가장 높은 평가를 받았다. 축구 통계업체 풋몹은 백승호에게 평점 8.1점을 매겼는데 평점 8점 대는 출전 선수 중 백승호가 유일하다.
4-2-3-1 포메이션에서 투 볼란치 중 한 자리를 맡은 백승호는 90분 동안 86% 패스 성공률을 바탕으로 버밍엄이 볼을 돌리는 데 큰 역할을 했다. 롱패스도 3차례 시도해 모두 동료에게 정확하게 연결했다. 득점 기회를 만들어준 패스도 있었다. 전반 35분 백승호는 알렉스 프리처드의 슈팅을 유도하는 패스를 전달했으나 골문을 벗어났다. 후반 20분에도 최전방 제이 스탠스필드의 슈팅을 만들어줬지만 득점에 실패했다.
백승호는 이와 더불어 기회 창출 2회, 드리블 성공률 100%(2/2) 등 공격 움직임이 활발했다. 또, 백승호가 맡고 있는 자리는 수비 부담도 따른다. 수비 지표 역시 태클 성공 3회, 리커버리 12회, 경합 승리 10회, 피파울 3회 등으로 상대 패스를 먼저 차단하는 모습은 물론 직접 몸싸움을 펼치는 대목에서도 합격점을 받기 충분했다.
버밍엄 지역 매체 버밍엄 라이브 역시 백승호에게 평점 6점과 함께 "전반전에 부드러운 발놀림으로 미들즈브러 박스 안을 위협했으며 볼 점유율을 장악하는 데에 능력을 보여 준 몇 안 되는 선수 중 한 명이었다"고 치켜세웠다.
스페인 FC바르셀로나 유스 팀 출신인 백승호는 유럽 축구 겨울 이적시장을 통해 전북 현대를 떠나 버밍엄시티 유니폼을 입었다. 스페인 지로나와 2군 팀인 페랄라다를 거쳐 2019년 다름슈타트에 입단해 독일로 활동 무대를 옮겼고, 2021년부터는 전북에서 활약했던 백승호로서는 3년 만에 유럽 복귀전이었다.
버밍엄시티 이적은 백승호의 유럽 복귀 의지가 반영된 행보였다. 백승호는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축구 대표팀에서 와일드카드와 주장 중책을 맡았고 금메달로 병역 혜택을 받아 유럽 진출이 가능해졌다.
여러 유럽 구단이 손을 내민 가운데 백승호는 감독이 직접 자신을 원하고 주전으로 도약 가능한 팀을 파악했고 버밍엄 시티를 선택했다. 당시 버밍엄시티를 감독은 바로 토니 모브레이였는데 과거 김두현을 웨스트 브롬위치 알비언에서 지도했던 감독이다. 한국 선수에 대한 호감도가 큰 편이라 백승호에 대한 기대감도 적지 않았다. 모브레이 감독은 백승호에 관해 "앞에서 뛰고 멀리서도 슈팅을 때릴 줄 안다. 패스도 잘하고 시종일관 뛰어다니는 스타일"이라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백승호는 구단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입단 소감을 밝히면서 "이 구단의 일원이 되어 진심으로 행복하고 기대된다. 빨리 시작하고 싶다. 어린 시절 축구를 시작한 순간부터 영국에서 축구하는 것이 꿈이었다. 버밍엄에서 제게 관심이 있다고 하니 정말 기뻤다. 어렸을 때부터 알고 있었던 구단이다. 감독, 경영진과 대화를 나누고 이곳으로 오기로 결정했다"라고 말했다.
자신을 이끌어줄 모브레이 감독에 대한 기대감도 드러냈다. 그는 "그가 저를 어떻게 생각하고 운영 계획에서 어떻게 내세울 것인지 등에 대해 대화했다. 모든 부분에서 좋을 것이라 생각했다"라고 설명했다.
백승호는 입단한 지 5일 만에 웨스트 브로미치 앨비언과 경기로 버밍엄시티 데뷔전을 치렀다. '버밍엄 메일'은 백승호에 대해 "데뷔전부터 수준급의 기량을 선보였다. 짧은 시간 동안 세 포지션에서 뛰는 유연함을 보였다"라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블랙번 로버스와 경기에서 선발 데뷔전을 치른 백승호는 조금씩 팀에 녹아들고 있다. 블랙번 로버스와 경기에서도 팀 내 최고 평점을 받았다. '버밍엄 메일'은 "백승호는 버밍엄시티에서 새로운 인기 아이콘이 됐다. 첫 선발 출전에서 한 수 위의 실력을 선보였다. 소유권 안팎에서 역동적인 모습을 보였고, 멋진 기술까지 선보였다. 그는 기립 박수를 받을 만했다"라고 칭찬했다. 그러면서 지난 10일 밀월과 경기에서 버밍엄시티 입단 이후 처음으로 90분 풀타임을 소화했다. 이날 경기는 두 경기 연속 풀타임이다.
백승호가 소속팀에서 활약한다는 사실은 국가대표팀에도 낭보였다. 경질당한 위르겐 클린스만 전 감독에 이어 임시 감독직을 수락한 황선홍 올림픽 대표팀 감독은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지역 2차 예선 태국과 2연전을 앞두고 11일 서울 종로구 축구회관에서 발표한 대표팀 명단에 백승호를 포함시켰다.
황 감독과 백승호는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함께 했다. 와일드카드로 부름받은 백승호는 한국 중원을 책임지는 것은 물론 주장 중책까지 맡아 황 감독과 함께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백승호가 최근 국가대표팀에선 부름받지 못했다는 점에서 더 값진 이번 태극마크다. 파울루 벤투 감독 체제에서 2022 카타르 월드컵 명단에 포함됐지만 지난해 3월 위르겐 클린스만 전 감독이 처음 지휘봉을 잡았을 당시 선발됐던 게 마지막 대표팀 부름이었다. 박용우 등에게 밀린 결과 지난달 끝난 아시안컵에서도 명단에 들지 못했다. 태국과 경기에 출전한다면 지난 2022년 12월 6일 카타르 월드컵 16강 브라질전 이후 A매치 복귀전이다.
백승호의 분전에도 이날 경기 패배로 5경기 연속 승점 획득에 실패한 버밍엄은 10승 9무 18패 승점 39점으로 강등권 근처인 21위에 머물렀다. 24개 팀으로 운영되는 챔피언십은 22위부터 24위까지 3부리그로 강등된다. 버밍엄은 22위 허더즈필드(승점 38점)에 불과 1점 앞서 불안한 상황이다.
버밍엄시티 골키퍼 존 러디는 이날 경기가 끝나고 인터뷰에서 "모두가 나서야 할 때다. 나이가 몇 살인지 경험이 많은지 이곳에 온 지 얼마나 됐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우리는 9경기를 남겨둔 상황이다. 승점 27점을 챙길 수 있다. 승점 1점을 위해 싸워야 하기 때문에 승점 1점을 위해 싸울 선수가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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