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품 만드려고 농사 짓는 회사[지구용]

유주희 기자 2024. 3. 13. 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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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연물에 주목한 '화장품 덕후' 정마리아 톤28 대표
농장에서 공장까지 '프레쉬 콜드체인 시스템' 구축
연구소의 정마리아 대표님. /오늘 사진은 모두 톤28 제공
[서울경제]

톤28에 대해 이미 알려진 바가 많으므로 짧게 소개하겠습니다. 정마리아 톤28 대표님은 화장품 덕후로서 화장품 회사를 10년 넘게 다녔지만, 언젠가부터 화학성분에 피부가 뒤집어지는 일이 잦아졌습니다. 그래서 비슷한 사람들을 위한, 천연의 화장품을 직접 만들게 됐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톤28은 화장품을 '바를거리'라고 부릅니다. 신선하게 먹거리처럼 만든다는 뜻.

톤28은 이미 유명해서 오히려 덜 궁금한 느낌이었는데, 실제 정 대표님과의 인터뷰에선 재미있는 이야기들을 많이 들을 수 있었습니다. 어떤 이야기를 나눴는지 정리해 봤습니다.

직접 키워서 만듭니다

톤28이 가장 인상깊은 지점은 바를거리 재료도 직접 재배한단 점입니다. 대표님은 화장품 회사를 그만둔 후 천연물의 효능을 연구개발하는 연구소에서 근무하면서 천연 원료에 눈을 떴습니다. 그래서 톤28은 대표님 고향인 해남에 농장을 운영해왔고, 규모도 점점 확대되는 중입니다.

몇년 전부터는 '병풀'도 재배하기 시작했습니다. 에디터는 화장품에 관심이 없어서 몰랐는데 병풀이 엄청 유명한 원료였습니다. '시카크림'의 '시카'가 바로 병풀. 정 대표님은 이렇게 설명했습니다.

"병풀은 원래 유럽에서 의약외품으로 먼저 쓰인 재료입니다. '마데카솔' 연고에 병풀 성분이 들어있죠. 아시아티코사이드 같은 성분이 상처에 새 살을 돋게 합니다. 피부에는 탄력 회복, 피부결 개선, 여드름 흔적 제거 같은 효능이 있습니다."

최근 수년 사이 병풀이 대유행하면서 거의 모든 브랜드가 병풀 제품을 출시했는데, 어디서 병풀을 가져다 만드는지는 알 수 없습니다. 화장품은 원산지 표기 의무가 없기 때문입니다. 피부가 예민한 정 대표님으로서는 "먹거리는 원산지를 일일이 따지는데 화장품은 안 그래도 된다는 게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해남에서 수확한 병풀.

그래서 톤28은 한국농촌진흥원, 농업과학원 등을 통해 병풀 모종 100개를 들여왔습니다. 2018년부터 2020년까지 무농약으로 미리 가꿔둔 해남 농장의 땅에 심었습니다.

하지만 병풀은 원래 국내에선 거의 자생하지 않습니다. 노지에 심은 병풀은 제대로 자라지 못했습니다. 다행히 온실 재배는 성공해서 2022년부터는 필요한 만큼 수확할 수 있게 됐습니다.

그리고 최근 드디어 ‘해남404 펩타시카 새벽 크림’(홈피 링크)을 포함한 톤28의 병풀 라인업이 출시됐습니다. 직접 재배한 원물로 화장품을 만들고 싶다는 화장품 덕후의 꿈이 이뤄진 셈입니다.

좋은 성분으로 꽉꽉 채웠어요

물론 직접 무농약으로 키웠다고 다 좋은 건 아닙니다. 정 대표님이 농촌진흥청 박사님들과 유효성분을 검증했는데, 해남 농장의 병풀들은 다행히도 가장 중요한 성분인 아시아티코사이드 함량이 월등히 높게 나왔습니다. 원산지에 따라, 자연광과 조명(형광등, LED등)에 따라, 토경인지 수경인지에 따라 유효성분이 조금씩 달라진다는 설명이 신기했습니다.

그리고 여기에 '아세틸헥사펩타이드'란 성분을 추가했습니다. 보톡스처럼 주름을 막아준다고 해서 '보톡스펩타이드'라는 별명이 붙은 성분입니다. 아시아티코사이드와 시너지 효과를 내서, 피부 손상을 막으면서 보습도 되고 피부 본연의 빛을 살리도록 제품을 만들었습니다. 나머지 성분들은 모두 식물성, 천연입니다. 예를 들어 계면활성제는 올리브 오일에서, 보존제는 사탕수수에서, 에센셜 오일은 식물의 잎과 줄기와 꽃에서 추출하는 식입니다. 톤28의 다른 모든 제품들과 마찬가지입니다.

해남 농장(사진)에서 직접 재배한 병풀은 이번에 출시된 새벽 크림뿐만 아니라 톤28의 모든 제품에 들어갈 예정입니다. 원래 화장품 성분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정제수 대신 병풀 추출물을 넣어서 더 좋은 성분으로 채우는 겁니다. 물론 병풀 추출물은 정제수보다 비싸지만, 톤28은 원래 그런 회사입니다. 전체 제조 비용 중 성분에 90%, 용기에 10%를 할애한다는 원칙이라 원료 비용을 따지면 수십 만원짜리 명품 화장품들보다 비싸다고 합니다.

해남에서 수확한 병풀은 건조와 이송 과정을 거쳐 톤28 공장으로 옮겨집니다. 신선한 병풀에서 추출물을 뽑아낸 후 곧바로 바를거리 제조에 투입. 추출해서 바로 제조하는 이 시스템을 '프레쉬 콜드체인 시스템'이라고 이름 붙여서 특허까지 냈습니다. "원료, 제조, 유통이 제각각인 다른 화장품 기업과 달리 톤28은 '초신선'을 추구해요. 포도만 해도 마트에서 사는 것보다 농장에서 갓 딴 게 맛있잖아요?"라는 정 대표님의 설명입니다.

제품 용기도 개선하려고 노력 중입니다. 현재 종이 용기나 재생 플라스틱을 쓰는데, 우리나라 SK케미칼이 개발한 새로운 소재가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을 최근에 받아서 톤28도 쓰려고 검토 중이라고 합니다.

물론 화장품은 개개인의 피부에 따라, 혹은 취향에 따라 호불호가 갈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누구나 좋아하는 완벽한 제품은 없을 겁니다. 다만 기존 업계와 시장의 틀을 깨는 시도가 앞으로도 늘어났으면 좋겠습니다. 소비자를 위해, 그리고 지구를 위해서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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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주희 기자 ginger@sedaily.com팀지구용 기자 use4u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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