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방관 2명 순직한 문경 화재, “공장 관계자가 이틀 전 경보기 알림 껐다”

소방청, 화재·순직사고 원인 조사 결과 발표

2월 3일 열린 경북 문경 육가공 공장 화재 현장에서 순직한 문경소방서 소속 故 김수광 소방장과 故 박수훈 소방교의 안장식 모습. /신현종 기자

2명이 순직한 경북 문경 공장 화재 당시 공장 관계자가 자의로 소방 경종(알림 벨) 시설을 꺼 두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소방청은 13일 지난 1월 문경 육가공 공장 화재로 소방관 2명이 순직한 사고와 관련 경위 조사와 재발 방지책을 발표했다.

소방청에 따르면 화재가 처음 발생한 곳은 식용유가 담긴 전기튀김기로 추정된다. 현재 경찰과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이 증거물을 분석 중이다.

당일 현장에 도착한 대원이 인명 검색과 발화 지점 확인을 위해 건물 양측 계단으로 3층에 진입했고, 인명 검색을 위해 개방한 출입문으로 공기가 유입되면서 실내에 체류된 고온의 가연성 가스가 연소했다는 게 소방청 설명이다.

소방청은 특히 화재 2일 전에 소방설비 수신기의 경종이 강제 정지된 탓에 화재 신고 시점이 늦어졌다고 설명했다.

배덕곤 소방청 기획조정관은 “공장의 화재 감지기가 가끔 오작동하는 경우가 있어 공장 관계자 본인이 경종을 정지시켰다고 진술했다”며 “경찰이 수사 중인 사항이지만 소방시설 정지, 폐쇄 등 부분에 있어 책임을 면하긴 어려워 보인다”고 설명했다.

또 현장에 있던 대원들에게 공장 내부에 다량 보관돼 있던 식용유에 대한 정보가 정확히 전달되지 않은 것도 원인 중 하나라고 밝혔다.

소방청은 이번 조사로 밝혀진 사고 원인을 토대로 재발 방지책도 함께 발표했다.

우선 구조대가 현장에서 대원 안전에 전보다 더 중요도를 두고 진입 여부를 판단하도록 재난현장 표준 작전 절차를 전면 개정할 방침이다.

불에 잘 타는 샌드위치 패널의 경우 화재 SOP를 별도로 마련할 예정이다. 아울러 국토교통부와 협의해 앞으로 지어질 샌드위치 패널은 내화 시간, 방화 구획 등 안전 기준을 전보다 강화한다.

행정안전부와 협의해 인력을 효율적으로 재배치하고 소방 안전 교부세 등 재정 확충 방안을 강구한다.

구조팀과 동료를 구조하는 RIT팀이 동시에 운영되도록 한다. 기존 구조팀 2팀이 현장에 출동하면 그 중 한팀은 RIT 역할을 맡아 현장 밖에서 대피 준비를 하는 식으로 운영할 방침이다.

위험물 등 현장 정보가 빠르게 전달되도록 모바일 전파 시스템, 무전 송수신 기능 등을 개선한다.

건축구조와 시설물 안전관리를 강화하고 대상물 관리정보 공유체계를 구축한다.

평가와 보직 관리까지 체계적으로 연계되도록 교육 훈련을 개편한다. 평가 인증을 승진의 필수 요건으로 하고 현재 8곳인 실화재 훈련시설은 9곳을 추가 건립하고 기존 6곳도 보강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