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다 복수’로 해외팬 홀렸다… K-막장, 성공 드라마
해외 콘텐츠 비하면 개연성 높아
고부갈등 등 가족중심 전개 신선
‘내남결’ 아마존프라임 1위 차지
토종 OTT, 19금 막장 경쟁 열기
강한 코드에 쉽게 질릴 가능성도
도파민(Dopamine)을 분출하게 만드는 한국 드라마가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플랫폼이라는 날개를 달고 주목받고 있다. 자극적 소재를 다뤄 ‘막장’이라는 폄훼성 수식어가 붙던 드라마들이 해외시장에서 ‘K-막장’이라는 하나의 장르로 재평가받는 모양새다. 최근 ‘내 남편과 결혼해줘’의 성공에 이어 이달 말 ‘막장극의 대모’라 불리는 김순옥 작가의 신작 ‘7인의 부활’이 편성되며 그 명맥을 잇는다.
인도판 롤링스톤은 ‘막장 K-드라마, 왜 사랑받는가?’(‘Makjang’ K-Dramas:Why Do We Love Them?)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K-막장극을 상세히 분석하며 과도한 반전, 파괴적 행동, 배신과 복수, 정의 실현과 구원 등을 필수 요소로 꼽았다. 또한 재벌이나 왕실을 배경으로 삼는다며 “한국 생활과 문화에 대한 독창적이고 매혹적인 관점을 제공한다”고 보도했다. 막장을 발음기호대로 ‘Makjang’으로 표기한 것은 이를 하나의 독립된 장르로 분류했다는 뜻이다.
막장 코드가 해외 시청자들을 유입시키는 요소로 작용하는 정황은 곳곳에서 포착된다. 불륜과 복수를 소재로 삼은 ‘내 남편과 결혼해줘’는 K-드라마 최초로 미국 아마존프라임비디오에서 4차례 글로벌 TV쇼 부문 일간 순위 1위를 기록하고 누적 73개국 정상에 올랐다. 역시 불륜과 이혼을 전면에 내세운 ‘끝내주는 해결사’는 아시아 OTT 플랫폼 Viu(뷰)에서 싱가포르 1위에 올랐다.
막장을 중장년층을 겨냥한 일일·주말 드라마의 소재로 치부할 순 없다. 임성한 작가의 ‘결혼작사 이혼작곡’ 시리즈는 젊은 구독자가 몰린 넷플릭스 국내 콘텐츠 흥행 1위에 올랐고, KBS 2TV 주말극 ‘신사와 아가씨’는 뒤늦게 ‘역주행’하며 일본 넷플릭스 1위, 글로벌 순위 5위까지 오른 바 있다.
이런 흐름에 발맞춰 토종 OTT 역시 자극적인 소재를 앞세운 ‘19금’ 콘텐츠로 구독자 확보 경쟁에 뛰어들었다. 티빙은 불륜 커플을 협박하는 섹스리스 부부의 이야기를 담은 ‘LTNS’로 호평받았고, 웨이브는 김순옥 작가의 ‘7인의 탈출’에 이어 속편인 ‘7인의 부활’을 이달 말 공개한다. 딸은 죽음과 성공을 바꾼 엄마, 타락한 경찰, 거짓말로 점철된 삶을 사는 톱스타 등 악인들의 공조와 악다구니를 다룬 이 작품의 속편에서는 악인들의 몰락과 단죄가 그려질 전망이다.
국내 시청자들의 비판과 달리 “해외 콘텐츠에 비하면 K-막장극의 수위가 높지 않으며 오히려 개연성도 담보하고 있다”는 평가도 있다. 넷플릭스 흥행 1위를 기록한 해외 영화 ‘365일’과 시리즈물 ‘섹스 / 라이프’는 성기 노출과 납치, 고문, 불륜 등으로 점철됐다. ‘365일’은 주인공 여성이 자신을 납치한 마피아 보스와 사랑에 빠진다는 전개로 논란을 빚었다.
반면 K-막장극은 통상 가족을 중심으로 전개된다. 이 역시 외국인들의 관점에서는 차별화된다. 남편의 외도에 상처 입은 아내가 이를 극복해가는 주체적인 모습을 긍정적으로 바라본다. 막장극의 단골 소재인 시어머니와 며느리의 고부 갈등 혹은 시누이와의 다툼 등은 외국인들이 볼 때 신선하다. 롤링스톤은 “K-막장은 복잡한 가족 관계를 바탕으로 가족의 헌신, 명예, 희생 등 전통적 가치와 스토리텔링을 유지한다”고 진단했다. 동시에 “여성을 무력하고 감정적으로 그리는 반면 강력한 남성 영웅이 사건을 해결하는 방식으로 성(性) 고정관념을 강화한다는 비판도 있다”고 꼬집었다.
K-막장에 대한 해외시장의 관심은 장르 다양성 측면에서 고무적이다. 반면 일시적 현상에 그칠 것이란 관측도 있다. 중남미 시장의 막장극인 ‘텔레노벨라’ 역시 넷플릭스를 기반으로 반짝 인기를 누린 후 기세가 꺾이는 과정을 거쳤다. 정덕현 문화평론가는 “한국의 막장극은 텔레노벨라에 비교해 극성은 강한데 나름의 개연성도 갖추고 있다. 여기에 ‘사이다’로 표현되는 복수의 쾌감을 준다”면서도 “반복되면 국내 시장처럼 식상하다는 반응이 나올 수밖에 없다. 코드가 강한 드라마에는 시청자들이 쉽게 지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안진용 기자 realyong@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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