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헬 최애 선수→717억의 패배자" 김민재 굴욕 어디까지...'3옵션 백업' 현실 됐다
[OSEN=고성환 기자] "5000만 유로(약 717억 원)의 사나이도 더 이상 제 역할을 하지 못한다."
김민재(28, 바이에른 뮌헨)가 토마스 투헬 감독이 가장 좋아하는 선수에서 패배자로 추락했다는 비판을 들었다.
독일 '빌트'는 12일(이하 한국시간) "이들은 투헬호의 새로운 패배자들이다. 투헬 감독과 바이에른 뮌헨은 다시 성공의 길로 돌아섰지만, 새로운 체제에서도 패배자가 있다"라며 6명의 선수를 나열했다.
1번으로 언급된 선수는 김민재였다. 매체는 "투헬이 가장 좋아하는 선수인 김민재는 지난 4경기 중 3경기에서 벤치에 앉았다. 투헬은 2023년 여름 5000만 유로의 수비수인 그를 나폴리에서 뮌헨으로 데려오고 싶어 했다. 그와 계약하기 전에 여러 차례 전화 통화하며 '꿈의 선수'를 설득했다"라고 전했다.
하지만 김민재는 최근 들어 주전 경쟁에 애를 먹고 있다. 빌트는 이 점을 지적하면서 김민재를 패배자로 낙인 찍었다. 매체는 "김민재는 29경기 중 25경기에서 선발 출전했다. 그는 아시안컵에서 부진을 겪은 뒤 라이프치히와 분데스리가 경기에서 9분밖에 출전하지 못했다. 라치오와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UCL) 16강 2차전에서도 90분간 벤치를 지켰고, 마인츠전에서도 교체 출전만 가능했다"라고 꼬집었다.
끝으로 빌트는 김민재의 문제점을 에릭 다이어와 마테이스 더 리흐트로 꼽았다. 매체는 "이제 투헬은 더 리흐트와 겨울 신입생 다이어와 함께 조화로운 중앙 수비 라인업을 찾았다. 둘은 지난 4경기 중 3경기에서 함께 선발 출전했고, 좋은 경기를 펼쳤다"라고 덧붙였다. 김민재의 실력을 따로 지적하진 않았다.
김민재는 지난해 여름 바이에른 뮌헨에 합류했다. 2022-2023시즌 나폴리의 리그 우승을 이끈 그는 한 시즌 만에 다시 유니폼을 갈아입으며 독일 무대 정복에 나섰다. 수많은 팀이 군침을 흘렸지만, 투헬 감독이 직접 나서서 김민재를 설득하며 최후의 승자가 됐다. 투헬 감독은 뮌헨 땅을 밟은 김민재를 끌어안고 볼에 입을 맞추며 크게 기뻐했다.
독일에서도 적응 따윈 필요 없었다. 김민재는 세리에 A 입성과 동시에 최우수 수비수를 수상한 선수답게 곧바로 바이에른 뮌헨 핵심 수비수로 자리 잡았고, 언제나 팀 후방을 지켰다. 파트너 다요 우파메카노와 더 리흐트가 번갈아 쓰러져도 김민재만큼은 든든히 수비진을 이끌었다. 시즌 중반까지만 해도 15경기 연속 풀타임을 소화하며 혹사 논란에 시달릴 정도였다.
그러나 최근 들어 기류가 바뀌기 시작했다. 김민재가 아시안컵으로 자리를 비운 사이 더 리흐트가 부상에서 완전히 회복했고, 토트넘에서 입지를 잃은 다이어가 새로 합류했다. 이제 투헬 감독은 다이어-더 리흐트 조합에 믿음을 보내는 중이다. 김민재는 바이에른 뮌헨 이적 후 처음으로 두 경기 연속 선발에서 제외됐다.
독일 현지에서도 다이어가 김민재를 밀어내는 게 맞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김민재에게 언제나 박한 평가를 내리던 '키커'와 '빌트'도 다이어에겐 연일 호평을 내리고 있다. 특히 키커는 라치오전이 열리기 전에도 김민재가 프라이부르크전에서 부진했다며 "현재 김민재는 안전을 보장하지 않는다. 더 리흐트와 다이어가 중앙 수비의 해결책이 돼야 한다"라고 주장하고 나섰다.
이제는 완전히 다이어가 승자가 된 모양새다. 아벤트차이퉁 역시 "바이에른 뮌헨은 새로운 수비 조합을 꾸렸다. 다른 2명(김민재, 우파메카노)은 정말 어려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라며 "더 리흐트와 다이어는 라치오전에서 치로 임모빌레를 중심으로 한 라치오의 공격을 잘 통제했다. 수비에서 뛰어난 집중력을 보여줬고 경기력에도 설득력이 있었다"라고 평가했다.
이어 매체는 "다이어와 더 리흐트는 팀의 기둥이 됐다. 토트넘 백업이었던 다이어는 의구심이 있었으나 수비를 안정화시키고 조직화 했다. 다이어의 의사소통 능력은 팀에 매우 좋은 영향을 줬다"라며 "다른 2명은 패자가 됐다. 김민재는 이제 센터백 3옵션에 불과하다. 4옵션은 기회를 너무 자주 허용하는 우파메카노다. 새 감독이 누가 되느냐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우파메카노는 올 여름 새로운 클럽을 찾아야 할지도 모른다"라고 덧붙였다.
투헬 감독도 이젠 김민재가 백업이 됐다고 인정했다. 그는 마인츠전이 끝난 뒤 "김민재에겐 정말 어려운 일이다. 특히 그는 선발로 나설 자격이 있고, 매우 훌륭한 선수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럴 때도 있는 법이다. 다이어와 더 리흐트가 두 차례 어려운 홈 경기를 치렀고, 이번에도 그랬다"라고 말했다.
그만큼 다이어와 더 리흐트 듀오에게 깊은 신뢰를 보내고 있다는 뜻이다. 투헬 감독은 "다이어는 아주 명확하게 플레이하며 말을 많이 한다. 그는 우리에게 좋고, 더 리흐트와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다. 둘 다 한 발 앞서 있다"라고 못 박았다.
투헬 감독은 라치오전을 앞두고도 비슷한 얘기를 꺼낸 바 있다. 당시 그는 "더 리흐트와 다이어는 라이프치히전에서 아주 좋은 경기를 펼쳤다. 김민재를 제외하는 건 어려운 결정이었다. 경기력과는 아무 상관없다. 우리는 여전히 김민재가 필요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결과적으로 다이어와 더 리흐트는 라치오 공격을 잘 막아내며 3-0 대승에 힘을 보탰다.
다이어도 더 리흐트와 호흡에 만족감을 드러내고 있다. 그는 '티 온라인'과 인터뷰를 통해 "더 리흐트와 잘 뛰고 있다. 또 서로 잘 지내고 있다. 함께 잘 즐기고 있다"라며 "우리는 함께 뛰자마자 좋은 관계라는 것을 느꼈다"라고 밝혔다.
갑작스레 후보 신세가 된 김민재로선 남은 경기에서 자기 능력을 보여주는 수밖에 없다. 바이에른 뮌헨은 UCL까지 병행하기에 곧 기회가 올 가능성이 크다.
특히 다이어는 뒷공간 커버에 약점을 가지고 있는 만큼 강팀과 맞대결에선 흔들리기 쉽다. 이때 김민재가 철벽 수비로 진가를 드러낸다면 패배자라는 오명을 씻어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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