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프] 목숨 걸고 도전한 '백플립 3회전', 그렇게 따낸 금메달

권종오 기자 2024. 3. 13. 0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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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별스포츠+] 쌍둥이 체조 스타의 극적인 승부

필자는 오래 전에 국가대표 선수촌에서 선수들에게 이런 질문을 한 적이 있습니다. "목숨을 거는 위험을 무릅쓰고라도 올림픽 금메달에 도전할 생각이 있습니까?" 대부분의 국가대표 선수들은 고개를 저었습니다. 하지만 이 말에 '예'라고 답한 한 명은 실제로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었습니다. 중국에도 이런 선수가 있었습니다. 그가 바로 리샤오슈앙입니다.
 

한 시대를 풍미한 쌍둥이 형제 체조 스타

1973년에 태어난 리샤오슈앙은 쌍둥이 형제 체조 스타로 유명합니다. 그의 형은 리다슈앙. 두 선수 모두 1990년대를 풍미했던 남자 기계체조의 세계적인 별이었습니다. 둘 다 어린 시절부터 빼어난 운동 신경과 재능을 보이자 체조 코치가 7살 형제를 전문 체조학교에 입학시켰습니다. 쌍둥이 형제는 체계적인 훈련과 교육을 받기 시작했고 3년 뒤인 10살 때 고향인 후베이성 체조팀에 선발돼 정식으로 체조 선수가 되었습니다.

금메달 위해 위험천만 '백플립 3회전' 시도

국제무대에서는 동생 리샤오슈앙이 더 두각을 나타냈습니다. 만 19살이던 1992년 스페인 바르셀로나 올림픽에서 인생 최대의 기회가 찾아왔습니다. 당시 남자 마루운동의 강력한 우승 후보는 일본의 이케타니 유키오이었습니다. 이 선수는 직전 대회인 1988년 서울올림픽 마루에서 동메달을 따낸 쟁쟁한 선수였습니다. 바르셀로나 올림픽 남자 마루 운동 결선에는 중국의 리샤오슈앙과 리춘양, 일본의 이케타니, 그리고 우리나라의 유옥렬(바르셀로나 올림픽 도마 동메달), 이 대회 6관왕이었던 최고 스타 비탈리 세르보(벨라루스), 그리고리 미수틴(우크라이나) 등 모두 8명이 출전해 기량을 겨뤘습니다.

이케타니 선수가 먼저 경기를 했는데 당일 컨디션이 좋았는지 동작이 매우 경쾌했습니다. 고난도의 연기를 깔끔하게 펼친 끝에 그는 9.787이란 높은 점수를 받았습니다. 중국 대표팀은 리춘양에게 기대를 걸었습니다. 하지만 그는 뜻밖에도 큰 실수를 저지르며 무너졌습니다. 이제 남은 중국 선수는 리샤오슈앙 1명. 리샤오슈앙은 엄청난 압박감을 느꼈습니다. 자신이 금메달을 따려면 9.787점 이상을 받아야 하는데 그렇게 하려면 '백플립 3회전'이란 매우 위험한 기술을 시도하는 것 외에 다른 길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이 기술을 중국에서는 '후공번삼주'(後空飜三周)라고 부릅니다. 쉽게 말하면 뒤로 공중 3바퀴를 도는 것입니다. 다이빙에도 똑같은 기술이 있습니다. 그런데 다이빙의 경우 실패해도 신체가 물과 접촉하기 때문에 심각한 부상을 당할 가능성은 낮습니다. 하지만 마루운동은 다릅니다. 착지할 때 만약 머리나 목이 바닥에 부딪힐 경우 치명적인 부상 우려가 있습니다. 실제로 리샤오슈앙은 1년 전인 1991년 대표팀에서 연습을 하다 이 기술을 시도했는데 머리가 먼저 떨어지면서 뇌진탕을 당한 아찔한 경험을 갖고 있습니다. 천만다행으로 1주일 정도 병상에 있다가 회복됐지만 위험천만한 이 기술을 올림픽이란 큰 무대에서 시도한다는 것은 보통 담력으로는 어려운 일입니다.


안전한 기술을 구사해 은메달이나 동메달을 딸 것인지, 아니면 목숨을 걸고 금메달에 도전할 것인지, 절체절명의 순간에 그는 후자를 선택했습니다. 리샤오슈앙은 연기를 시작하면서 첫 기술로 '백플립 3회전'을 시도했습니다. 엄청난 높이를 선보이며 깔끔하게 착지에 성공했습니다. 그 순간 관중석에서는 신기한 기술에 감탄한 듯 우레와 같은 박수가 터져 나왔습니다. 이밖에도 리샤오슈상은 다양한 고난도 연기를 역동적으로 해내 탄성을 자아냈습니다.

그의 연기가 끝나자 당황한 사람들은 심판들이었습니다. 체조 역사상 처음 보는 '백플립 3회전' 기술을 놓고 몇 점을 줄 것인지에 대해 선뜻 판단이 서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오랜 논의 끝에 점수가 발표됐습니다. 9.925점. 리샤오슈앙은 엄청난 고득점으로 일본의 이케타니를 큰 차이로 따돌리고 금메달을 거머쥐었습니다. 목숨을 건 승부수가 값진 결실로 이어진 것입니다. 중국 언론들은 '不要命的一跳'(목숨을 아랑곳하지 않은 점프)라는 표현으로 극찬을 아끼지 않았습니다. '백문불여일견', 즉 백번 듣는 것이 한번 보는 것보다 못하다고 합니다. 19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 당시 리샤오슈앙의 연기를 감상할 수 있는 사이트를 알려드리겠습니다. (▶ 리샤오슈앙 백플립 3회전 영상 보러 가기)
[ https://youtu.be/BDvkC0HWcDk ]

개인종합 금메달도 짜릿한 역전으로

기적 같은 역전 금메달을 따낸 리샤오슈앙은 단숨에 깜짝 스타로 떠올랐습니다. 그는 4년 뒤 1996년 애틀랜타 올림픽에서도 또 하나의 신화를 만들어냈습니다. '기계체조의 꽃'으로 불리는 남자 개인종합에서 그는 러시아의 간판스타 알렉세이 네모프와 경쟁을 펼쳤습니다. 남자 개인 종합은 마루운동, 도마, 평행봉, 안마, 링, 철봉 6개 종목을 합산해 순위를 가립니다. 당시 필자는 현장에서 그 숨막히는 승부를 지켜보고 있었습니다.

(남은 이야기는 스프에서)

권종오 기자 kjo@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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