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롯데·포스코, 베트남 고속도로 깔고 200억 물렸다
[편집자주] 해외 건설 수주액이 4년째 300억달러를 넘어섰다. 올해 목표는 400억달러다. 건설사들은 국내 부동산시장 침체가 길어지자 해외시장에서 활로를 찾고 있다. 정부도 '원팀코리아'로 수주 지원에 나섰다. 반면 해외 사업이 늘어난 만큼 '부실 수주' 위험도 커졌다. '황금향'을 쫓는 건설사들의 해외 사업 현주소를 짚어본다.
국제중재기관은 베트남 공기업이 한국 건설사들에게 공사대금을 지급하라고 판결했지만 베트남 정부의 비협조로 효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오히려 베트남 법원은 부실공사 관련 책임으로 한국 건설사가 100억원 이상 배상해야 한다고 명령했다.
13일 건설업계와 외교부 등 정부부처에 따르면 롯데와 포스코는 2018년 9월 개통된 베트남 '다낭~꽝응아이 고속도로' 건설 시공사로 참여했지만, 개통 5년 6개월이 지난 현재까지 공사대금 일부를 받지 못했다. 롯데건설이 받아야할 돈은 86억원, 포스코이앤씨가 받아야할 돈은 99억원 안팎으로 각각 추산된다. 돈을 못받는 기간이 길어질수록 이자비용이 늘어 미수금 규모는 더 커진다.
고속도로 공사 발주처인 베트남 VEC(Vietnam Expressway Corporation)는 공사 완성 이후에도 자국 건설사가 시공한 다른 구간의 부실공사를 이유로 한국 건설사들에게까지 공사대금을 지급하지 않았다. 이에 롯데건설은 2021년 3월 VEC를 상대로 국제 분쟁 중재기구인 싱가포르 소재 ICC(국제상공회의소)에 중재를 신청했다. ICC는 롯데건설의 손을 들어줬다. 지난해 10월 VEC가 롯데건설에 86억원을 지급하라는 중재 판결을 내린 것.
포스코이앤씨도 2021년 8월 ICC에 '베트남 다낭-꽝아이 고속도로 공사 유보금 등 미수금 청구' 소를 제기했다. ICC는 지난달 포스코이앤씨의 요청을 인정하는 내용의 중재 판결문을 내놨다. 소 제기 당시 포스코이앤씨의 소송가액은 한화 236억원이다. 이는 본드콜(Bond Call, 계약이행 보증) 등을 포함한 금액으로 이중 포스코의 미수금은 약 99억원이다.
ICC의 중재판결이 나왔지만 상황은 그대로다. 롯데와 포스코가 주 싱가포르 베트남 대사관에 중재판정문에 대한 영사인증을 신청했지만, 베트남 대사관이 사상최초로 이를 거부했기 때문이다. 영사인증을 못받으면 ICC의 중재 판결은 베트남에서 효력이 없다. 주 베트남 한국 대사관도 베트남 정부에 협조를 요청했지만 베트남 측은 요지부동이다. 자국 공기업의 이권을 지키려는 것이다.
2013년 11월 해당 공사 수주 당시 수주액은 롯데건설이 6200만달러(약 815억원), 포스코이앤씨가 4869만달러(약 640억원)였다. 당시 해외건설 수주 성과라며 기대를 모았지만 10년이 지났음에도 공사대금 중 상당 부분을 받지 못했다.
오히려 베트남 법에 따라 한국 건설사들이 100억원대 배상금을 낼 위기다. 베트남 하노이 인민법원은 지난해 10월 1심 재판에서 '다낭~꽝응아이 고속도로' 부실공사와 관련, 롯데건설이 70억원, 포스코이앤씨가 39억원 등 합계 약 109억원을 배상하라고 명령했다. 법원이 책정한 손해배상 금액은 각 시공사들의 입찰 패키지 규모에 상응하는 금액이다. 이 고속도로는 개통 직후 곳곳에 금이 가거나 포트홀(도로 파임) 현상이 일어나 부실공사 문제가 불거졌다.
시험기준이나 방법, 현장여건 등에 대해 시공사들이 반발했지만 베트남 법원은 VEC의 주장을 그대로 받아들였다. 롯데와 포스코를 포함한 5개 시공사는 항소에 나섰고, 2심 재판이 조만간 진행될 예정이다.
롯데건설은 지난해 12월에 주 베트남 한국 대사관에 지원을 요청했다. 이에 외교부는 '대한민국 대표' 자격으로 베트남 외교부에 공한을 발송하는 등 수차례 공식적으로 문제를 제기했다. 하지만 베트남은 여전히 요지부동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평화 기자 peace@mt.co.kr 조준영 기자 cho@mt.co.kr 이민하 기자 minhari@mt.co.kr 김인한 기자 science.inha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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