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격의 5실점→1이닝 퍼펙트 부활' 고우석 대반전, 서울시리즈 한국행 앞두고 '기사회생'... 개막전 기회 올까 [SD-ARI 리뷰]

김우종 기자 2024. 3. 13. 1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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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뉴스 | 김우종 기자]
샌디에이고 고우석.
'코리안 메이저리거' 고우석(26·샌디에이고 파드리스)이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와 시범경기에서 구원 등판해 1이닝을 퍼펙트로 깔끔하게 잘 막았다. 팀 동료인 김하성(29·샌디에이고 파드리스)은 안타를 치지 못하며 한 박자 쉬어갔다.

고우석은 13일(이하 한국시간) 미국 애리조나주 피오리아의 피오리아 스포츠 콤플렉스에서 열린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와 2024 미국 프로야구(MLB) 메이저리그 캑터스리그 시범경기에서 7회초 팀의 4번째 투수로 구원 등판, 1이닝 무실점 퍼펙트 투구를 펼쳤다.

고우석은 지난 11일 LA 에인절스를 상대로 ⅓이닝 5실점으로 무너진 바 있다. 그러나 KBO 리그 최고 클로저로 활약했던 고우석에게 부진은 단 1경기면 충분했다. 이날 다시 부활하는 모습을 보인 고우석은 평균자책점을 종전 16.20에서 12.46까지 끌어 내리며 기사회생했다.

고우석은 양 팀이 2-2로 팽팽히 맞선 7회초 구원 등판했다. 상대 타자는 카일 갈릭. 초구를 변화구로 몸쪽 볼을 던진 고우석은 2구째 한가운데로 변화구를 스트라이크로 꽂았다. 그리고 3구째. 몸쪽 높은 코스로 속구를 던졌는데, 타구가 먹히면서 3루 쪽 파울이 됐다. 1-2의 유리한 볼카운트를 점한 고우석은 바깥쪽으로 낮게 공을 하나 빼봤다. 그리고 5구째. 한가운데서 뚝 떨어지는 변화구에 배트를 돌리며 받아쳤으나, 타구는 유격수 글러브 안으로 빨려 들어갔다.

산뜻한 출발을 한 고우석은 후속 알버트 알모라 주니어를 상대했다. 고우석은 이번에도 속구가 아닌 87마일(약 140km) 커터를 뿌리며 헛스윙을 유도했다. 앞서 난타를 당했을 때 속구 일변도로 볼 배합을 가져간 것과 분명한 차이가 있었다. 그리고 2구째. 몸쪽으로 뿌린 90마일 (약 144.8km) 빠른 볼에 알버트 알모라 주니어의 배트가 나왔고, 타구는 평범한 3루 땅볼로 연결됐다. 2아웃.

샌디에이고 파드리스 고우석.
고우석.
고우석.
다음 타자는 터커 반하트. 고우석은 평정심을 잃지 않았다. 침착한 와인드업 자세 이후 초구는 바깥쪽 높은 볼을 던졌다. 이어 2구째 뚝 떨어지는 변화구를 뿌리며 반하트의 배트를 유도했고, 타구는 역시 3루수 글러브로 들어갔다. 고우석이 깔끔하게 퍼펙트 투구로 1이닝을 완벽하게 책임진 순간이었다. 고우석의 이날 총 투구수는 9개. 그 중 스트라이크는 6개, 볼은 3개였다. 고우석의 시범경기 성적은 5경기에서 승리 없이 1패 평균자책점은 12.46. 4⅓이닝을 던지는 동안 8피안타(1피홈런) 6실점(6자책) 2볼넷 5탈삼진 피안타율 0.364, WHIP(이닝당 출루허용률) 2.31의 성적을 올렸다.

아울러 고우석의 팀 동료인 김하성은 이날 5번 타자 겸 유격수로 선발 출장했으나 3타수 무안타에 그쳤다. 김하성은 양 팀이 0-0으로 맞선 1회말 2사 1, 2루 기회에서 첫 번째 타석에 섰다. 상대 애리조나 투수는 에이스 잭 갤런. 김하성은 초구 한가운데 스트라이크를 그냥 지켜본 뒤 볼 2개를 골라냈다. 이어 4구째를 공략했으나 중견수 뜬공으로 물러나고 말았다. 계속해서 양 팀이 0-0으로 팽팽하던 3회말. 무사 1루 상황에서 두 번째 타석을 밟았다. 김하성은 이번엔 과감하게 갤런의 초구 한가운데 커브를 공략했다. 노렸다는 듯이 힘차게 배트를 휘둘렀으나 아쉽게 빗맞으면서 2루수 플라이 아웃이 됐다. 김하성은 타격 후 고개를 숙이며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다. 이어 6회에는 선두타자로 나와 코빈 마틴을 상대했으나 중견수 뜬공으로 물러나고 말았다. 김하성은 7회초 수비를 앞두고 레오달리스 데 브리스 대신 교체되며 이날 자신의 경기를 마무리했다. 김하성의 시범경기 성적은 10경기에서 타율 0.304(23타수 7안타), 2루타 2개, 1홈런, 4타점, 3득점, 4볼넷, 5삼진, 3도루, 출루율 0.393, 장타율 0.522, OPS(출루율+장타율) 0.915가 됐다.

김하성.
김하성이 지난달 23일(한국시간) 미국 애리조나주 피오리아 스타디움에서 열린 LA 다저스와 2024 메이저리그 시범경기 개막전에서 2회 안타를 친 뒤 주루 플레이를 펼치고 있다.
고우석은 지난 1일 미국 애리조나주 메사의 호호캄 스타디움에서 열린 오클랜드 애슬레틱스전에서 시범경기 데뷔전을 치렀다. 고우석은 8회 마운드에 올라 1이닝 동안 역시 1개의 안타를 내주긴 했지만, 2탈삼진 무실점으로 자신의 몫을 다했다. 당시 총 15개의 공을 뿌린 가운데, 스트라이크 비율은 60%였다. 타자 4명을 상대하는 동안 볼넷은 1개도 허용하지 않았다는 점이 고무적이었다. 더불어 자신의 구위가 메이저리그에서도 통한다는 것을 확인한 점도 큰 수확 중 하나라 할 수 있었다. 그 경기에서 선두타자 타일러 소더스트롬을 삼진 처리한 뒤 또 다른 코리안 메이저리거인 박효준을 2루 땅볼로 유도했다. 후속 쿠퍼 보먼에게 좌전 안타를 내줬으나, 맥스 슈먼을 재차 삼진으로 잡아내며 자기 투구를 마쳤다.

다만 고우석은 지난 4일 피오리아 스타디움에서 열린 시애틀 매리너스와 시범경기에서는 1이닝 2피안타 1볼넷 1탈삼진 1실점으로 흔들리는 모습을 보였다. 두 번째 등판이었던 고우석은 7회초 팀의 4번째 투수로 마운드를 밟은 뒤 선두타자 조니 파멜로에게 우익수 방면 3루타를 얻어맞았다. 이어 맷 셰플러를 상대로 볼넷을 허용한 뒤 다음 타석에 들어선 콜 영에게 중전 적시타를 허용하면서 실점을 기록했다. 고우석이 메이저리그 시범경기에서 첫 실점을 기록한 순간이었다. 계속된 무사 1, 2루 위기에서 고우석은 타일러 로클레어를 루킹 삼진, 마이클 아로요를 우익수 뜬공, 라자로 몬테스를 좌익수 뜬공으로 각각 잡아내며 추가 실점은 하지 않았다. 분명 실점하면서 크게 흔들릴 법도 했지만, 세 타자를 연속 범타 처리하며 이닝을 마무리 짓는 모습은 좋았다.

그리고 사흘 만인 지난 7일 고우석은 신시내티 레즈와 시범경기에서 7회초 팀의 5번째 투수로 구원 등판, 1이닝 동안 안타 1개를 허용했지만 1탈삼진 무실점으로 호투했다. 고우석은 팀이 2-6으로 뒤지고 있던 7회초 마운드에 올랐다. 고우석은 선두타자 스펜서 스티어를 좌익수 뜬공으로 유도하며 산뜻한 출발을 했다. 하지만 다음 타자 에르난 페레즈를 상대로 좌익수 방면으로 향하는 2루타를 얻어맞으며 순식간에 실점 위기를 맞이했다. 페레즈는 지난 2021시즌 도중 한화 이글스에서 대체 외국인 타자로 그해 시즌을 마칠 때까지 활약한 바 있다. 1사 2루의 실점 위기를 맞은 고우석. 그렇지만 고우석은 더 이상 흔들리지 않고 자신의 공을 뿌렸다. 후속 P.J. 히긴스를 루킹 삼진으로 처리하며 아웃카운트 2개를 채웠다. 히긴스와 대결하는 과정에서는 2루 주자였던 페레즈가 3루 도루에 성공하기도 했다. 더욱 압박을 받을 수도 있었지만 고우석은 다음 타석에 들어선 타일러 스티븐슨을 3루 땅볼로 유도하며 실점 없이 자신의 투구를 마쳤다.

고우석.

샌디에이고 파드리스 투수 고우석.
샌디에이고 파드리스 투수 고우석.
하지만 나흘 만인 지난 11일 그의 네 번째 등판이 그야말로 머릿속에서 지우고 싶은 악몽이나 다름없었다. 고우석은 애리조나주 탬피 디아블로 스타디움에서 펼쳐진 LA 에인절스와 시범경기에서 팀이 4-0으로 앞선 6회말 등판, ⅓이닝 4피안타(1피홈런) 1볼넷 1탈삼진 5실점으로 무너졌다. 선두타자 마이크 트라웃에게 우익선상 안쪽에 떨어지는 3루타를 허용했다. 평소와 같은 수비 전형이라면 쉽게 처리할 수 있는 타구로 보였다. 그렇지만 샌디에이고 우익수 팀 로카스가 중앙 쪽으로 치우친 시프트를 펼친 가운데, 전력으로 뛰어와 다이빙 캐치를 시도했으나 놓치고 말았다. 타격 직후 고개를 숙이며 아웃을 직감했던 트라웃은 타구가 페어 지역에 떨어지자 2루를 돌아 지체없이 3루까지 질주했다. 어쩌면 불운으로 출발하면서 모든 게 꼬였을지도 모른다.

고우석은 계속해서 위기를 허용했다. 리반 소토를 상대로 풀카운트 승부 끝에 볼넷을 허용했다. 이어 애런 힉스에게 한가운데로 몰린 실투가 나오면서 우측 담장으로 향하는 2타점 적시 2루타를 얻어맞았다. 여기가 끝이 아니었다. 거짓말 같은 난타가 시작됐다. 테일러 워드마저 고우석의 속구를 좌중간 외야로 날리며 1타점을 추가했고, 급기야 브랜든 드루리에게는 우중간 담장을 넘어가는 투런포를 내주고 말았다. 고우석의 속구가 또 가운데 높은 쪽으로 몰렸고, 드루리는 이를 놓치지 않았다. 이후 로건 오홉을 삼진 처리하며 한숨 돌리는 듯했으나 잭 네토의 평범한 우익수 뜬공을 샌디에이고 우익수 로카스트로가 한 번에 처리하지 못하면서 네토는 2루에 안착했다. 결국 고우석의 투구는 여기까지였다. 션 레이놀즈가 그 뒤를 이어 마운드에 올랐고, 다행히 레이놀즈가 추가 실점은 하지 않으면서 고우석의 자책점도 더 이상 늘어나지 않았다.

그리고 이틀 만인 이날 등판에서 고우석은 1이닝 퍼펙트로 자신의 원래 모습을 보여줬다. 이제 샌디에이고는 오는 14일 오클랜드 애슬레틱스와 캑터스리그 시범경기를 끝으로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리는 LA 다저스와 개막전을 치르기 위해 한국행 비행기를 탈 예정이다. 고우석의 시범경기 등판은 더 이상 없을 전망이다. 샌디에이고는 15일 한국에 입국해 하루 휴식을 취한 뒤 17일 팀 코리아, 18일 LG 트윈스와 각각 평가전을 치른다. 이 평가전에서 고우석이 등판할 가능성도 있다. 이어 19일 휴식 후 20일과 21일 대망의 메이저리그 개막전에 임한다. 앞서 샌디에이고 구단은 고우석과 팀 동료 김하성이 모두 한국으로 향한다고 알렸다. 그렇지만 한국으로 오는 것과 개막 엔트리 진입은 또 다른 문제이기에, 고우석이 개막 엔트리에 승선할지 큰 관심이 모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샌디에이고 파드리스 고우석.
샌디에이고 파드리스 투수 고우석(왼쪽).
그래도 사령탑은 고우석을 향해 믿음의 신호를 보내고 있다. 샌디에이고 파드리스 구단에 따르면 12일 마이크 쉴트 샌디에이고 감독은 현지 취재진과 인터뷰에서 고우석에 대해 "(11일 경기에서는) 몇 개의 공이 홈플레이트 가운데 쪽으로 다소 몰렸다. 그리고 상대 타자들이 좋은 스윙을 했다"면서 오히려 상대 타자들을 치켜세웠다. 그러면서 쉴트 감독은 "(11일) 경기에서는 그의 투구에 있어서 볼 끝이 충분하지 않은 모습이었다. 그렇지만 때로는 이런 날도 있는 법이다. 나의 마음은 편안하다. 고우석은 자신이 무엇을 할 수 있는지 보여줄 기회를 또 다른 기회를 얻을 것"이라면서 믿음을 심어줬다.

KBO리그를 지배하는 마무리 투수였던 고우석은 역시 속구 구위가 살아나야 한다. 미국 야구 매체 베이스볼 아메리카(BA)는 지난해 12월 고우석에 관해 "그는 파워풀한 스터프를 가진 우완 투수"라면서 "속구는 93~95마일(약 149.7~152.9㎞)에 형성되고 있다. 최고 98마일(약 157.7㎞)의 속구를 뿌린다. 다만 투구 동작에서 디셉션(숨김 동작)이 부족한 편이다. 때로는 밋밋한 속구를 던진다. 그렇지만 여전히 순수한 구위만으로 타자를 상대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이어 BA는 "고우석은 공격적인 피칭을 하는 투수다. 하지만 속구가 날리는 경향이 있다. 전반적으로 평균에 약간 못 미치는 제구력을 지니고 있다. 그 이상의 성과를 내기 위해서는 세컨드 피치(두 번째 구종)를 조금 더 날카롭게 가다듬을 필요가 있다. 성장 가능성은 여전하다"고 덧붙였다.

고우석은 KBO리그에서 포스팅 시스템(비공개 경쟁 입찰)을 거쳐 메이저리그에 진출한 7번째 선수다. 투수만 놓고 보면 류현진과 김광현(SSG 랜더스)에 이어 3번째다. 류현진과 김광현은 KBO 리그에서 선발 투수로 활약하다가 미국 메이저리그에 진출했는데 류현진은 계속해서 선발로 뛰었고, 김광현은 불펜으로 보직을 변경한 바 있다. 순수 구원 투수로는 고우석이 포스팅 시스템을 통해 메이저리그에 진출한 최초의 주인공이다. 고우석은 메이저리그 진출을 앞두고 "개인적으로는 영어를 잘할 수 있을 정도만큼은 머무르고 싶다. 또 과거 일본 등에 진출한 선수가 '힘이 있을 때 다시 한국으로 돌아와 뛰는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다'는 말씀을 한 게 생각난다. 저는 그 정도 급도 아니라 생각하고, 그런 부분을 말씀드리기에는 아직 이른 것 같다. 그래도 영어는 마스터하고 왔으면 좋겠다"고 밝힌 바 있다.

미국 현지에서는 고우석과 더불어 로버트 수아레즈와 마쓰이 유키를 불펜의 핵심으로 보고 있다. 메이저리그 공식 홈페이지 MLB.com은 "고우석은 샌디에이고 불펜 강화에 도움을 줘야 한다. 고우석의 합류로 샌디에이고 불펜은 거의 완성됐다. 고우석과 마쓰이는 경기 후반 마운드에 오르는 역할을 맡을 것으로 전망된다. 고우석과 마쓰이는 수아레즈와 함께 마무리 투수 자리를 차지하기 위한 경쟁을 펼칠 것이다. 누가 마무리로 등판하든 3명 모두 중요한 상황에 나와 던질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고 분석했다. 또 다른 매체인 CBS 스포츠도 고우석과 수아레즈가 경쟁을 펼칠 거라 내다봤다. 미국 매체 뉴욕 포스트의 존 헤이먼은 앞서 고우석의 계약 소식을 전하면서 "고우석이 샌디에이고의 마무리 투수 역할을 맡을 것"이라는 말을 덧붙이기도 했다. 마이크 실트 샌디에이고 감독은 현지 매체와 인터뷰에서 "우리 팀에는 좋은 투수들이 많다. 앞으로 이들의 활용 여부에 관해 잘 준비해야 한다. 상대 팀에 따라 유연하게 불펜을 활용할 수도 있을 것"이라는 말을 하기도 했다. 고우석과 마쓰이 유키에게 기회가 올 가능성이 충분하다는 뜻이다. 둘은 메이저리그에서는 신인이지만, 이미 한국과 일본에서 최고의 마무리 투수로 성장한 자원들이기 때문이다.

한편 이날 샌디에이고는 애리조나와 2-2 무승부를 거뒀다. 샌디에이고는 2회말 2사 후 카일 히가시오카가 볼넷으로 출루한 뒤 후속 메릴 잭슨이 좌측 담장을 넘어가는 투런포를 터트리며 기선 제압에 성공했다. 그러자 애리조나는 5회초 승부를 원점으로 돌렸다. 2사 1, 3루 기회에서 제이크 맥카시가 2타점 적시 3루타를 작렬시키며 2-2를 만들었다. 이후 양 팀은 추가점을 뽑지 못했고, 결국 경기는 2-2 무승부로 마무리됐다. 샌디에이고는 시범경기에서 8승 9패, 애리조나는 7승 11패를 각각 기록 중이다.

샌디에이고 파드리스 고우석(왼쪽).
샌디에이고 파드리스 고우석.

김우종 기자 woodybell@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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