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소방관 목숨 앗아간 문경 화재…"이틀 전 경보기 꺼놔"(종합)
문경 화재는 전기튀김기 온도제어장치 고장나 발생
또 공장 관계자가 화재경보기 꺼놔 초기 대응 늦어져
식용유 및 샌드위치패널 관리 강화 등 재발방지책 마련
일선에서는 "재발방지책 의도는 좋지만 실효성 의문"
[서울=뉴시스]김혜경 기자 = 소방관 2명의 목숨을 앗아간 경북 문경시 공장 화재는 식용유가 담긴 전기튀김기가 고장나 발생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또 공장 관계자가 화재 발생 이틀 전 화재 경보기를 강제로 꺼놔 화재 초기 대응이 늦어진 것으로 드러났다.
소방청은 식용유 설비 및 샌드위치패널의 안전관리를 강화하고, 신속동료구조팀(RIT) 등을 운영한다는 재발방지책을 마련했지만, 소방현장 일선에서는 실효성에 대한 의문이 나오고 있다.
소방청은 13일 이같은 내용의 경북 문경 공장화재현장 순직사고와 관련한 합동조사 결과 및 재발방지 대책을 발표했다. 문경시 육가공 공장에서는 지난 1월31일 화재가 발생해 현장에 진입한 구조대원 2명이 희생됐다.
이번 합동조사위원회에는 기획조정관을 단장으로 외부전문가, 현장대원, 소방노조 등 25명이 참여했으며, 2월5일부터 3월5일까지 30일간 조사가 이뤄졌다.
3층 내부 전기튀김기에서 불 시작, 식용유 저장탱크로 옮겨붙으면서 확산
또 사고 발생 이틀 전 공장 관계자가 화재 경보기를 강제 정지시켜 불이 3층으로 확산 된 이후 공장 관계자가 이를 발견하고 119에 신고한 것으로 파악됐다.
경종을 정지시킨 공장 관계자는 경찰 진술에서 공장에서 고온 현상이 형성돼 감지기가 가끔 (화재 상황으로 잘못 인식해) 작동하는 경우가 있어 경보기를 꺼놨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인명 검색 위해 대원 4명 진입했다가 2명 고립…샌드위치패널이 화재 키워 진압에 어려움
대원 2명은 창문을 깨고 탈출하였으나, 구조대원 2명이 고립됐다. 탈출한 대원 2명은 동료 대원을 구하기 위해 재진입하려 했지만 화염과 열기로 진입하지 못했다. 해당 공장은 화재에 취약한 샌드위치패널 구조로 연소가 급격히 확대돼 신속한 화재진압에도 어려움을 겪었다.
화재 확산의 주 가연물로 추정되는 식용유에 대한 정보 전달이 정확히 이루어지지 않았고, 현장활동 사항의 공유도 미흡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식용유 취급 설비 및 샌드위치패널 건물 안전기준 강화 등 대책 마련했지만 실효성 의문
우선 재난현장표준절차(SOP)를 대원 안전 중심으로 전면 개정한다는 방침이다.
소방청은 소방대원이 현장에서 지켜야 할 안전절차를 규정하고 있다. 분야와 상황별로 절차를 정해두는 것인데, 실질적으로 현장대원과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잇따른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합동조사위원회에 참여한 이지운 전국공무원노동조합 경남소방지부장은 "현장 대원 위주로 SOP를 개정하는 것은 맞지만, 이와 관련한 세부 지침 마련시에는 현장대원의 의견이 반드시 반영돼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현장에서 대상물의 구조 등을 빨리 전달하기 위해 모바일 전파 등 예방정보시스템을 개선하고, 무전통신 기능을 강하기로 했다. 문경 화재 현장에서는 무전기 송수신이 원활하지 않았던 것으로 파악됐다.
이지운 지부장은 "이번 문경 화재 당시의 무전기 송수신 내용 전체를 들어봤는데 잘 안들리는 부분이 많은 것으로 확인돼 기능을 개선하자는 이야기가 나왔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사고 현장에서 현장 지휘관은 '탈출하라'고 명령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녹음본에서는 탈출하라는 내용이 잘 들리지 않았다"고 했다.
식용유를 취급하는 기계 및 설비에 대해 안전기준을 강화하고, 샌드위치패널 건축물은 내화시간, 방화구획 등 안전기준도 강화키로 했다.
식용유는 위험물에 포함돼 있지 않지만, 이번 경우처럼 다량의 식용유의 경우 한번 발화 하면 큰 불로 번질 수 있는 만큼 관리를 강화하겠다는 것이다.
불이 잘 붙는 샌드위치 패널 건물도 내화시간(불이 붙는 데 걸리는 시간) 및 방화구획 등 안전관리를 강화하기로 했다.
이 지부장은 "내화시간은 불이 붙었을 때 얼마나 견디는지에 대한 기준인데, 결국 아파트 같은 콘크리트 건물이 아닌 이상 실효성이 없다고 본다"고 했다.
소방공무원의 교육훈련도 강화된다. 신임 교육부터 단계별 직무역량 교육의 평가 및 인증을 필수화해 소방서장 및 지휘팀장 등은 역량을 갖춰야만 보직을 부여하고, 실화재 훈련시설 확충 등 교육훈련 인프라를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이에 대해서도 실효성에 대한 의문은 있다. 이지운 지부장은 "모든 소방관을 교육 시키는 데 20년 정도 걸린다고 한다"며 "현실적으로 실현이 어렵다"고 지적했다. 또 "소방서장의 경우 인증 받은 사람만 보직을 부여한다고 했는데, 그러면 기존의 지휘역량이 부족한 소방서장들은 어떻게 할 것이냐"고 의문을 제기하기도 했다.
아울러 실종과 고립 등 대원의 안전사고 발생 즉시 신속동료구조팀(RIT)이 운영될 수 있도록 별도 RIT팀을 동시에 편성하기로 했다. 이와 관련해서는 "현장에서는 불끄는 인력도 부족한데, 별도로 인력을 충원해 RIT팀이라고 구분해 놓지 않는 이상, 현 인원에서 RIT팀을 별도 배정한다는 것은 실효성이 없다"고 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chkim@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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