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동 대전' 윤희숙 "女전사 아닌 해결사" vs 전현희 "유능한 전문가"
"유능한 분이라고..." 행당역 간 윤희숙 "싸우는 정치할 시간 없어요"
"'싸우는 정치'와 거리를 두고 국가·지역 발전의 장기적인 틀을 만들겠습니다. 결과에 책임지는 정치, 미래로 가는 정치를 구현하겠습니다."
지난 7일 오전 7시30분 서울지하철 5호선 행당역 역사 내부. 국민의힘 후보로 서울 중·성동갑에 출마한 윤희숙 전 의원(54)은 출근길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내려오는 주민들에게 연신 허리를 숙였다. 걸음을 재촉하는 직장인이 지나갈 때는 한 걸음 뒤로 물러서 인사를 건넸다. 교복을 입고 등교하는 학생, 엄마 손을 잡고 지하철을 타는 아이에게도 빠짐없이 인사를 건넸다. 몇몇 시민은 윤 전 의원에게 먼저 다가와 악수를 청했으며 몇몇은 함께 '셀카'를 찍기도 했다.
윤 전 의원은 1970년 서울에서 태어나 잠실에서 중·고등학교를 나왔다.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컬럼비아대 대학원에서 경제학 박사 학위를 받은 경제 전문가다. 이후 KDI(한국개발연구원)에서 재정·복지정책연구부장 등을 지냈다. 경제 분야 전문성을 인정받아 2020년 총선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에서 전략 공천을 받아 서울 서초갑에서 당선됐다.
그는 총선을 약 30일 남기고 지역구민 만나기에 여념이 없다. 민심 파악은 물론 '경제정책 전문가'를 자임하는 만큼 현장 상황과 구민들이 실제 요구를 알아야 한다는 생각에서다. 윤 전 의원은 "'중·성동에 와줘서 고맙다'는 구민들 말씀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며 "'윤희숙은 다양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뜻"이라고 밝혔다.
윤 전 의원은 중·성동에 별다른 연고가 없지만 약점이라고 여기지 않는다. 그는 2020년 총선에서도 연고가 없는 서울 서초갑에서 당선됐다. 윤 전 의원은 "서초구민께서도 시간이 갈수록 제가 (KDI 연구위원 신분으로) 언론에 썼던 주장, 경제에 관한 구상 등이 알려지면서 시간이 갈수록 많이 좋아해 주셨다"며 "중·성동구에는 정치인과 '경제정책통'으로서의 제 브랜드가 전달돼 있다고 느꼈다. 4년 전에 비해 더 성장했고 인정받고 있는 것이라고 생각했다"이라고 말했다.
현장에서는 기대감을 드러내는 시민을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었다. 이날 행당역에서 만난 김양래씨(49·남)는 머니투데이 더300(the300)과 만나 "2020년 7월 윤 전 의원이 '저는 임차인입니다'라며 임대차 3법을 비판한 연설을 보고 감명받았다"며 "그가 성동구의 입장을 충분히 대변할 수 있지 않을까 한다. 부동산 정책에 관해 더 발전적인 방향을 제시하길 바란다"고 밝혔다.
윤 전 의원은 같은 날 오후 행당역 인근 대림아파트상가를 방문해 상인들과 만났다. 소상공인이 운영하는 문구점·옷 가게·식당이 한 데 섞인 상가 건물이다. 이곳 상인 60대 남성 안모씨는 머니투데이 더300(the300)에 "경제 정책과 관련해 상당히 유능한 분으로 알고 있다. 지역 발전이나 나라 발전을 위해 이런 분이 국회에 더 필요하다"며 "주택·인구 정책 등을 포함해 나라 발전에 도움 되는 좋은 정책을 펼쳤으면 한다"고 말했다.
윤 전 의원은 "지역 장기 발전의 틀을 짤 수 있다는 생각에 사명감이 들면서 굉장히 설렌다"고 했다. 주요 경쟁 상대인 전현희 전 국민권익위원장(더불어민주당) 후보에 대해 "'여전사' 타이틀을 들고나온 것은 굉장히 후진 생각"이라며 "이곳은 싸움터가 아니다. 할 일이 많다"고 했다.
윤 전 의원은 지역 공약으로 △성수지구 미래형 첨단산업 밸리 조성 △도시정비사업을 통한 접근성·주거환경 개선 △왕십리 역세권 24시간 어린이병원 유치 △제2 서울숲·한강 둘레길 조성 등을 내놓았다. 그는 "성동은 한강 수변 지대 등 상당한 자연 자원을 가지고 있지만, 제대로 활용되지 않는다"며 "박원순 전 서울시장 이후 개발이 멈춰 보수가 필요하다"고 했다.
이어 "지역개발에 관한 찬·반 등 다양한 의견을 듣고 공감대를 만들도록 하겠다. 한쪽 편을 들지 않고 공동체를 유지하면서 현안을 해결하는 게 정치의 역할"이라며 "오세훈 서울시장과는 호흡이 잘 맞는다. 이를 통해 지역 발전을 이끌겠다"고 했다.
윤 전 의원은 국회에 입성해 "책임 정치"를 반드시 구현하겠다고 했다. 경찰에서 불송치(무혐의)로 사건이 종결된 부친의 농지 투기 의혹으로 2021년 9월 의원직을 내려놓는 과정에서 세운 결심이다. 윤 전 의원은 "내가 개입할 수도 없는 사건이었지만 민주당 의원들이 아무런 근거도 없이 '윤희숙은 중죄인'이라는 식의 비난을 쏟아냈다"며 "본인 잘못에는 아무런 책임도 지지 않으면서 남의 잘못이라면 부풀려 헐뜯는 전형적인 공작 정치, 모리배(수단을 가리지 않고 사적 이익만 추구하는 무리) 정치의 모습이었다"고 밝혔다.
이어 "이 일을 계기로 보통 사람의 도덕적 감각과 너무 다른 모리배 정치를 청산해야겠다고 결심했다. 나는 의원을 하면서도 보통 사람과 같이 책임을 져봤다"며 "'586 운동권 청산'은 무책임 특권 정치를 정리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레 진행되는 것"이라고 했다.
마장역 채운 "파이팅" "셀카 찍어요"...전현희 "성동 스타일 이끌 것"
"안녕하세요, (더불어)민주당 기호 1번 전현희입니다. 좋은 하루 되세요"
지난 8일 오전 7시35분. 서울 5호선 마장역에서 내리자 역사 내부의 차가운 공기를 뚫고 낭랑한 목소리가 울려퍼졌다. 서울 중구·성동갑에 전략공천을 받아 출마한 전현희 더불어민주당 예비후보(60·이하 전 후보)였다. 전 후보는 이날 민주당 상징인 파란색의 패딩 점퍼 차림으로 출근길 시민들과 경쾌하게 인사를 나눴다.
이날 전 후보는 스스럼없이 시민들에게 다가가 먼저 악수를 청하거나 명함을 건넸다. 이날 기온은 1.2도, 체감온도 영하 1.4도였다. 역사 안이라 해도 지상에서 불어온 바람에 옷깃을 여미게 되는 쌀쌀한 날씨였다. 시민들은 점퍼 모자를 푹 눌러쓰고 대부분 주머니에 양손을 넣은채 바쁜 발걸음을 옮겼지만 많은 이들이 먼저 다가온 전 후보의 인사를 마다하지 않았다.
한 발 더 나아가 "팬이에요" "파이팅" 등을 외치고 가거나 '셀카'를 찍자고 다가온 시민도 있었다.
전 후보는 1964년 경상남도 통영에서 태어났다. 서울대 치의학과를 졸업한 의사이자 38회 사법시험에 합격한 변호사다. 정계 입문하게 된 계기는 2000년대 한 제약사의 혈우병 치료제 투여와 AIDS(후천면역결핍증후군) 감염과의 인과성을 밝혀내는 손해배상 소송을 이끌면서였다. 18대, 20대 국회의원을 지냈고 문재인 정부에서 제 7대 국민권익위원회 위원장 임기를 시작해 윤석열 정부에서 임기를 마쳤다. 민주당에 전통적 '도전지'(험지)로 여겨지는 서울 강남을에서 지난 2016년 국회의원으로 당선돼 화제가 되기도 했다.
전 후보는 우리나라 최초의 치과의사 출신 변호사라는 화려한 타이틀을 갖추고 있지만 이날 만난 시민들 대부분은 전 후보의 '스펙'보다도 정치인 전 후보의 활동들을 더 많이 기억하고 있었다.
한 30대 초반 직장인 여성 이모씨는 처음에는 전 후보를 못 알아보고 지나쳤다 다시 돌아와 인사를 건넸다. 이 씨는 머니투데이 더300(the300)에 "예전에 권익위원장 하실 때 꿋꿋하게 임기를 마치신 것을 인상깊게 봤었다"며 "여기 주민인데 이 곳에 출마하신다 하니 반가워 다시 돌아와 인사를 드렸다"고 했다. 이어 "근처에 축산시장도 있고 재건축 현장도 있는데 동네가 좀 좋아지게 해주셨으면 좋겠다"며 "한전이 있던 (마장동)부지도 잘 개발됐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마장동에서만 60년을 살았다는 '토박이' 한 어르신은 전 후보에게 '엄지'를 들어보이며 "요즘 젊은 사람들 살기가 너무 힘들다. 젊은 사람들이 살기 좋게 해주는 게 우리한테는 최고"라고 했다.
또 다른 중년 남성은 "전 후보는 올바른 일을 해온 정의로운 이미지"라며 "민주적이고 안전한 나라를 만드는 데 좋은 역할을 해 주셨으면 한다"고 했다.
민주당은 국민의힘에 비해 공천 확정이 늦어졌다. 이 지역에서 16~17대 의원을 지냈던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과 당 사이에 갈등도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한 남성 시민은 언론을 통해 이를 모두 인지하고 있다는 듯 전 후보를 향해 "굉장히 팬입니다, 팬. 고생 너무 많이 하셨습니다. 성동에서 20년 살았어요"를 외치기도 했다.
전 후보는 자신의 공천이 확정되고 나서도 임 전 실장이 당의 결정을 수용하기까지 유세에 나서지 않고 기다렸다. 전 후보 캠프 한 관계자는 "솔직히 당내 갈등에 상처를 받은 분들도 있었지만 이런 전 후보의 진심이 지역 당원들의 마음을 움직였다"며 "전 후보가 최근까지 지역 당원들에 일일이 전화해 양해를 구했다. 부드러운 강직함은 전 후보의 분명한 강점"이라고 했다.
전 후보도 늦게 유세를 시작한 만큼 "죽을 힘을 다해서 뛰고 있다"며 "절실함, 진정성은 하늘에 닿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출퇴근길엔 다들 바쁘셔서 인사를 안 받아주시는 경우도 많은데 오늘은 거의다 받아주셔서 힘이 나고 감동을 많이 받았다. 저만 더 열심히 하면 잘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늦은 시작이었지만 전 후보는 빠르게 지역 현안을 습득 중이다. 그는 "이 곳 학부모들의 교육열이 높은데 지역에 따라 교육시설 편차가 좀 있다. 도선동 뉴타운 지역엔 학생들은 많지만 중학교가 하나 밖에 없고 성수동은 고등학교는 많지만 학생수가 줄어 통폐합되는 분위기"라며 "교육시설을 확보·재배치하고 교육환경을 높이는 게 중요한 과제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밖에 철로 주변 소음 문제, 중랑천 주변의 체육시설 확보 문제, 축구장 잔디 정비 문제, 재건축에 속도를 내는 문제 등도 전 후보가 고민하고 있는 부분들이다.
전 후보는 현재까지 지역 공약으로 △더 빠르고 확실한 '내 집 앞 5분 숲세권 시대' 그린 정원도시 성동 조성 △왕십리역 일대, '동북부 교통·경제 중심 허브' 조성 △뚝섬역·성수역 일대, '패션·뷰티, IT·엔터테인먼트 등 글로벌 복합첨단산업밸리' 조성 △중학교 신설 등 교육환경 개선·24시간 어린이안심병원(소아응급의료시스템) 구축·아이들의 안전한 먹거리를 위한 방사능 안전급식 조례 강화 등 '아이 키우기 좋은 교육특구' 성동 조성 등을 내놨다.
전 후보는 "중구성동갑에는 전통적인 마장동 축산시장도 있고 또 봉제업도 굉장히 발달해 있다"며 "그러면서도 성수 지역을 중심으로 연예기획사 SM이나 패션기업 무신사 등이 들어오고 있다. 변화가 생기고 있고 잠재력도 너무 많은 곳이어서 나한테 딱 맞는 곳이라 생각한다. '성동스타일'을 상징하는 길을 이끌고 싶다"고 했다.
아울러 "발로 직접 뛰는 유능한 민생전문가가 되겠다"며 "국민권익위원장으로 일한 3년 동안 한 일이 현장을 찾아가고 민원을 듣고 관계기관과 협의·조율해 결국 민원을 해결한 것이다. 의원이 되어서도 많이 듣고, 소통하겠다"고 강조했다.
◇서울 중구성동갑은?
서울 중구성동갑은 서울 '한강벨트'에 위치한, 이번 4월 총선의 최대 격전지 중 한 곳으로 꼽힌다. 20대 총선에 신설된 곳으로 성동구에서 금호동, 옥수동을 제외한 나머지 지역이 이 선거구에 해당한다.
이 곳에서 내리 3선을 한 '구관' 홍익표 민주당 원내대표가 이번에는 서울 서초을에서 출마를 하기 때문에 국민의힘 윤희숙 후보와 민주당 전현희 후보 중 누가 당선돼도 중구성동갑은 '신관'을 맞이한다.
20~21대 총선에서는 민주당에 의석을 내줬고 16~17대 총선에서도 민주당 출신의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이 이 지역에서 의원을 해 진보 텃밭(양지)로 알려져 있지만 최근 분위기가 바뀌고 있다는 평도 나온다. 실제로 2022년 대선에서는 동별로 윤석열 대통령의 득표율이 더 높게 나온 곳도 있었다.
특히 최근 성수동 트리마제, 갤러리아 포레, 아크로 서울포레스트 등 '신흥 부촌'을 상징하는 고가 아파트가 들어서면서 일부 지역 성향이 빠르게 보수화되고 있다는 평가도 있다. 보수의 텃밭이냐, 진보의 텃밭이냐를 가늠할 수 없는 '스윙보터' 지역인 셈이다.
전통 수제화거리가 있던 성수동은 최근 복합 문화공간으로 거듭나고 있고 주변에 한양대도 있어 젊은층이 대거 유입중이다. 한편으론 마장동 축산시장과 같은 전통 상업지구가 있고 이 일대에서 '수 십 년'을 살았다는 토박이 인구도 많아서 '신구'가 조화하는 지역이라고 할 수 있다.
한 정치평론가는 이 지역에 대해 "한강벨트 최전선에 있는 지역이다. 이같은 상징성 때문에 이번 총선에서 여야가 사활을 걸고 이 곳에 깃발을 꽂으려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성은 기자 gttsw@mt.co.kr 정경훈 기자 straight@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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