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 지우려 했다"는 권유리의 낯선 얼굴, 반가운 도전 '돌핀' [시네마 프리뷰]

장아름 기자 2024. 3. 13. 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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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 개봉 영화 '돌핀' 리뷰
돌핀 포스터

(서울=뉴스1) 장아름 기자 = *영화의 주요 내용을 포함한 스포일러가 있을 수 있습니다.

배우 권유리가 새로운 모습으로 관객들과 만난다. '돌핀'은 권유리가 "배우로서 또 다른 도전이기도 했다"고 밝힌 작품이다. 그간 보여주지 않았던 낯선 얼굴로 반가운 도전을 이뤄낸 열연이 돋보인다.

13일 개봉하는 '돌핀'(감독 배두리)은 삶의 변화가 두려운 30대 지역 신문 기자 나영(권유리 분)이 우연히 발견한 즐거움을 통해 용기를 얻어 세상으로 튀어 오르는 이야기를 담은 영화다.

권유리는 극 중 삶의 낯선 변화와 도전 앞에 당도한 나영으로 분했다. 나영은 바닷가 마을 서천을 떠나본 적 없는 지역 신문 기자다. 그는 가족과 집을 돌보는 소소한 일상에서 행복을 느끼며 살아간다.

그런 나영에게 변화가 찾아온다. 엄마 정옥(길해연 분)이 재혼하게 되고, 나영에게 "바깥세상 좀 보라"며 정든 집을 팔겠다고 한다. 또한 스무살을 앞둔 나영의 남동생 성운(현우석 분)도 서울행을 계획한다.

새로운 변화를 두려워하는 나영에게 '볼링'이라는 뜻밖의 흥미가 찾아온다. 서천에 정착하기 위해 서울에서 내려온 외지인 해수(심현섭 분)는 나영에게 볼링의 재미를 알려준다. 그 과정에서 볼링장을 혼자 운영하는 미숙(박미현 분)과도 가까워진다.

돌핀 스틸

'돌핀'은 조용한 지방 소도시를 배경으로 평범한 나영의 이야기를 풀어간다. 나영의 주변 관계, 그리고 그의 내면의 고민이 영화의 주된 서사다. 자신의 인생에서 나름의 큰 변화를 앞두고 볼링을 통해 점차 용기를 내게 되고, 상황을 받아들이게 된다.

그 과정에서 나영이 변화를 두려워하고 가족과 집에 대한 애착이 클 수밖에 없는 이유와 상처도 공개되지만, 온전히 그를 이해하기란 어렵다. 나영은 평범한 인물로 그려지지만, 그를 둘러싼 관계와 환경에 대한 애착은 때론 과한 집착으로도 비치기 때문이다. 관객이 헤아리기 어려운 나름의 복잡다단한 내면과 개인적인 사연이 더 있었을 것이라 지레짐작만 될 뿐이다.

시나리오에 담긴 인물 묘사는 세밀하진 않지만, 권유리가 연기로 섬세함과 설득력을 만들어간다. 나영이란 인물의 감정선에 거리감이 느껴질 때도 있지만, 권유리가 일상적인 생활 연기를 자연스럽게 보여주면서 그 자체로 친근감이 느껴진다. 표정과 감정이 분명하게 드러나지 않는 캐릭터를 담백하게 표현하면서 극에 몰입하게 하는 연기의 힘을 보여준다.

그간 권유리는 '고호의 별이 빛나는 밤에'(2016) '마음의 소리 리부트: 얼간이들'(2019) '보쌈-운명을 훔치다'(2021) '굿잡'(2022) 등 다수 드라마에서 캐릭터가 뚜렷한 인물들을 연기해 왔다. '돌핀'에서는 힘을 빼고 많은 표현을 덜어낸 채 영화가 구현하고자 하는 담백하면서도 서정적인 분위기를 인물에 담아내면서 연기력이 한층 부각됐다.

권유리는 최근 진행된 '돌핀' 관련 인터뷰에서 나영 캐릭터를 표현하는 과정에서 했던 고민에 관해서도 이야기했다. 그는 "제 삶의 방식들이 늘 표현하는 것에 집중돼 있었던 것 같다"며 "음악을 3분이란 무대 안에서 극적으로 표현해야 하고 늘 표현을 많이 하는 것들에 집중해서 살아왔는데 너무 정반대에 있는 캐릭터더라, 내재적으로 생각을 많이 하고 응축시켜 표현하는 나영 캐릭터를 이해하는 데 시간이 걸렸다"고 말했다.

이에 권유리는 나영 캐릭터를 위해 "'권유리'라는 걸 지워야 한다는 생각이 들어서 화려한 모습부터 메이크업까지 외형적으로 다 덜어내려 했고 얼굴로 맨얼굴로 나왔다"고 했다. 또 연기를 하며 감독에게 캐릭터가 잘 표현되고 있는지 끊임없이 물었다고. 그는 "카메라 앞에서 뭔가 하지 않는 캐릭터였으면 좋겠고 뭔가를 하지 않고 살아 숨 쉴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그것만 잘하면 목적을 잘 이루는 게 아닐지 생각할 정도로 뭔가를 하지 않으려 했는데 그게 가장 어렵더라"고 털어놨다. 그러면서 "메이크업을 덜어내고 뭔가 하지 않는 연기를 도전한 것도 어려웠지만 캐릭터를 통해 인간의 다양성도 알게 되는 등 또 다른 발전을 이루지 않았을까 싶다"며 배우로서 한 걸음 더 나아갔음을 고백했다.

'돌핀'이 권유리의 성장을 끌어냈듯, 극 중에서는 볼링이 나영의 변화를 끌어내는 주요 매개이자, 영화의 메시지로도 연결된다. 영화의 제목이기도 한 '돌핀'은 홈에 빠진 볼링공이 갑작스럽게 튀어 올라 핀을 쓰러뜨리기는 행운의 현상을 의미한다. 미숙은 나영에게 "볼링이 좋은 게 뭔지 아냐"며 "다 쓰러트리든 말든 핀은 계속 내려온다"는 말을 해준다. 그렇게 볼링은 나영에게 희망을 제시하고 인물의 상황에 대입하는 장치로 쓰였지만, 매끄럽지 못한 메시지가 다소 직접적으로 느껴지기도 한다. 그럼에도 '돌핀'에 깔린 정취와 권유리의 연기가 남기는 여운은 영화의 미덕이다.

aluemchang@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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