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쟁률 1대1 밑돈 아파트, 서울에도 많았다 [분석+]

최아름 기자 2024. 3. 13. 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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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스쿠프 마켓분석
2023년 미분양 줄었지만
분양 물량 자체 감소 영향
1대 1 경쟁률도 미달하면
아파트 임의공급 공고 나와
임의공급 공고 1년치 분석
35개 단지 중 10개는 서울

도시 한복판을 걷다 보면 아파트 분양 모델하우스에 한번 들러달라고 발길을 잡는 사람들이 있다. 최근엔 이런 모델하우스에서 흔히 발견할 수 있는 문구가 있다. '선착순 동호수 분양'이다. 원하는 주택을 골라 분양받을 수 있다는 말이지만, 그 이면엔 다른 뜻이 숨어 있다. '미분양 주택'이란 거다. 문제는 이런 미분양 주택을 서울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는 점이다.

2023년 미분양 물량은 전년 대비 줄었지만 분양 물량 자체가 감소한 영향도 있었다.[사진=뉴시스]

거리를 걷다 보면 '선착순 동호수 분양' '회사 물량 공급'이란 문구를 적어놓은 모델하우스(견본주택) 현수막을 쉽게 볼 수 있다. '선착순 동호수 분양'이라는 건 정규 청약 접수가 끝난 후에도 남은 아파트가 있어 계속 판매 중이라는 뜻이다. 경쟁할 필요가 없으니 먼저 와서 마음에 드는 아파트의 층과 호수를 고르면 된다. 다시 말해 '미분양' 아파트를 팔고 있다는 거다.

이런 문구는 원래 분양이 잘되지 않는 지역에서나 볼 수 있었다. 하지만 최근 들어 서울 내에서도 이런 문구를 붙이고 홍보하는 모델하우스나 주택홍보관을 만나는 건 어렵지 않다. 수백 대 1의 청약 경쟁률을 내던 서울에서도 결국 미분양이 발생하고 있다는 얘기다.

지난 4일 서울 구로구 소재 아파트를 '선착순 동호수 분양'을 하고 있는 주택홍보관을 찾아가 봤다. 서울에서 투자하기 좋은 소형 아파트라는 홍보 문구를 내걸고 있었지만 주택홍보관은 3층에 있었고 이마저도 문이 닫혀 있었다. 시장이 좋을 때 대부분 전시관이 1층에 자리를 잡고 호객하는 것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였다.

식어버린 아파트 시장의 열기는 숫자로도 확인할 수 있다. 국토교통부가 집계한 미분양 주택 현황을 보자. 미분양 주택은 2018년 5만8838호에서 2019년 4만7797호, 2020년 1만9005호, 2021년 1만7710호로 급격하게 감소했다. 2022년엔 흐름이 바뀌었다. 미분양 주택이 전년 대비 3배 이상인 6만8107호로 급증했다. 2023년에는 미분양 물량이 6만2489호로 8.25% 줄긴 했지만 시장이 나아진 건 아니다.

[사진 | 뉴시스]

2023년 미분양 감소는 분양 물량 자체가 쪼그라든 데서 발생한 착시일 가능성이 높다. 실제로 국토교통부 자료를 근거로 계산해보면 2022년 총 21만7254호였던 분양 물량은 2023년 13만8446호로 36.2% 줄었다. 같은 기간 미분양 물량 감소폭(8.3%)보다 27.9%포인트나 컸다. 2023년 들어 미분양 주택이 약간 줄어든 건 언급했듯 분양 주택 자체가 더 많이 줄어든 영향 때문으로 풀이할 만하다.

그럼 2022년 이후 부동산 시장이 가라앉은 이유는 무엇일까. 분양은 원하지만 적당한 집이 없어서였을까. 아니면 애초에 분양 시장에 관심이 없는 것일까. 한국부동산원이 운영하는 청약 캘린더를 통해 분양 공고한 '미분양' 주택의 면면을 확인해 보자.

이 캘린더에서는 두 가지 종류의 미분양을 확인할 수 있다. 무순위와 임의공급이다. 무순위 공급은 청약 경쟁률이 1대 1 이상으로 청약 접수자가 주택보다 많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집을 사려는 사람들이 많았지만 계약을 하지 않아 다시 시장에 나온 미분양 주택이다. 임의공급은 청약 경쟁률이 1대 1을 밑돈 경우에 발생한다. 무순위 아파트는 그나마 원하는 사람이라도 많았지만 임의공급 아파트는 그렇지 않았다는 얘기다.

2023년 1월부터 2024년 3월 4일까지 전국을 대상으로 한 무순위와 임의공급 미분양 공고 수는 총 188건이었다. 무순위는 97건, 임의공급은 91건이었다.
먼저 무순위 공고를 자세히 들여다보자. 서울에선 16개 단지, 경기도에선 29개 단지가 무순위 공고를 냈다. 공고 건수를 보면, 경기 지역 아파트가 40건(41.2%), 서울이 25건(25.7%)이었다.

일례로, 포레나미아(서울 강북)는 무순위 공급을 8차까지 진행했고 2021년부터 무순위 공급을 시작했던 신림 스카이아파트(서울 관악)는 16번째 무순위 공고를 냈다. 회차가 많다는 건 관심을 가졌다가도 결정적인 순간에 계약을 포기한 이들이 적지 않았단 의미다.

그렇다면 애초부터 누군가의 선택도 받지 못한 임의공급 미분양 아파트는 어땠을까. 같은 기간 임의공급 공고 건수는 총 91건이었다. 아파트 단지로 치면 서울에선 10곳, 경기도에선 11곳이 임의공급 공고를 냈다. 임의공고 건수 자체는 서울이 가장 많았다. 전체 임의공고의 절반에 가까운 43건(47.2%)이 서울 지역에서 나왔다.

경기는 이보다 적은 28건(30.7%)이었다. 부동산 열기가 절대로 꺼지지 않을 것 같았던 서울에서 미분양이 더 심각했던 셈이다. 가령, 서울 강서구 화곡동에서 분양하는 한 주상복합 아파트는 2023년 6월 29세대를 1차 임의공급했다.

하지만 올 3월 13차 임의공급 시점까지 분양을 마친 세대는 9세대에 불과했다. 마찬가지로 2023년 6월 서울 구로 소재 아파트는 15세대를 2차 임의공급했지만 2024년 2월 9차 때까지 7세대를 털어내는 데 그쳤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최근 서울에서 발생한 미분양 아파트들은 도심 가까이에 있어도 입지가 좋지 않거나 고분양가로 수요자의 선택을 못 받았다"며 "일단 분양하면 완판할 것이라는 생각 자체를 바꿔야 할 정도로 어려운 상황"이라고 꼬집었다.

최아름 더스쿠프 기자
eggpuma@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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