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애 예능에 혈육이 웬말? 차원이 다른 레벨 입증한 이진주PD('연애남매')

정덕현 칼럼니스트 2024. 3. 13. 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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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남매’, 연애 리얼리티에 가족 서사가 붙으니 생겨난 것들

[엔터미디어=정덕현의 네모난 세상] "괜찮아?" 철현과 초아는 '남매의 방'에서 만나자마자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서로에게 그렇게 물었다. 두 사람은 남매다. 함께 JTBC, 웨이브에서 방영되는 연애 리얼리티 프로그램 <연애남매>에 출연했다. 이 연애 리얼리티는 남매가 함께 출연해 서로의 인연을 찾아간다는 색다른 차별성을 전면에 내세웠다. 방송을 보기 전까지만 해도 이게 과연 괜찮을까 싶었다. 남매가 함께라고?

남매라고 하면 어딘가 티격태격하면서도 서로를 위하는 마음을 드러내는, 손발이 오그라드는 그런 관계를 먼저 떠올리기 마련이다. 게다가 혈육이 누군가를 향한 마음을 갖게 되고 그래서 그걸 표현하는 걸 옆에서 바라본다는 건 평소 모습과 달리 보일 게 뻔하다. 그래서 사랑이라는 마음을 다루기 마련인 연애 리얼리티에서 '혈육'이라는 키워드가 잘 붙을까 싶은 거다.

하지만 이런 걱정이 기우에 불과했다는 건 여기 출연한 남매들의 면면이 하나씩 공개되면서 저절로 풀려버렸다. 이보다 따뜻하고 살뜰하게 서로를 혈육으로서 챙겨주는 마음을 가진 남매들이 있었던가. 깨발랄한 세승과 엉뚱한 재형은 툭탁대는 장난기가 가득한 남매로서 보는 이들의 마음을 밝게 만들고, 용우와 주연은 10살 차이가 나는 데다 아버지의 부재로 인해 오빠가 거의 아버지처럼 여동생을 챙겨주는 그런 훈훈함이 절로 묻어났다.

2회에 소개된 철현과 초아 남매의 관계는 더더욱 특별했다. 그들이 남매의 방에서 처음 보자 마자 "괜찮아?"라고 서로에게 물어본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었다. 가정불화가 있었고 어머니가 스무살에 암으로 돌아가셨단다. 그 엄마가 돌아가실 때까지 누나인 초아는 중학교 때부터 무려 7년 넘게 수발을 했다. 엄마 옆에 있기 위해 많은 걸 포기하며 살았다. 서울로 가려던 대학도 교환학생도 포기했다. 그런 누나를 옆에서 바라봐온 동생 철현의 마음이 어땠을까. 끝내 엄마가 떠나고 나자 철현은 갈등하는 누나를 데리고 서울로 상경했다. 그곳에서 남매의 새 삶이 열렸다.

이러한 가족의 서사가 있으니 이 <연애남매>라는 프로그램에서 철현과 초아 남매를 바라보는 시선이 남다를 수밖에 없다. 이들이 따뜻한 집에서 가족의 온기를 느낄 수 있었으면 하는 마음이 생기고, 나아가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 행복해지기를 바라게 된다. 가족 코드가 들어가 있는 구성안을 기획하면서 제작진이 철현, 초아에게 그런 구성이 불편할 수도 있다며 사전에 미리 이들에게 상의를 한 부분 또한 제작진의 배려 가득한 마음이 느껴졌다.

1회에 부모들이 챙겨주신 음식으로 첫 저녁식사를 함께 할 때는 몰랐었는데, 철현과 초아 남매의 이야기를 듣고 나서 그 장면을 다시 되돌려 보니, 이들이 느꼈을 소회가 남달랐다. "원래 이렇게 식사 모여서 자주 하세요?"라고 철현이 묻는 대목에 남다른 의미가 느껴졌고, 주로 혼자 먹는다는 철현에게 다른 출연자들이 같이 먹으니 어떠냐고 묻는 질문에 "너무 좋아요. 너무 단란하고."라고 답하는 철현의 말이 새삼스러웠다.

식사 도중 부모님의 전화가 온 세승의 모습을 보면서 그런 가족이 있다는 게 부러웠다고 솔직히 말하는 철현이 "되게 보기 좋으세요"라며 담담히 웃는 모습도 가슴을 건드렸다. 철현은 인터뷰를 통해 이를 지켜보는 게 대리만족도 된다며 "슬프기보다는 따뜻함을 많이 느꼈습니다"라고 말했다. 그리고 그건 아마도 이 프로그램을 바라보는 시청자들의 마음 그대로였을 게다. 철현이 그 모습을 보고 슬프기보다는 따뜻함을 느끼기를 더 바라고 있었을 테니.

이렇게 여기 출연한 남매들의 특별한 끈끈함을 확인하고 나니, 드디어 <연애남매>라는 연애 리얼리티가 가진 색다른 관전 포인트들이 점점 눈에 들어온다. 철현이 가진 매형에 대한 로망이 용우를 살갑게 대하는 모습으로 등장하고, 하지만 초아는 용우보다 대화가 통할 것 같고 진중한 모습을 보여주는 정섭에 마음이 간다며 혈육의 이상형과 본인의 이상형이 보이는 차이를 바라보는 색다른 관점이 눈에 띤다.

물론 프로그램의 룰에 의해 혈육이라는 걸 드러내고 내색할 수는 없지만 한 발 떨어져 때론 안타까워 하고 때론 응원하려는 모습이 발견되는 순간들도 빼놓을 수 없는 관전 포인트다. 이 프로그램을 연출한 이진주 PD의 전작이었던 <환승연애>에서처럼 이 프로그램도 저녁 시간에 그날 호감을 준 인물에게 익명의 메시지를 전하는 상황이 펼쳐졌지만 거기에도 혈육이라 더해지는 새로운 감정적 순간들이 등장한다. 메시지를 받고 즐거워하던 세승이나 정섭은 자신들의 혈육인 재형과 윤하가 하나의 메시지도 받지 못했다는 사실에 순간 굳어버린다.

차라리 자신이 0표를 받고 혈육이 많은 표를 받기를 바라는 이 착한 남매들은 그래서 은근히 혈육을 챙기는 모습을 보여준다. 세승은 오빠인 재형에게 공유를 닮았다는 다른 여자 출연자의 말에 애써(?) 공감해주고, 정섭은 인터뷰를 통해 아무도 자신의 누나인 윤하에게 메시지를 보내지 않았다는 사실에 화가 났다고 솔직한 심경을 전한다. 그래서 혈육이 누군가와 썸의 신호를 보낼 때 이들은 숨어서 미소를 보낸다. 그 광경은 여지없이 관찰카메라에 담겨 시청자들의 마음을 따뜻하게 만든다.

어찌 보면 사랑은 개인적 감정이 우선이고 그렇기 때문에 남매 같은 혈육이나 가족과는 조금은 어우러지지 않을 것만 같은 느낌을 주기도 한다. 그래서 <연애남매>라는 프로그램의 제목은 어딘가 언발란스하게 다가오는 면이 있다. 하지만 그것 역시 하나의 편견이자 선입견일 수 있다는 걸 이 프로그램은 보여주고 있다. 가족 개념은 사랑의 방해자가 아니라 지원자가 될 수 있고, 그래서 <연애남매>가 더해놓은 가족의 서사는 프로그램을 개인적 사랑의 설렘과 애틋함에 이를 감싸는 따뜻한 온기로 채워놓는다.

하루종일 일하고 늦게 귀가한 초아에게 "당장 앉아요"라며 저녁 식사를 챙기는 출연자들은 또한 또하나의 가족 같은 훈훈함을 보여준다. 그런데 그 속에서 정섭이 굳이 계란요리를 챙겨주는 애정과 그것을 옆에서 바라보며 흐뭇하게 미소를 짓는 철현의 가족애가 겹쳐지는 순간. 이토록 따뜻한 연애 리얼리티가 가능하다는 걸 이진주 PD는 <연애남매>를 통해 보여주고 있다. 역시 레벨이 다른 느낌이다.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JT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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