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년 만에 통합우승 불씨 살렸는데…김연경 라스트댄스 현실로? 거취 오리무중 “계속 고민 중, 아직 노코멘트”
[OSEN=수원, 이후광 기자] 극적으로 승점 3점을 따내며 17년 만에 통합우승 불씨를 살린 ‘배구여제’ 김연경(36·흥국생명). 그렇다면 그의 다음 시즌 거취에도 변화가 있는 것일까.
흥국생명은 지난 12일 수원실내체육관에서 열린 도드람 2023-2024 V리그 여자부 6라운드 현대건설과의 원정경기에서 세트 스코어 3-0(25-22, 27-25, 25-20) 완승을 거뒀다.
흥국생명은 지난 8일 꼴찌 페퍼저축은행전 충격패 아픔을 치유, 정규리그 1위를 향한 실낱같은 희망을 이어나갔다. 시즌 27승 8패(승점 76)를 기록하며 선두 현대건설과의 승점 차를 1점으로 좁혔다. 홈 축포를 노리던 현대건설에게 찬물을 제대로 끼얹었다.
팀 내 두 번째로 많은 16점(공격성공률 45.45%)을 책임진 김연경은 경기 후 수많은 취재진에 “다들 현대건설 취재하려고 오셨나봐요”라고 너스레를 떨며 “지난 페퍼저축은행전 이후 충격도 많이 받았고, 분위기도 너무 안 좋았는데 오늘 경기가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지면 현대건설이 1위를 확정 짓는다는 걸 다 알고 있었다. 봄배구에서 만날 상대라 집중했는데 승점 3점을 획득했다”라고 소감을 전했다.
이날은 모처럼 흥국생명의 공격 배분이 이상적으로 이뤄졌다. 윌로우 21점, 김연경 16점, 레이나 14점으로 삼각편대의 고른 공격이 승리의 원동력으로 작용했다.
김연경은 “오늘처럼만 하면 잘 될 텐데 그렇게 쉬운 것만은 아니다. 상황과 각자 컨디션이 있고 상대성도 있다”라며 “모든 선수들이 오늘 경기는 각자 위치에서 잘해줬고, 김수지는 듀스 만드는 블로킹을 했다. 이제 플레이오프, 챔피언결정전에 가면 긴장감이 생길 텐데 그걸 어떻게 이겨낼지 선수들과 잘 이야기할 생각이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직전 경기 패배를 추스르는데 어려움이 있었다. 숙소 오는 과정에서도 힘들었다. 다음날 훈련도 분위기가 많이 안 좋았는데 감독님이 열심히 하자고 푸쉬해주셨다. 선수들과 그날 경기를 생각하고 반성하면서 이번 경기를 보여줘야 한다는 이야기를 했는데 오늘 잘 보여줘서 다행이라고 생각한다”라고 덧붙였다.
만원관중에 일조한 원정팬들을 향한 인사도 잊지 않았다. 김연경은 “처음에는 관중이 많이 안 차서 의아했는데 다들 퇴근하고 와주셨다. 우리 팬들이 더 많은 걸로 봤고, 힘이 더 났다. 응원해주셨는데 결과로 보여드릴 수 있어서 기분이 정말 좋다”라고 전했다.
흥국생명은 지난 8일 적지에서 페퍼저축은행 상대로 1-3 충격패를 당했다. 이튿날 현대건설이 IBK기업은행을 3-0으로 꺾으며 정규리그 1위 희망이 사실상 사라진 상황이었다. 그러나 이날 홈에서 축포를 노린 현대건설에 귀중한 승점 3점을 따내며 1위 주도권을 다시 가져왔다.
물론 여전히 유리한 고지에 서있는 건 현대건설이지만 흥국생명이 15일 홈에서 GS칼텍스를 제압한다면 현대건설이 16일 큰 부담감 속에 광주 원정길에 오를 수밖에 없다. 특히 GS칼텍스 상대 승점 3점을 따낼 경우 현대건설이 무조건 3점을 획득해야 챔피언결정전에 직행할 수 있다.
김연경은 “우리가 먼저 경기를 하기 때문에 잘하는 게 중요하다. 잘한다는 것은 이기는 것뿐만 아니라 승점 3점을 갖고 와야 한다는 뜻이다. 그래야 더 많은 가능성이 생긴다”라며 “이기기도 하고 승점 3점을 가져올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야한다. 야스민, 박정아 등 페퍼저축은행 컨디션이 좋더라”라고 힘줘 말했다.
긴 해외생활을 마치고 2020-2021시즌 국내 복귀한 김연경은 아직 우승트로피와 인연을 맺지 못했다. 첫 시즌 정규리그 2위에 올라 플레이오프를 거쳐 챔피언결정전에 진출, GS칼텍스에 3패로 무릎을 꿇었고, 2022-2023시즌에는 정규리그 1위로 챔피언결정전에 직행했으나 한국도로공사 기적의 업셋 우승 희생양이 됐다. 김연경은 당초 지난 시즌을 마치고 은퇴할 계획이었지만 우승을 위해 현역을 연장하기로 결심했다.
이제 2023-2024시즌도 한 경기면 팀당 36경기 대장정이 마무리된다. 김연경은 “몸이 힘들긴 하다. 마지막에 오니 조금 더 지치기는 한다. 그러나 이제 이런 건 여유가 아닌 핑계다”라며 “우리도 한 경기가 남았고, 플레이오프든 챔피언결정전이든 어떻게든 컨디션을 잘 유지하는 게 중요하다”라고 강조했다.
전날 승점 3점을 따내며 2006-2007시즌 이후 17년 만에 통합우승 불씨를 살린 배구여제. 그렇다면 다음 시즌 거취에도 변화가 있을까. 김연경은 “고민은 하고 있다. 아직까지는 노코멘트 하겠다”라며 말을 아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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