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정의·교육·부조리…중국희곡, 낭독공연으로 만난다
27~28일 '제일 가까운 장애인 화장실이 어디죠?'
29~30일 '원칙', 30~31일 '나는 반금련이 아니야'
한중연극교류협회와 국립극단은 오는 27일부터 31일까지 서울 명동예술극장에서 제7회 중국희곡 낭독공연을 선보인다.
중국희곡 낭독공연은 한중교류협회에서 2018년부터 시작해 2021년부터 국립극단과 공동기획해왔다. 총 40편의 중국희곡을 번역·출판했으며 번역된 작품은 낭독공연 페스티벌 형태로 국내 연극계에 공개해왔다.
이중 '물고기 인간' '낙타상자' '최후의 만찬' '만약 내가 진짜라면' '만 마디를 대신하는 말 한마디' '조조와 양수'는 국내 유수 극단들이 본 공연으로 제작하는 등 국내 연극계 레퍼토리의 다양성을 넓히는 데 일조했다.
올해 소개하는 작품들은 장애, 정의, 교육, 부조리 등 현 시대의 담론을 담았다. 첫 막을 여는 작품은 '제일 가까운 장애인 화장실이 어디죠?'(작 천쓰안·번역 김우석·연출 강보름)다.
27~28일 공연하는 이 작품은 휠체어를 탄 25세 장애 여성 자오홍청이 자신의 삶을 주제로 강연하는 콘셉트의 모노드라마다. 중국 인플루언서로 활동 중인 동명 인물의 실화를 바탕으로 탄생한 이 작품은, 사회 한 구성원으로 존재하지만 타인들에게서 철저히 소외된 휠체어 장애인의 성장과 경험, 고민과 소망, 그리고 마음속 품어둔 진심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중국 공연에서는 실제 인물 자오홍청이 직접 배우로 무대에 올라 연기했다.
공연은 뇌병변 장애 여성의 대중 강연이라는 희곡 설정에 명동예술극장의 무대, 배리어컨셔스(Barrier Conscious·배리어를 제거한 자리에도 여전히 배리어가 남아 있음을 의식해 장벽을 계속 의식하는 태도) 공연이라는 외부적 환경 요인을 접목해 낭독공연 고유의 미학을 극대화한다. 비장애인 중심의 사회에서 장애의 고유성을 얼마만큼 드러낼 것인지에 대한 고민을 관객과 나눌 예정이다. 장벽 없는 공연을 지향하고 연극의 접근성 향상을 위해 한국수어통역과 한글자막도 제공한다.
29~30일에는 '원칙'(작 궈융캉·번역 장희재·연출 이준우)이 무대에 오른다. 2017년 홍콩 레퍼토리 극단의 전용 극장인 블랙박스씨어터에서 초연한 이 작품은 학교를 배경으로 처벌과 관용 사이에서 인물이 겪는 첨예한 갈등을 그려낸다. 마이클 샌델의 '정의란 무엇인가'의 연극 버전을 연상케 하는 이 작품은 각자 합리성을 지닌 인물들을 일정한 거리감을 두고 보여주며 교육과 정의, 원칙에 대한 사유의 공간을 열어낸다. '비BEA' '바닷마을 다이어리'의 이준우가 연출을 맡았다.
30~31일에는 '나는 반금련이 아니야'(원작 류전윈·각색 채플링·번역 홍영림·연출 김수정)를 공연한다. 평범한 주부였던 주인공 '이설련'은 남편과 합의 하에 위장이혼을 하지만 배신을 당한다. 이후 그 억울함을 고발하지만 오히려 '반금련'이라는 꼬리표를 달게 된다. 20년 동안 불굴의 의지로 자신의 정체성을 지키고 결백을 입증하려는 이설련을 내세워 부조리한 가부장적 관리 사회를 통쾌하게 꼬집는 블랙코미디 극이다.
이 작품은 2022년 바오리대극장(중국 베이징)에서 초연했으며 지난해에는 중국 17개 도시 순회공연을 성황리에 마쳤다. 성 불평등, 장애와 인권, 개인과 집단 대립 등 사회가 외면하고 불편해 하는 주제를 가감 없이 무대에 펼쳐 온 김수정이 연출한다.
각 공연의 첫 회차 종료 후에는 공연의 연출, 번역, 배우가 참석하는 예술가와의 대화가 진행된다. '제일 가까운 장애인 화장실이 어디죠?'의 경우 천쓰안 작가가, '원칙'은 홍콩레퍼토리 극단 PD 량쯔치가 방한해 예술가와의 대화에 함께한다. 전석 1만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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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노컷뉴스 문수경 기자 moon034@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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