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만나면 TV 중계 불가? 일본, 평양 깜깜이 원정에 고심
일본이 2026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2차예선에서 만난 북한을 상대로 예상치 못한 고민에 빠졌다. 바로 ‘깜깜이 경기’다.
일본과 북한은 3월 A매치 기간에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2차예선 B조 3~4전을 치른다. 21일 일본 도쿄에서 먼저 3차전이 열린 뒤 26일 북한 평양으로 무대를 옮겨 4차전에 나서게 된다. 문제는 2연전의 마지막 방점을 찍는 4차전이다.
일본의 ‘스포츠호치’는 13일 “13년 만의 평양 원정 생중계가 불발될 가능성이 높고, 어쩌면 경기 영상 자체를 아예 보지 못할 수도 있다”고 보도했다.
국제연합(UN)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 제재가 ‘깜깜이 경기’를 걱정하는 이유다. 아시아축구연맹(AFC)은 2차예선 홈경기 중계 판매권을 각국 협회에 부여하고 있는데, 중계권을 팔아야 하는 북한과의 거래 자체가 이 대북 제재로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일본은 지난달 24일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열린 북한과 파리 올림픽 여자축구 최종예선 1차전은 자국에 생중계했다. 이 경기는 월드컵 2차예선과 달리 AFC가 중계 판매권을 갖고 있어 가능했다.
사실 월드컵 예선에서 북한을 만날 때마다 중계 문제로 곤혹스러운 것은 다른 나라도 마찬가지다. 한국 역시 2019년 10월 15일 북한 평양에서 열린 2022 카타르 월드컵 아시아 2차예선 3차전 당시 생중계 없이 경기 결과만 확인할 수 있었다. 북한의 거칠기 짝이 없는 플레이에 부상 위협을 느꼈던 손흥민(토트넘)은 0-0으로 비긴 뒤 귀국 인터뷰에서 “상대가 많이 거칠게 나왔다. 심한 욕설이 오가기도 했다”면서 “이런 경기에서 부상 없이 돌아온 것만으로도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북한은 경기가 며칠 지난 뒤 60분 안팎으로 편집된 영상을 DVD 형태로 제공했으나 녹화 중계가 되지는 않았다. 대한축구협회 관계자는 “분석용 DVD 영상으로 방송용으로는 사용하기에 부적합한 수준이었다”고 설명했다. 결국, 이 영상은 나중에 국내 언론에 공개돼 당시 경기 내용을 확인해 보도하는데 쓰였다.
황민국 기자 stylelom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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