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상장했다 취소 안 돼” 거래소, 채권 상장 절차 손 본다

현재는 채권 발행일에 청약·배정·상장 진행... 발행 다음 날 상장하도록 제도 변경
한화, 주관사 실수로 금리 다른 회사채 발행 후 상장해 투자자 혼란 가중

한국거래소가 채권 상장 절차를 손본다. 그간 채권은 발행일에 기관투자자 대상 청약, 배정부터 상장까지 동시에 진행했다. 모든 절차를 하루에 몰아서 하다 보니, 발행 당일에 거래할 수 없는 회사채가 시장에 상장하는 모순이 나타나기도 했다. 발행 과정에서 문제가 생기면 상장을 번복하는 일도 빈번했다. 이에 발행 절차를 마무리한 후 시간 차이를 두고 상장하도록 제도를 바꾸기로 했다.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 전경. /한국거래소 제공.

1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한국거래소는 회원사 대상으로 채권의 신규상장 제도가 변경된다는 내용을 안내했다. 개정된 유가증권시장 상장 규정 시행세칙은 내달 1일부터 적용될 예정이다.

핵심은 채권의 ‘발행 당일 상장’을 제한하기로 한 점이다. 거래소 측은 채권 상장 후 납입 불이행, 발행취소 등으로 거래가 취소되는 걸 막기 위해 발행과 동시에 상장하는 관행을 원천적으로 막겠다고 밝혔다.

그간 채권은 발행 당일에 청약, 배정, 상장 등 모든 업무 절차가 이뤄졌다. 이미 수요예측을 통해 투자자 간 회사채 배정 협의를 마쳤기에 발행 당일 청약, 배정은 형식적인 절차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보통 회사채는 발행일 오전에 청약, 배정을 진행하고 오후에 납입을 마무리한다.

이 과정에서 회사채는 이미 시장에 상장돼 있다. 시간상 아직 발행되지 않은 회사채가 시장에선 거래를 앞둔 걸로 보이는 상황이다. 먼저 상장하더라도 3영업일 이내 한국거래소에 신규상장 신청 서류를 제출하면 됐기에 관행적으로 이어지던 절차였다.

하지만 최근 이로 인해 문제가 발생했다. 지난 1월 주관사가 실수로 증권신고서를 잘못 적은 바람에 발행 조건이 다른 회사채가 상장된 것이다. 주인공은 한화 회사채였다. 곧바로 거래가 정지됐지만, 투자자들의 혼란이 커졌다는 지적이 나왔다. 당시 한화 회사채는 발행을 철회하면서 상장폐지됐다. 이런 황당한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재발 방지책을 내놓은 셈이다.

거래소는 다음 달부터 채권 발행 후 받던 신규상장 신청 서류 제출일을 상장 전으로 앞당길 예정이다. 발행과 상장 사이 시간을 둬 발행 과정에서 문제가 생기더라도 상장 전에 해결하라는 의도다.

한 투자은행 업계 관계자는 “새로 상장한 채권을 받은 기관 투자자가 발행일에 장내에서 매도하는 경우는 없기에 특별한 문제는 없었던 부분”이라면서도 “한화와 같이 상장 당일 발행이 취소되면, 신규상장 신청 서류 제출 절차도 꼬이기에 이를 변경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 Copyright ⓒ 조선비즈 & 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