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젠 ‘적반하장 조국’이 두렵다[이현종의 시론]

2024. 3. 13. 1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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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종 논설위원
조국당, 민주당 위성정당 위협
4년7개월 ‘조국의 강’ 못 건너
재판 지연 법원이 조국 길 열어
이재명 방탄 보고 금배지 결심
의원 노리는 파리떼 몰려들어
조국 지지한 국민이 더 두려워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올해 11월 대선에서 당선될 가능성이 커질수록 세계 각국의 긴장도는 높아지고 있다. 온갖 ‘사법 리스크’에 상식을 뛰어넘는 그를 다시 경험한다고 하니 두렵기까지 하다. 더 낯설고 두려운 것은 다시 트럼프를 선택할 미국 국민이다. 그래도 미국인들의 집단지성으로 세계 질서의 중심을 잡아 왔는데, 이런 기준이 허물어진다면 앞으로 어떤 일이 벌어질지 알 수 없다.

요즘 여론조사에서 나타나는 조국혁신당의 약진을 보면서 트럼프의 선전과 비슷한 두려움을 느낀다. 법치를 농락하고 ‘내로남불’ 파렴치의 상징인 조국 대표를 지지하는 유권자가 이렇게 많을 것이라는 점은 상상하기 어렵다. ‘조국의 강’을 건너기는커녕 건널 생각도 없었던 것은 아닌지 의문이다. 비례정당 지지도에서 조국혁신당은 서울 등의 일부 지역에서는 더불어민주당의 비례 위성정당인 더불어민주연합보다 높은 15∼20%나 나오고 있다. 아직 컨벤션 효과일 수도 있으나 여타의 제3 지대에 비해 조국혁신당의 선전은 독보적이다.

조 대표와 그 일가족의 행태는, 입시비리 사건이 불거진 2019년 8월부터 4년 7개월 동안 국민은 생생히 지켜봤다. 딸 조민 씨를 의대에 입학시키기 위해 온갖 표창장 위조와 스펙 위조를 해 온 사실이 만천하에 드러났고, 법원도 이를 인정해 2020년 12월 부인 정경심 전 교수에게 1심에서 징역 4년을 선고했다. 1심 판사는 “진실을 말하는 사람들에게 정신적 고통을 가했다”고 꾸짖었을 정도다. 그러나 조 대표는 2019년 12월 기소돼 같은 혐의에 ‘유재수 감찰 무마’ 혐의를 더해 재판을 받았지만 ‘김명수 법원’의 조직적 비호로 4년 2개월째 대법원 확정판결이 나오지 않고 있다. 1·2심에서 모두 징역 2년이 선고됐지만, 법정 구속도 피하고 정당까지 만들어 제22대 비례대표 국회의원을 눈앞에 두고 있다. 자신의 가족이 무간지옥의 고통을 받았다지만, 정작 딸 조민은 셀럽으로 변신해 연일 좋은 식당과 옷 사진을 올리며 유튜브 스타로 떠올랐다.

이런 부조리한 현실을 만든 1등 조력자는 법원이다. 법치주의를 수호할 책무가 있는 법원이 의도적으로 재판을 지연시키고, 실형을 선고하면서도 구속하지 않으면서 마치 조 대표는 윤석열 정부에 맞서 싸운 영웅이나 된 것처럼 전국을 누비고 있다. 이래 놓고 민주주의와 법치주의의 최후 보루라고 할 수 있을까.

조 대표는 12일 비례후보를 신청했다. 지역구는 나갈 자신이 없고 나중에 대법원 확정판결이 나와도 다른 사람에게 승계가 되는 비례의원을 꼭 해야겠다는 것이다. 아마 이재명 대표를 보면서 이런 결심을 굳혔을 것이다. 이 대표는 자신보다 많은 혐의로 재판받고 있는데도 ‘방탄 금배지’를 이용해 당 대표도 하고 대선 후보 출마도 꿈꾸고 있으니 말이다. 절대 반지처럼 국회의원만 되면 대법원도 함부로 하지 못할 것이고, 만약 파기 환송이라도 된다면 다음 대선 출마도 가능할 것이라는 꿈을 꾸고 있다. 이러니 썩은 고기에 파리떼가 몰리듯 범법자들이 조국혁신당으로 몰려들고 있다. 영입 1호인 신장식 대변인은 음주와 무면허 운전 전과 4범이고, 의원 영입 1호인 황운하 의원은 울산시장선거 개입 사건으로 1심에서 징역 3년을 선고받고 불출마를 선언했다가 갑자기 조국당에 들어와 비례대표를 신청했다. 징계받은 전직 검사, 재판 중인 관료 등이 속속 합류하고 있다. ‘악의 평범성’이 여기서도 적용되는 것일까.

최소한의 도덕과 양식, 법치의식이 무너지고 있다. 더 참담한 것은 이런 조 대표를 지지하는 유권자들의 심리다. 가족 전체가 고통을 당했다는 측은함을 넘어서 이 정도 불법은 괜찮다는 의미인가. 윤 대통령이 밉기 때문에 조 대표 정도의 범죄는 문제 되지 않는다는 것인가. 조국 전문가인 이준우 여의도연구원 기획위원은 “핵심 지지층은 그에게 마음의 빚이 있는 친문”이라며 “이재명 대표가 친문을 학살하고 있는 상황에 이낙연보다 과격한 조국에게 마음이 더 가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동안 ‘조국의 강’은 민주당 문제였지만 이젠 우리 사회·정치권 전체가 조국의 바다, 아니 늪에 빠지고 있다. 거짓과 선동이 마치 정의로 포장되는 두려운 현실이다.

이현종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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