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 증원은 의료개혁 필요조건일 뿐[포럼]

2024. 3. 13. 1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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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수의료와 지역의료 체계의 안정적 확보를 위해 2025학년도부터 의대 정원을 2000명 증원하는 정부의 조치에 반대하는 전공의들의 집단 근무지 이탈이 3주일 넘게 이어지고 있다.

이런 관점에서 필수·지역 의료체계 확보에 필요한 의료개혁에 대해 전공의들이 실력 행사로 반대하는 것은 올바른 선택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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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혁주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

필수의료와 지역의료 체계의 안정적 확보를 위해 2025학년도부터 의대 정원을 2000명 증원하는 정부의 조치에 반대하는 전공의들의 집단 근무지 이탈이 3주일 넘게 이어지고 있다. 이로 인해 여러 병원에서 환자들이 제때 치료를 받지 못해 많은 불편을 겪고 있다. 정부는 오는 25일부터 병원으로 복귀하지 않는 전공의에 대해 행정처분을 할 방침이라고 밝힌 상태다. 그 결과 의료체계의 혼란 가중과 그로 인한 의료대란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그러나 현재 필수·지역 의료체계가 크게 약해져 곧 붕괴할 수 있다는 위험성에 정부와 의료계 사이에 공감대가 있는 만큼 일반 국민은 실력 행사와 처벌이 아닌 협상과 타협을 통해 해법을 찾기를 바란다.

필수의료는 응급·외상·심뇌혈관 등과 같은 생명과 직결되거나 산모·어린이·장애인 등 의료 취약계층에 대한 의료, 감염병·공중보건 위기대응 등 사회에 꼭 필요한 의료 활동을 말한다. 국민의 인권을 보장하는 차원에서 정부가 반드시 책임지고 확보해야 하는 공공 서비스다. 또한, 모든 국민이 전국 어디서나 의료 서비스를 고르게 받을 수 있도록 지역 의료체계를 구축하는 일도 정부의 책임이다. 이와 함께 우리나라는 건강보험 체계를 통해 소득에 따라 보험료를 부과하고 진단과 치료가 필요한 환자에게 일정한 비율로 의료비를 지원하는 공적 의료체계를 운영하고 있다. 환자가 부담하는 의료비 상당 부분이 국민이 납부한 건강보험료로 충당된다.

따라서 의료 서비스를 직접 공급하는 의사와 간호사 등 의료인의 공적 역할과 책임은 공무원과 마찬가지로 매우 크다. 우리의 의료 서비스는 기본적으로 공공재이며, 이를 제공하는 의사들은 본질적인 의료 책무와 더불어 공적 책임을 진다는 뜻이다. 이런 관점에서 필수·지역 의료체계 확보에 필요한 의료개혁에 대해 전공의들이 실력 행사로 반대하는 것은 올바른 선택이 아니다.

오히려 의료계와 정부는 필수·지역 의료라는 공공재를 확보하기 위해 함께 머리를 맞대야 한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추계에 따르면, 의료 인력 공급이 현 수준에서 유지된다면 2035년에 2만7200명 이상의 의사가 부족할 것이라고 한다. 그렇다고 의대 정원 확대가 필수·지역 의료체계의 붕괴를 막고 국민의 의료 수요에 대해 적절한 공급을 보장하는 충분조건이라고 할 순 없다. 수가체계 개선, 의료사고 보상 강화, 전문의 교육비 부담 완화와 같은 제도적 개선책이 함께 마련돼야 한다. 의료계가 적극적으로 입장을 개진하고 관철을 위해 싸워야 할 내용이 바로 이 부분이다.

이와 함께 의료체계 내에서 역할 분담도 효과적으로 재조정해야 한다. 의료 전달체계를 더욱 확실하게 구축하고 집행해 종합병원으로 환자가 집중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또한, 과거의 사회적 환경에서 맞춰 정착된 의사와 간호사의 역할 분담도 재검토해 간호사가 행하는 최소한의 의료행위를 합법화해 의료 인력 부족을 메우는 방안도 논의해야 한다. 우리나라는 한 번도 겪어 보지 못한 저출생·초고령화 시대로 빠르게 진입하고 있다. 고정관념과 기득권에 집착해서는 지속 가능한 사회 발전을 도모할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인식하고 국민의 건강권을 보장하기 위한 의료개혁에 의료계가 앞장설 것을 촉구한다.

권혁주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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