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과 10㎏ 도매가 9만원대… 배·토마토 값도 뛰어 ‘프루트플레이션’

일조량 부족·병충해로 생산 뚝
인플레이션 둔화 흐름에 ‘찬물’

‘金사과’ 어디까지 오르나 최근 사과의 도매 가격이 1년 만에 두 배 이상으로 급등한 가운데 13일 오전 서울 송파구 가락시장 과일 경매장에서 사과 경매가 진행되고 있다. 박윤슬 기자

최근 가격이 폭등해 ‘금(金)값’에 비유되는 사과의 중도매인 판매가격(도매 가격)이 1년 만에 2배 이상으로 뛰어, 올해 최고 가격에 다시 다가가는 것으로 파악됐다. 사과뿐 아니라 배, 토마토, 딸기, 파인애플, 오렌지 등 과일·채소 가격이 일제히 급등해 ‘인플레이션 둔화’ 흐름에 찬물을 끼얹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과일을 필두로 한 가격 강세가 한동안 이어질 경우 소비 위축이 한층 심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13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농산물유통정보에 따르면 전날 기준 사과(후지·상품) 10㎏당 도매 가격은 9만1700원으로, 전년 동기(4만1060원) 대비 123.2% 급등했다. 도매 가격은 중도매인 상회에서 소상인과 실수요자에게 판매하는 실제 가격을 의미한다.

사과 도매 가격 9만1700원은 지난 1월 29일과 30일에 기록한 9만4520원에 이어 올해 들어 두 번째로 높은 수치다. 올해 8만3600원으로 시작한 사과 도매 가격은 1월 17일 9만740원까지 올라 처음으로 9만 원대를 넘어섰다. 이후 줄곧 8만 원 후반대에서 9만 원 초반대를 넘나들었다. 특히 이달부터는 지난 5일(8만9980원)을 제외하고 계속 9만 원대를 유지하는 상황이다.

배(신고·상품) 15㎏당 도매 가격도 전날 10만3600원을 기록해 전년 동기(4만3945원) 대비 135.7%나 올랐다. 배 도매 가격은 지난 7일 10만120원으로 2021년 8월 19일(10만1000원) 이후 2년 7개월 만에 다시 10만 원을 넘은 바 있다. 이 외 전날 기준 주요 과일·채소류의 전년 대비 가격 상승률은 토마토(상품 5㎏) 82.2%, 딸기(상품 2㎏) 31.7%, 파인애플(수입 상품 12㎏) 10.1%, 오렌지(미국 상품 18㎏) 7.0% 등을 나타냈다. 전날 기준 대형마트·전통시장 등에서 파는 사과와 배의 소매가격 역시 전년 대비 각각 30.5%, 50.1%씩 급등했다.

사과의 경우 생산량 자체가 줄어든 것이 ‘가격 대란’의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 집계한 지난해 사과 생산량은 42만5400t으로 전년 대비 25%가량 감소했다. 지난해 여름 생육기 기상 악화에 따른 일조시간 부족과 병충해 발생으로 생산이 부진했던 것으로 분석된다. 농업계 관계자는 “병해충 문제 때문에 현재 금지된 사과나 배 수입을 당장 허용하기도 어려울 것”이라며 “농가 고령화와 기후변화 등 여파로 과일·채소류의 생산량은 줄고 가격은 높아지면서 소비 감소 추세가 계속될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했다.

최준영 기자 cjy324@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