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커버’ 언제까지 놀이일까[뉴스와 시각]

박동미 기자 2024. 3. 13. 1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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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년 전 세상을 떠난 프레디 머큐리가 21세기 K-팝 여제 아이유의 '내 손을 잡아'를 부른다.

공교롭게도 작사·작곡자(장기하)의 전 연인 아이유 AI의 커버곡이 가장 반응이 좋았고, '밤양갱' 인기를 견인한 1등 공신이 됐다.

그건 AI 커버가 일종의 놀이처럼 번지고 있어서일 것이다.

언제까지 AI 커버가 놀이일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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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동미 문화부 차장

30년 전 세상을 떠난 프레디 머큐리가 21세기 K-팝 여제 아이유의 ‘내 손을 잡아’를 부른다. 예순에 가까운 임재범이 걸그룹 뉴진스의 ‘하입보이’를 흥얼거린다. 상상이 아니다. 이미 100만 회 이상 조회 수를 올린 AI 머큐리, AI 임재범의 영상이다.

특정 가수나 유명인의 목소리를 학습한 AI가 대신 노래를 불러 주는, 이른바 AI 커버(따라 부르기) 영상이 유행이다. 몇 년 전만 해도 막대한 돈과 시간이 투입됐던 기술이 이제 2∼3분 만에 한 곡을 완성하니, 흥미 유발 요소에 제작의 용이성까지 더해져 폭발적으로 확산 중이다. 의외성이 클수록 대중의 감응도 뜨겁다. 머큐리, 임재범뿐만 아니라 음원 차트를 석권 중인 비비의 ‘밤양갱’은 고 김광석, 아이유, 박명수, 오혁, 그리고 만화 캐릭터 보노보노까지 불렀다. 공교롭게도 작사·작곡자(장기하)의 전 연인 아이유 AI의 커버곡이 가장 반응이 좋았고, ‘밤양갱’ 인기를 견인한 1등 공신이 됐다. 그러다 보니, 이런 ‘망상’도 드는 것이다. 아주 보수적인 정치인이 부르는 민중가요, 김정은이 부르는 애국가 같은 걸 듣게 된다면….(이미 누군가 만들었을지도 모른다)

‘AI가 사람의 일을 대체한다.’ 두렵지만 막연했던 그 말이 이토록 명확하고 가깝게, 그리고 일상적으로 드러난 적이 있던가. AI 커버의 확산은 알파고가 이세돌을 이기고 AI가 소설을 쓰는 거대하고 단편적인 이벤트와 다르다. 동시다발적이고 누구나 접근 가능해 훨씬 크고 충격적인 지각변동을 예고하는 사건이다. 하지만 이용자나, 비자발적 원재료(목소리) 제공자나 ‘흐린 눈’의 상태다. 그건 AI 커버가 일종의 놀이처럼 번지고 있어서일 것이다. 세상을 뜬 가수들이 요즘 노래를 불러 감동을 주고, 전혀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가수와 노래가 매치 되면 큰 웃음이 난다. 비판적 태도가 괜히 흥을 깰까 조심스러운 것이다. 개그맨 박명수는 AI 박명수의 노래를 듣고 “나보다 더 나 같았다”며 놀라움을 표했고, 가수 장윤정은 “이러면 가수가 녹음을 왜 하느냐”고 탄식하면서도 “시대의 흐름을 막을 수는 없다”고 인정했다.

언제까지 AI 커버가 놀이일 수 있을까. 재미는 반복하면 반감되고, 수용자는 더 큰 자극을 원한다. 더 예상 밖, 더 파격적 AI 커버를 욕망할 것이다. 또한, 숙고의 여유 따위 없는 디지털 세상은 그에 신속하게 부응할 것이다. 그때 부르지 않은 노래를 부르는 ‘딥보이스’ 기술은, 하지 않은 행위를 하는 ‘딥페이크’ 기술과 뭐가 다를까. 목소리 저작권 제도 정비와 법적·사회적 장치 마련이 시급하다는 이야기가 다시금 수면 위로 올라왔다. 그 말은 옳지만, 문제는 이 동어반복적 구호들이 공허할 지경이 됐다는 점이다. 그것은 “내 최애(가장 좋아하는 가수)한테 이런 노래 시키지 말아요”라는 팬들의 직접적인 호소보다도 힘이 없어 보인다.

가수의 일을 대신하는 AI에게 신청곡을 내고, 열광하는 대중을 보며, 우리가 이 자극적인 놀이에서 쉽게 발을 뺄 생각이 없음을 감지한다. 이제 시대는 어떤 촉구나 성찰, 철학도 무기력해진 단계가 된 건 아닐까. 이러다 진짜 망상이 현실이 될까 공포스럽다. 그때 놀이는 범죄가 될 것이고, 알다시피 그것은 한 끗 차이다.

박동미 문화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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