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은행 연이어 금융사고 자진신고…자체 적발 시스템 작동하기 시작했나
은행 자체감사로 적발 후 금감원에 자진신고…내부통제 일부 긍정 시그널도
[서울=뉴시스] 이정필 기자 = NH농협은행에 이어 KB국민은행에서도 100억원대 대출 부풀리기 금융사고가 발생해 금융감독원이 검사에 들어갔다. 연이은 금융사고에 대한 평가는 엇갈린다. 내부통제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는데도 계속해서 금융사고가 터지는 데 대해 비판의 목소리가 높지만, 자체감사 과정에서 사고를 인지하고 자진해서 금융당국에 신고하는 건수가 늘면서 자체 적발 시스템이 비로소 작동하는 것이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이에 따라 사후 적발 시기를 점차 앞당기고, 개인의 일탈로 인한 금융범죄를 사전에 막는 예방 차원으로 내부통제를 고도화해 나가는 과제가 대두되고 있다.
13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민은행 안양 지역 영업점에서 여신 담당 A직원이 부동산 담보 가치를 부풀려 실제 가격보다 더 많은 대출을 내주는 업무상 배임 혐의의 사고가 발생했다. A직원은 지난해 하반기 지식산업센터 내 상가 분양자들을 대상으로 104억원 규모의 담보 대출을 취급했다. 이 과정에서 할인 분양 가격이 아닌 최초 분양 가격을 기준으로 적용해 대출액을 부풀린 혐의를 받는다.
해당 상가는 수년간 미분양 상태로 원분양가보다 낮게 시세가 형성됐다. 하지만 A직원은 실제 상가 매입가보다 높은 분양가로 담보 가치를 산정해 추가 대출을 실행한 것으로 드러났다. 국민은행은 최근 자체 감사에서 이 같은 사실을 적발하고 금감원에 보고했다. 이에 금감원은 현장 검사를 진행하고 있다.
은행이 입은 실제 손실액은 아직 확인 전이다. 의도적으로 금액을 부풀려 과대 대출을 한 경우 업무상 배임 등 혐의를 받을 수 있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A직원은 현재 업무에서 배제된 상태"라며 "다른 직원들도 연루됐는지, 부당 대출 기간과 규모는 어느 정도인지 등은 앞으로의 조사 과정에서 밝혀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농협은행에서는 업무상 배임으로 109억원의 금융사고가 발생한 바 있다. 배임 사고가 발생한 기간은 지난 2019년 3월25일부터 지난해 11월10일까지다. 해당 B직원은 영업점에서 대출업무를 담당하면서 4년8개월 동안 지속적으로 배임을 한 혐의를 받는다.
농협은행은 내부 감사 과정에서 차주의 매매계약서상 거래금액과 실거래금액이 상이한 점을 발견했다. 이를 대출 금액의 과다 상정으로 추정하고 여신 취급자인 B직원의 고의적인 의도 여부를 경찰에 수사 의뢰했다. 해당 건 역시 금감원에서 검사를 진행 중이다.
농협은행과 국민은행의 이번 배임 혐의 사건은 은행이 자체감사 과정에서 적발해 금감원에 신고하면서 드러났다. 과거 뒤늦게 밝혀진 횡령 등과는 달리 내부통제 시스템이 점차 정상적으로 작동하고 있다는 일부 긍정적인 평가도 나오는 배경이다.
은행권의 배임과 횡령 등 금융사고는 계속해서 이어지고 있다. 최근에는 장기간에 걸친 범죄 규모가 수백억원대로 점차 커지는 양상이다. 업계 내부에서는 앞으로 내부통제 강화가 사후 적발 시점을 점차 앞당기고, 궁극적으로는 개인의 일탈로 인한 금융범죄를 시스템적으로 사전에 차단해 예방하는 차원으로 올라가야 한다는 자성의 목소리가 커진다.
조용병 은행연합회장은 최근 취임 100일 기자간담회에서 "금융 사고는 일단 끝이 없다"며 "요새는 보면 터지는 게 너무 크다"고 지적했다. 조 회장은 "그동안 내부통제 부분들이 참 부족한 게 많지 않았나 생각한다"며 "내부에서도 항상 크로스 체킹할 수 있는 생각을 갖고 각 라인에서 다 들여다봐야 되지 않겠나"라고 진단했다.
이어 "책무구조도에 대한 관점은 실제 영업 현장에서 1선, 2선, 3선이 명확한 인식과 실천 의지가 있어야 된다"면서 "그런 부분이 기업의 문화로서 승화돼야만 정상적으로 작동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사원은행들의 역량을 모아 내부통제의 실질적인 부분을 위해서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roman@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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