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서 간첩 혐의 체포 한국인은 탈북민 구출 선교사…외교부 “영사 조력 중”
[앵커]
한국인 선교사 한 명이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서 간첩 혐의로 체포됐습니다.
한국인이 러시아에서 간첩 혐의로 체포된 건 이번이 처음인데,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악화한 한러 관계에 새로운 악재로 떠올랐습니다.
김경진 기자가 보도합니다.
[리포트]
러시아 당국이 간첩 혐의가 있다며 체포한 한국인은 53세 백 모 씨입니다.
백 씨가 자신을 작가라고 소개하며 1급 기밀을 포함한 국가 기밀을 메신저로 수집해, 타국 정보기관에 넘겼다는 겁니다.
백 씨는 탈북민 구출 활동을 벌이던 선교사로, 수년 전부터 중국과 러시아를 오가며 다양한 사업을 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백 씨는 올해 초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체포돼 지난달 말 모스크바의 레포르토보 구치소로 옮겨졌습니다.
한 차례 연장된 구금 기간은 6월 15일까지로, 간첩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으면 최고 20년의 징역형이 선고됩니다.
외교부는 체포 사실을 인지한 직후부터 영사 조력을 제공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임수석/외교부 대변인 : "하루빨리 가족들의 품으로 안전하게 돌아올 수 있기를 기대하고 이를 위해 러시아 측과 필요한 소통을 하고 있습니다."]
앞서 러시아에선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미국 월스트리트저널 기자와 일본 외교관이 간첩 혐의로 체포되기도 했는데, 한국인 체포는 처음입니다.
백 씨가 체포된 블라디보스토크 일대는 북한과 러시아 간 무기 거래가 이뤄지는 창구이자, 각국의 정보 전쟁이 벌어지는 곳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의 우크라이나 무기 지원 등 민감한 쟁점을 두고 러시아가 백씨 사건을 외교적 압박 수단으로 사용할 수 있단 분석도 나옵니다.
또 탈북 지원 선교사를 체포함으로써 북한을 향해 우호적 제스처를 취한 거라는 시각도 있습니다.
[조한범/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 : "자신들이 북한에 협조하고 있다 이런 메시지를 줄 수 있고요. 최근 밀착하고 있는 러시아와 북한 간의 관계를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례로 볼 수 있고요."]
서방 주도 제재에 한국이 동참하면서 한러 관계가 수교 이후 최악이라는 평가가 나오는 가운데, 새롭게 떠오른 악재에 외교당국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습니다.
KBS 뉴스 김경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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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진 기자 (kjkim@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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