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쫌아는기자들] 똑똑보카, ‘욕망을 거스르는 시장’에서 찾은 영어 학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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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투자(나는 그때 투자하기로 했다)에선 현업 투자자가 왜 이 스타트업에 투자했는지를 공유합니다.
인간은 진화적으로 에너지를 덜 쓰고 싶어한다. 아무런 노력 없이도 한 자리에서 몇 시간은 거뜬히 할 수 있는 쇼츠 동영상 시청의 유혹을 벗어나, 인지적 에너지 소모가 많은 공부를 하기 위해서는 가히 초인적인 의지가 필요하다. 그런 이유로 교육 시장은 투자자들이 싫어하는 ‘욕망에 거스르는 시장’으로 분류된다.
수능이나 자격증 준비와 같은 명확한 목적이 없고, 수학이나 과학과 달리 꾸준히 노력하는 것 밖에 다른 방도가 없는, 영어회화의 경우 학습자의 엄청난 의지력이 요구된다. 대다수 교육 서비스의 중장기 리텐션(재사용률)은 5%를 하회할 정도로 처참한 이유다. 그러다 보니 기존 교육 서비스들이 어떻게 유저의 실력 향상을 도울지 보다, 어떻게 건당 결제액을 높일 지를 더 고민을 하는 것도 한편으로 이해가 된다. 기존 공부법보다 덜 노력해도 되는 새 학습법을 알려준다는 식의 내러티브를 얼마나 잘 만들고, 그래서 얼마나 더 적은 비용으로 유저를 데려와 이보다 더 많은 매출을 만드는 지가, 교육 사업의 핵심이 돼 버렸다.
이런 문제 의식을 가지고 있는 채로 처음 ‘똑똑보카’ 서비스를 접하게 되었고, 수소문 끝에 해당 서비스를 운영 중인 트리거스 팀과 만날 수 있었다. 똑똑보카는 한마디로 표현하면, 유저들이 스마트폰 잠금화면 상에서 영어 공부를 하고 금전적 보상을 받을 수 있는 서비스다.
◇더 나아지고 싶은 사람들의 욕구를 공략하는 ‘습관’의 힘
사실 기존에 이미 많은 영어교육 서비스와 리워드 서비스가 존재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장 투자 유치에 대한 계획이 없는 트리거스 팀을 설득하면서까지 투자를 진행했던 이유로는, 교육과 리워드 두 영역 모두에 경험을 지닌 베테랑 팀이라는 점, 그리고 출시 10일 만에 ‘교육’ 카테고리 1위를 달성했을 뿐 아니라, 가입 후 한 달 기준 리텐션이 40%라는 일반적인 교육 서비스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훌륭한 질적 지표를 보여줬다는 점이다. 무엇보다 기존 업체들과 다른 방식으로 교육 시장을 혁신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컸다.
트리거스 팀이 교육 시장을 접근하는 방식은 기존과 사뭇 달랐다. 더 효과적인 학습법, 컨텐츠를 연구하기보다는, 어떻게 하면 유저가 조금씩이라도 매일 매일 학습에 참여할 수 있을 지를 연구했다.누군가의 습관을 만든다는 건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다. 습관을 만드는 제품이 가지는 공통적 속성을 연구를 했던 행동디자인 분야의 세계적인 권위자 니르 이얄은 ‘훅(Hookded)’ 모델을 통해 유저의 습관 형성이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그의 주장을 간단히 요약해보면, 소비자 제품이 지속적으로 사용되기 위해서는 1) 유저의 특정한 내적 동기를 건드려야 하며, 2) 사용하기에 매우 쉬워야 할 뿐만 아니라, 3) 제품이 의도된 행위를 한 유저에게는 가변적 보상을 주는 것이 필요하다고 한다.
똑똑보카에서 타겟하는 유저의 내적 동기는 더 나은 사람이 되고싶다는 욕망에 비해 이를 위한 노력은 늘 부족하다고 느끼는 감정, 즉 사람들의 ‘성장에 대한 부채감’이다. 유저는 똑똑보카를 쓰면서 본인도 모르게 불편했던 부채감이 조금이나마 해소되는 긍정적 감정을 맛보게 되며, 그러면서 제품에 좋은 감정이 쌓이게 된다.
하지만 아무리 첫 인상을 좋다고 해도 쓸 때마다 많은 단계를 요하거나, 큰 마음을 먹고 시작해야 하는 부담스러운 서비스가 빈도를 잡는 건 무척 어렵다. 그런 맥락에서 똑똑보카는 유저가 가장 쉽게 접근 가능한 스마트폰 잠금화면 상에서, 가장 원초적인 ‘영단어 학습’이라는 해법을 제시했다. 유저는 하루에도 수없이 스마트폰 잠금해제를 하면서 부담없이 똑똑보카가 제시하는 영단어를 공부하고 문제를 풀게 된다.
마지막은 가변적 보상이다. 여기서의 보상이 꼭 금전적 보상일 필요는 없다. SNS의 경우 피드를 넘기면서 다음에 어떤 콘텐츠가 나올 지 몰라서 느끼는 두근거림이나, 포스팅을 했을 때 다른 유저가 누른 ‘좋아요’, 댓글이 보상이 될 수도 있다. 여기서의 핵심은 보상이 예상 가능할 수 없는 가변적 형태여야 된다는 것이다. 유저가 특정 행위를 했을 때 가변적으로 보상을 준다면, 유저는 그 행위에 중독되어 이를 지속하게 된다.
똑똑보카가 채택한 가변적 보상은 매 퀴즈를 풀 때마다 가변적으로 받는 금전적 보상이다. 유저는 자신이 받은 금전적 보상을 쌓아가면서, 그동안 모았던 보상을 다른 상품으로 교환하면서 점점 자신도 모르게 습관적으로 학습을 이어가게 된다.
◇누구나 부담 없이, 매일, 스스로 학습을 이어 나갈 방법을 찾을 팀
트리거스 팀의 이러한 고민과 노력 끝에 투자 이후에도 똑똑보카는 잘 성장하고 있다. 출시 후 반 년이 지난 현재 일일 활성 유저(DAU)는 11만명을 돌파하면서, DAU 기준 국내 1등 영어교육 서비스가 됐다. 리텐션도 견고하게 유지돼 많은 사람들의 학습 습관을 만들어 주고 있다고 감히 말할 수 있겠다.
물론 똑똑보카의 현재 방법 만으로 모든 학습자의 습관을 바뀔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하지는 않는다. 대신 트리거스 팀이 끊임없이 그 방법을 연구할 것이고 결국에는 찾아낼 것이라고 믿는다. 기획자로 경험을 쌓은 김선표 대표를 주축으로 교육, 리워드, K-pop 플랫폼 등 프로젝트에서 손발을 맞춘 전 구성원이 끈끈한 팀워크로 움직이고 있다. 벌써부터 트리거스 팀을 통해 많은 사람들이 더 재밌고 부담 없이 매일매일 학습을 이어갈 그 날이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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