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태해결 안되면 사직' 의대교수들, 중재자 역할 할 수 있을까

김병규 2024. 3. 13. 1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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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자 보호하겠다" 사직 결의로 압박…교수까지 떠나면 '의료대란' 심화 우려
중재 기대감 크지 않아…'1년후 증원' 제안, 정부-의협-전공의 모두 '싸늘'
"의대 교수도 전공의와 같은 의사…정부의 '항복' 염두에 둔 것" 비판도
전공의 집단 사직과 의대 교수 의료현장 이탈 중단 촉구 기자회견 (서울=연합뉴스) 윤동진 기자 = 11일 오후 서울대 종로구 연건캠퍼스 앞에서 한국중증질환연합회 주최로 전공의 사직과 의대 교수 의료현장 이탈 중단 촉구 기자회견이 열리고 있다. 2024.3.11 mon@yna.co.kr

(서울=연합뉴스) 김병규 기자 = 의대 교수들이 전공의 집단사직 사태 해결을 촉구하면서 '집단 사직' 카드로 정부를 압박하고 있다.

'제자'들인 전공의들을 보호하겠다며 중재자를 자처하면서 본인들이 집단행동의 당사자가 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이들이 전공의 집단행동 사태 해결에 중재자로 역할을 할지, 아니면 갈등을 오히려 키울지 주목된다.

13일 의료계와 정부 등에 따르면 비상대책위원회 체제에 있는 19개 의대 교수협의회는 전날 밤 회의를 열고 '전국 의과대학 교수 비상대책위원회'(이하 전국의대교수 비대위)를 발족하고 "3월 15일까지 각 대학이 사직서 제출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전국의대교수 비대위 주장의 핵심은 정부가 협상의 자리를 마련하지 않거나, 전공의에 대한 행정·사법 처벌이 진행되면 의대 교수들도 환자들의 곁을 떠나겠다는 것이다.

비대위는"의대 학생과 수련병원 전공의가 무사히 복귀해 교육과 수련을 마치는 것"을 목표로 들면서 "정부가 의대 학생과 전공의들이 학업과 수련 과정에 복귀할 수 있는 협상의 자리를 마련해달라"고 요청했다.

이는 '정부가 나서서 사태를 해결하지 않으면 의료현장을 떠나겠다'는 점에서 지난 11일 서울대 의대 교수협의회 비대위 발표와 비슷하다.

서울의대교수 비대위는 당시 "정부가 적극적으로 (사태 해결을 위한) 합리적인 방안 도출에 나서지 않을 경우 18일을 기점으로 자발적으로 사직서를 제출하겠다"고 밝혔다.

임상교수 간담회 참석하는 서울대 의대 교수들 (서울=연합뉴스) 신현우 기자 = 전공의 집단 사직 사태 16일째를 맞는 6일 서울대학교병원에서 교수들이 임상교수 간담회에 참석하고 있다. 2024.3.6 nowwego@yna.co.kr

이어 지난 12일에는 기자회견에서 의대 증원을 1년 뒤에 결정하고 국민대표와 전공의가 참여하는 대화협의체를 구성하자고 제안했다.

교수들이 이렇게 '중재자' 역할을 하겠다면서도 갈등의 '당사자'로 나서겠다는 움직임을 보이는 것과 관련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크다.

서울의대교수 비대위는 "응급의료와 중환자 진료를 유지하기 위해 '참의료진료단'을 구성해 필수의료를 지키겠다"고 밝혔고, 전국의대교수 비대위도 "사직서가 수리되기 전까지 호나자 진료에 최선을 다한다"고 했다.

하지만 의대 교수들의 사직서 제출이 본격화하고, 실제 수리가 되는 사례까지 나온다면 의료현장의 혼란은 극심해질 수밖에 없다.

의대 교수들의 중재 가능성에 대해서도 회의적인 시각이 지배적이다.

서울의대교수 비대위가 12일 의대 증원을 1년 뒤 결정하고 대화협의체를 구성하자고 제안한 것에 대해 정부는 물론 대한의사협회(의협), 전공의 모두 부정적인 목소리를 냈다.

복지부는 증원 시기를 늦추면 그만큼 피해가 커질 것이라며 제안을 거절했고, 의협은 "일방적인 희망일 뿐"이라고 일축했다.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 비대위원장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서울의대교수 비대위와 합의한 사안 없다"고 적었다.

서울의대교수 비대위는 이날 낮 국회에서 보건의료단체, 시민단체, 정치계, 각 의대 비대위와 '국민 연대'를 위한 간담회를 열 계획이라고 밝혔다가, 참석단체들을 더 모으겠다며 개최를 보류했다.

'의대 증원 반발' 강원의대 교수들 삭발 (춘천=연합뉴스) 5일 오전 강원 춘천시 강원대학교 의과대학 앞에서 의대 교수들이 대학 측의 증원 방침에 반발하며 삭발하고 있다. 앞서 강원대는 교육부에 현재 49명에서 140명으로 의대 정원을 늘려달라고 요청했다. 2024.3.5 [강원대학교 의대 교수진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taetae@yna.co.kr

의대 교수들이 중재자로서 역할을 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시민사회도 부정적으로 보고 있다. 환자를 떠나면서까지 제자를 지키겠다는 움직임 자체가 중재자로서 역할을 스스로 부정하는 것이라는 지적이다.

남은경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정책국장은 "의대 교수는 교수이기도 하지만 갈등의 당사자인 의사이며, 따라서 전공의들의 뜻에 함께하며 대응한다는 것은 예상됐던 일"이라며 "왜 (의대 증원 규모나 시기에서) 후퇴해야 하고, 그렇게까지 해서 왜 대화를 해야 하는지 교수들의 주장을 국민들이 이해하지 못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남 국장은 "그동안 의대생·전공의, 전임의, 교수들로 이어지는 반발에 정부가 손을 들었으니 이번에도 그럴 것이라는 그림을 (의사들이) 염두에 두고 있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그는 서울의대교수 비대위의 제안에 대해 "증원의 시기와 규모를 수정하자는 제안에 동의하지 않는다. 정부가 의사들의 의견을 자문할 수는 있지만, 정책 결정은 이해관계가 없는 환자들이나 전문가, 정부가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먼저 사랑의 마음을 가지고 환자를 치료한다' (서울=연합뉴스) 김성민 기자 = 정부의 의대 정원 증원 정책에 반발한 전공의들이 집단 행동을 이어가고 있는 25일 오전 서울 시내 한 대형병원에서 한 환자가 '선애치환(先愛治患)'이라고 적힌 붓글씨 작품을 지나치고 있다. 선애치환은 '먼저 사랑의 마음을 가지고 환자를 치료한다'는 뜻을 담고 있다. 2024.2.25 ksm7976@yna.co.kr

bk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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