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치솟는 서울 대학가 ‘월세’ … “3시간 통학도 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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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2일 서울 신촌역 인근 A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의 안내를 받아 대학생들이 주로 사는 창천동과 노고산동 원룸촌을 찾았다.
신촌역 인근 B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는 "월세가 저렴하면서 좋은 방들은 재학생들이 12월부터 쓸어간다"며 "신입생 중에서 기숙사에 입실하지 못한 학생들이 2월에 방을 구하는데 그때는 월세가 비싸도 선택지가 없어 대부분 비싼 가격을 감수하고 계약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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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사기 여파·새학기 되면서 월세 수요↑
전문가들 “신규 공급 어려워 당분간 상승 지속”
“코로나 전이랑 비교하면 인근 원룸 월세가 15% 정도 올랐어요. 대학생들과 학부모들도 이미 월세가 비싸진 걸 알고 있어요. 그래서 옛날처럼 가격 듣고 돌아가는 경우는 없다고 봐야 합니다.” (서울 서대문구 창천동 A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
지난 12일 서울 신촌역 인근 A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의 안내를 받아 대학생들이 주로 사는 창천동과 노고산동 원룸촌을 찾았다. 좁은 언덕 길을 두고 양 옆으로 30년이 넘은 다세대 주택과 비교적 신축인 빌라와 오피스텔이 섞여 있었다. 이 관계자는 “30년 지난 방들도 관리비를 제외하고도 월세가 70만원이다. 그마저도 3월 새 학기라 빈방이 없다”고 했다.
대학가 월세가 치솟고 있다. 지난해 전세사기 영향으로 월세 수요가 급증한데다 새 학기가 되면서 수요가 더욱 몰린 탓이다.
13일 부동산 정보 플랫폼 다방에 따르면 서울 주요 대학가의 지난 1월 기준 원룸(보증금 1000만원) 평균 월세 시세를 분석한 결과, 57만4000원이었다. 작년 같은 기간보다 평균 11.6% 오른 수치다.
월세가 가장 높은 지역은 이화여대 인근으로 나타났다. 평균 월세는 71만원이었다. 서강대(65만원), 경희대(62만원), 연세대(60만원), 한국외대(59만원), 고려대(57만원) 등이 뒤를 이었다.
이날 신촌오거리에서 만난 대학생 조모(21)씨는 “중개업소 여러 곳을 다녀도 이 지역은 월세가 전부 비쌌다”며 “결국 기준을 낮춰 방의 컨디션만 보고 살 곳을 결정했다”고 했다.
신촌역 인근 B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는 “월세가 저렴하면서 좋은 방들은 재학생들이 12월부터 쓸어간다”며 “신입생 중에서 기숙사에 입실하지 못한 학생들이 2월에 방을 구하는데 그때는 월세가 비싸도 선택지가 없어 대부분 비싼 가격을 감수하고 계약한다”고 했다.
가격 부담을 낮추기 위해 재월세를 놓는 경우도 있다. 이 관계자는 “2년 동안 거주할 계획이 없어도 월세를 낮춰준다고 하면 우선 2년 계약을 하는 학생들이 있다. 이후 계약기간 전에 이사를 가게 되면 늦게 방을 구하는 학생들한테 방을 넘기는 경우도 있다”며 “방 하나에 학생이 2번 바뀌기도 했다”고 말했다.
먼 거리를 통학하기도 한다. 서울 동작구 소재 대학에 재학 중인 4학년 김모(24)씨는 “지난해 군 복무를 마치고 돌아와 방을 구하니 월세가 너무 비쌌다”며 “모아 놓은 돈을 월세로 전부 소진해서 4학년이 된 올해부터는 다시 집에서 통학하고 있다”고 했다. 현재 그는 경기 남양주시에서 거주하고 있다. 학교까지 왕복 3시간 거리다.
전문가들은 대학가 월세 상승 추세가 계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고준석 연세대 상남경영원 주임교수는 “결국 공급이 늘어야 월세를 잡을 수 있다. 그런데 경기 침체로 부동산 시장이 어려운 상황에서 대학가에 새로운 주택 공급은 사실상 어렵다”고 했다.
이어 “기숙사 신·증축은 학교 부지의 한계가 있다. 따라서 민간기업이 기숙사를 지어 운영한 다음 학교에 기부채납하는 방식으로 지어야 하는데, 건설사들 상황이 좋지 않다 보니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서진형 광운대 부동산법무학과 교수는 “정부에서 영구임대주택을 지어 대학생 등 주거취약계층에 공급하는 것이 대안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예산 효율성 등을 따져야 해 단시간에 효과를 낼 수 있는 정책은 아니다”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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