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억 연봉' 삼성전자 사외이사들, 이사회 안건에 반대 '0표'

2024. 3. 13. 1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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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사옥. 사진=한국경제신문



지난해 삼성전자를 비롯한 주요 대기업의 90%는 사외이사들이 이사회 안건에 대해 보류와 기권을 포함한 반대표를 한 번도 던지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거수기’ 역할만 하는 500대 기업 사외이사들이 비중이 갈수록 늘고 있는 것이다.

13일 기업데이터연구소 CEO스코어에 따르면 매출 기준 국내 500대 기업 중 지난 8일 마감기준으로 주주총회소집공고 보고서를 제출한 181개 상장사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2023년 사외이사의 이사회 안건 찬성률이 100%인 기업은 전체 181개사 중 163곳(90.1%)에 달했다. 이는 전년 159곳(87.8%)보다 늘어난 수치다.

10개 기업 중 9곳은 사외이사들이 반대표(보류·기권 포함)를 한 번도 던지지 않은 셈이다. 조사 대상 기업들의 전체 안건에 대한 사외이사들의 찬성률 무려 99.3%에 달했다. 다만 전체 찬성률은 전년인 2022년 99.4%보다 단 0.1%포인트만 낮아졌다.

특히 매출 기준 30대 기업 중 비상장사 등을 제외한 14개사만을 보면 SK하이닉스와 공기업인 한국전력공사를 제외한 나머지 12개사는 찬성률이 100%였다.

이 가운데 사외이사의 1인당 평균 연봉이 2억원을 넘는 삼성전자(2억320만원)를 비롯, 현대자동차(1억1830만원)·LG전자(1억430만원)·현대모비스(1억280만원)·삼성물산(1억4620만원) 5개사 사외이사들이 단 한번도 반대표를 던지지 않았다.

이 중 삼성전자와 현대차는 각각 전년 대비 사외이사 1인당 평균 급여가 11.5%, 9.8%씩 증가한 것으로 조사됐다.

조사대상 기업 중 금융지주(KB·신한·하나) 3곳의 사외이사 안건 찬성률도 모두 100%로 집계됐다.

자료=CEO스코어



전체 기업 중 지난해 사외이사의 이사회 안건 찬성률이 가장 낮은 기업은 유한양행으로, 찬성률이 90.0%였다. 유한양행은 전체 140표 중 찬성 126표, 보류 13표, 기권 1건으로 집계됐다.

유한양행은 타법인 투자에 대한 안건 2개와 지분 매각에 대한 안건에 대해 내용 보완 및 추가 설명 요청을 사유로 보류 의견이 제시됐다.

SK(주)가 90.7%로 뒤를 이었다. SK는 장동현 대표이사 및 조대식 사내이사에 대한 주식매수선택권 부여 등에 대한 안건 4개에 대해 사외이사 전원이 반대했다. 이외에 정관 일부 변경에 대한 주총 안건 상정의 건, P사 구조개편의 건, 자회사 유상증자 참여, 자기주식 취득 신탁계약 체결 건에 대해 1명의 사외이사가 반대표를 던졌다.

SK하이닉스는 91.4%의 찬성률을 보였다. SK하이닉스는 수펙스(SUPEX)추구협의회 운영 비용 거래 안건, SK E&S와의 거래 안건에 대해 사외이사 전원 보류 및 해외계열사와의 거래 안건에 대해 반대의견이 제기돼 부결됐다.

SK는 그룹 내 최고협의기구인 SK수펙스추구협의회에서 사외이사 후보를 추천, 전문경영인·시민단체 관련자 등 다양한 인사들을 이사회에 참여시키고 있다.

이어 △한진 92.9% △삼성중공업 92.9% △엔씨소프트 93.7% △네이버 94.9% △한국전력공사 95.1% △케이티 95.1% △크래프톤 97.5% 순으로 집계됐다.

사외이사의 이사회 출석률은 97.8%로, 전년 96.9%보다 0.9%포인트 늘어 개선됐지만, 출석률이 90% 미만인 기업 수도 7곳에 달했다. 

지난해 사외이사의 출석률이 가장 낮은 기업은 대한제강으로 72.7%에 불과했다. 남해화학 84.4%, KG모빌리티 86.0%, 에스디바이오센서 87.8%, LF 88.0% 등이 뒤를 이었다.

이들 기업 이사회 안건 가운데 찬성이 아닌 의견이 제시된 안건은 사업·경영 관련 안건이 21건으로 가장 많았다. 뒤이어 특수관계거래 10건, 인사·보수 8건, 규정·정관 5건, 자금 1건 순이었다.

조사 대상 기업들의 이사회에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한 안건은 사업·경영(31.3%)이었다. 전년 대비 비중이 가장 크게 늘어난 안건은 차입·대여·보증 등 자금 관련 안건(17.2%)으로, 전년 대비 1.5%포인트 늘었다. 

업종별로는 에너지 업종에서 자금 관련 안건 비중이 지난해 36.5%에 달해 전년(17.8%)보다 18.7%포인트 증가했다. 

안옥희 기자 ahnoh05@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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