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의성과 우울증, ‘유전변이’ 96% 공유…작용하는 ‘방향’은 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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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의성과 우울증에 영향을 주는 유전적 요인(유전변이)이 96%가량 겹친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연구팀 관계자는 "다만 해당 유전변이가 창의성과 정신장애에 항상 같은 방향으로 영향을 주지 않았다는 점 역시 주목할 필요가 있다"며 "이는 단순히 정신장애가 있는 사람들이 더 창의적이라거나 창의적인 사람들이 정신장애에 취약하다는 속설과는 다른 결과로, 같은 유전변이가 개인별로 다르게 작용한다는 점이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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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가는 정신질환에 취약하다는 속설은 잘못된 것”
창의성과 우울증에 영향을 주는 유전적 요인(유전변이)이 96%가량 겹친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다만 해당 유전변이가 작용하는 방향성이 달라 단순히 정신장애가 있는 사람들이 더 창의적이라거나 창의적인 사람들이 정신질환에 취약하다는 속설은 틀렸다는 게 연구팀의 설명이다.
명우재 분당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와 원홍희 성균관대 삼성서울병원 교수 공동 연구팀(김혜진‧안예은‧윤주현 연구원)은 창의성과 정신질환 사이의 유전적 연관성을 조사‧분석한 결과, 이러한 사실을 확인했다고 13일 밝혔다.
이 연구결과는 국제학술지 ‘정신의학연구(Psychiatry Research)’에 최근 게재됐다.
창의성은 새로운 생각이나 개념을 발견하거나 기존에 있던 생각이나 개념들을 조합해 새로운 무언가를 생각해내는 능력으로 예술‧건축‧과학 등 독창적인 사고를 요구하는 수많은 직업군에서 반드시 필요한 역량으로 꼽힌다.
다만 이러한 창의성은 정신질환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역사적으로 천재로 불리는 과학자나 예술가의 상당수가 정신질환을 겪었다는 이야기가 대표적이다. 실제로 여러 관찰 연구에서 예술가 집안에서 우울증이나 양극성장애가 흔하다는 점이 보고된 바 있다.
연구팀은 창의성과 정신질환 사이의 유전적 연관성을 규명하기 위해 유전자‧생활습관‧건강정보‧생물학적표본 등 바이오의학 데이터가 담긴 영국 바이오뱅크(UK Biobank)에서 유럽인 약 24만명을 351개의 직업으로 구분한 후 얼마나 창의적인 직업에 종사했는지를 수치화해 창의성 점수를 부여했다. 이후 연구 대상자들에게 전장유전체연관성분석(Genome-wide association study) 등 다양한 유전체 연구를 실시했다.
그 결과, 창의성 점수와 연관된 25개의 유전변이를 발굴했으며, 해당 변이들이 뇌 조직 중 특히 해마와 대뇌 피질 발현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을 확인했다.
특히 주목할 만한 성과는 창의성과 정신질환의 복잡한 연관성을 유전체 수준에서 밝혀냈다는 점이다.
창의성과 연관이 있는 유전변이의 상당 부분이 실제로 정신질환에도 영향을 끼치는 것으로 보였는데, 대표적으로 창의성과 우울증은 서로 96%의 유전변이를 공유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 관계자는 “다만 해당 유전변이가 창의성과 정신장애에 항상 같은 방향으로 영향을 주지 않았다는 점 역시 주목할 필요가 있다”며 “이는 단순히 정신장애가 있는 사람들이 더 창의적이라거나 창의적인 사람들이 정신장애에 취약하다는 속설과는 다른 결과로, 같은 유전변이가 개인별로 다르게 작용한다는 점이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또 연구팀은 이번 연구를 통해 밝혀진 유전적인 요인으로 설명할 수 있는 창의성의 영역은 전체 창의성의 약 7.5% 수준이기 때문에 이를 기반으로 개인의 창의성을 예측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전했다.
명우재 교수는 “창의성에 대한 분자생물학적인 원인을 찾아냈을 뿐만 아니라, 창의성과 많은 유전변이를 공유하는 정신질환에 대한 이해를 넓히는 연구결과”라며 “향후 정신질환의 원인을 규명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원홍희 교수는 “기존의 창의성 측정법은 대규모 코호트 연구에 적용하기 어렵다는 제약이 있었다”며 “이번 연구는 수십만명에 달하는 대규모 연구 참가자들의 직업 조사결과를 기반으로 창의성을 정의함으로써 대규모 유전 분석이 가능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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