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래식부터 디즈니까지… 최대한 모든 작품과 연결되고 싶다”

이정우 기자 2024. 3. 13. 0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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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아니스트 랑랑(사진)은 음악의 포식자다.

엄청난 기교를 요하는 클래식 작품에서부터 디즈니 애니메이션 음악에 이르기까지 모든 음악을 동일 선상에서 '즐겁게' 연주해낸다.

직전에 바흐 '골드베르크 변주곡' 음반으로 깊어진 음악성을 드러냈던 랑랑은 새 앨범 '생상스'에서 듣기 편한 프랑스 음악을 내세웠다.

랑랑의 이번 앨범 주제는 프랑스 음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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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피아니스트 랑랑 ‘생상스’ 앨범
듣기 편한 프랑스 음악들 연주

피아니스트 랑랑(사진)은 음악의 포식자다. 엄청난 기교를 요하는 클래식 작품에서부터 디즈니 애니메이션 음악에 이르기까지 모든 음악을 동일 선상에서 ‘즐겁게’ 연주해낸다. 이는 그의 마음가짐 덕분이다. 랑랑은 “최대한 모든 작품과 연결되고 싶다”며 “그런 차원에서 레퍼토리를 확장하려고 의식적으로 노력한다”고 말했다. 그리고 랑랑은 이중적이다. 인터뷰 도중 피아노를 직접 연주하며 격의 없이 설명을 이어가는 친절한 삼촌이었던 그는 블라디미르 호로비츠, 아르투르 루빈스타인 등 피아노의 ‘전설’들과 자신을 비견하는 자부심 넘치는 피아니스트이기도 했다.

직전에 바흐 ‘골드베르크 변주곡’ 음반으로 깊어진 음악성을 드러냈던 랑랑은 새 앨범 ‘생상스’에서 듣기 편한 프랑스 음악을 내세웠다. ‘어린이용 음악’이란 인상이 강한 생상스 ‘동물의 사육제’가 음반의 시작을 알린다. 듣기에 편하다고, 음악이 가벼워졌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랑랑은 “젊은 지휘자들이 ‘동물의 사육제’라면 20분 리허설하고 연주하면 되는 곡이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있지만, 이 작품은 훨씬 더 진지한 태도로 임해야 하는 곡”이라며 “젊은 지휘자들이 생상스에 대한 생각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세계에서 가장 바쁜 지휘자 중 한 명인 안드리스 넬슨스의 지휘로 라이프치히 게반트하우스 오케스트라가 협연했다.

잘 알려지지 않은 프랑스 여류 피아니스트 5명의 곡을 수록한 점도 눈에 띈다. 랑랑은 “단순히 여성 작곡가들이라서가 아니라 알려지지 않은 작곡가들의 훌륭한 곡을 다시 살려내고 싶었다”며 “유명하든, 유명하지 않든 아름다운 작품들”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21세기에 살고 있는 우리는 새로운 작곡가들을 재발견하고 발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호로비츠가 스크랴빈을 연주하니 다들 스크랴빈을 연주하기 시작했어요. 또 루빈스타인이 알베니스 같은 스페인 작곡가의 곡을 많이 연주함으로써 사람들이 관심을 갖게 됐죠. 많이 연주되지 않는 곡이라도 누군가 연주하기 시작하면 재발견돼 많이 연주될 수 있는 거예요.”

랑랑의 이번 앨범 주제는 프랑스 음악이다. 그의 취향과 기질이 반영됐다. 유럽 투어 중엔 프랑스 파리에 머문다는 그는 “오래전부터 프랑스 음악들을 연주하는 것을 매우 좋아했다”며 “프랑스 음악엔 로맨스와 감성, 사랑을 향한 갈구가 있다”고 말했다. 랑랑은 특히 프랑스 음악이 물처럼 계속 흐르는 듯한 인상을 받았다고 밝혔다. “물 위에 낀 안개나 물의 파문에서 프랑스 음악의 인상을 찾을 수 있어요. 열심히 일만 하고 바쁜 중국이나 모든 게 너무 빠른 뉴욕과 달리 파리가 느긋한 도시인 점도 좋아요. 조금은 게을러져도 될 것 같아서요. 하하.”

랑랑은 최근 실용 서적을 주로 읽고 있다고 전했다. ‘잘 자는 법’이나 ‘아기 잘 키우는 법’ 같은 책들이다. 그는 “이전엔 셰익스피어나 위고, 톨스토이 등 고전을 읽었다면, 요즘엔 어떻게 하면 만족스럽게 살 수 있을까 하는 책을 읽는다”며 “시간이 흐르면서 내 상황도 좀 달라졌다”고 말했다. 한편 랑랑은 오는 11월 내한 독주회를 연다.

이정우 기자 krusty@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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