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아카데미 레드카펫, 모던 여신 룩의 향연
일년 내내 수많은 레드카펫이 릴레이를 이어가지만, 그 결승선은 아카데미 시상식이라 할 수 있다. 할리우드 스타들과 그들의 스타일리스트는 아카데미 시상식을 위해 히든 카드를 아껴 둔다. 드라마틱하거나, 과장되고 웅장하거나, 심플하거나, 이번 2024년 제 96회 아카데미 레드카펫의 진정한 스타는 눈부신 드레스들이었다.
이번 아카데미 레드카펫에서 시선을 사로 잡은 드레스는 한국계 미국인 여배우 그레타 리의 로에베 드레스 룩이다. 영화 ‘패스트 라이브즈’가 호평을 받으며, 함께 연기력을 인정받은 그레타 리는 아쉽게 여우주연상 후보에 오르지는 못했지만, 아카데미 레드 카펫에선 누구보다 빛났다. ‘보그’와 ‘하퍼스 바자’ 등 주요 패션 매거진들이 그레타 리를 ‘2024 오스카 베스트 드레스드 스타’으로 리스트 업 하며, ‘레드 카펫 시상식의 스타였으며, 시크함의 여왕’이라고 극찬했다. 그레타 리의 로에베 드레스는 2024년 가을, 겨울 런웨이 드레스로, 어깨 뒤편으로 길게 떨어지는 화이트 드레이핑 케이프가 특징이다. 처음부터 그레타 리만을 위해 디자인됐다고 여겨질 만큼 완벽한 여신 룩이다. 지난 해 아카데미 여우주연상 수상자인 양자경은 발렌시아가의 반짝이는 실버 스팽글의 원 숄더 드레스와 블랙 오페라 글로브를 매치시켜, 그녀 자체가 트로피처럼 빛났다.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을 차지하며 이번 아카데미의 ‘퀸’으로 등극한 엠마 스톤은 루이 비통의 민트빛 오프 숄더 자카드 드레스로 아름다움을 빛냈다. 허리 아래 밑단이 꽃잎처럼 펼쳐지는 고전적인 페플럼(Peplum) 실루엣에 귀 뒤로 머리를 넘긴 클린 내추럴 헤어 스타일로 모던함을 더했다. 시상을 위해 자리에서 일어설 때 드레스 뒤 지퍼가 뜯어지는 해프닝이 벌어져, 기억에 남는 한 장면을 연출하기도 했다. 엠마 스톤은 영화 ‘바비’ 속 노래와 댄스로 특별 공연을 펼쳐 엄청난 환호를 받았던 라이언 고즐링의 쇼에 열광하던 중 드레스가 뜯어진 거 같다며, 수상 소감 중 “제 드레스 뒷면은 보지 마세요” 라고 말해 모두를 웃음 짓게 했다.
또한 이번 아카데미 레드카펫에서 펼쳐진 뜻밖의 놀라움은 마고 로비의 드레스였다. 지난 한해 바비 핑크 열풍을 일으킨 주인공 마고 로비는 그녀의 트레이드 마크가 된 핑크가 아닌 베르사체의 블랙 드레스를 선택했다. 고급스럽게 반짝이는 블랙 스팽글로 뒤덮인 베르사체 드레스와 길게 늘어뜨린 내추럴 헤어로 모던 글래머 룩을 완성시켰는데, 핑크 없이도 마고 로비는 더할 나위 없이 매혹적이었다는 찬사를 받았다. 오히려 영화 ‘바비’에 함께 출연했던 여우조연상 후보 아메리카 페레라가 베르사체의 근사한 바비 핑크 드레스 룩을 선보였다. 제작하는 데에만 400시간이 걸린 커스텀 드레스이다.
그리고 화사한 핑크 드레스 룩의 극치는 보여준 건 아라아네 그란데였다. 섬세하게 주름 잡힌 튜브 드레스(tube dress: 어깨 끈이 없는 상의의 드레스) 위로 드라마틱하게 풍선처럼 부풀려진 거대한 볼륨의 퍼프 슬리브 케이프와 트레인으로 이뤄진 화려한 드레스는 지암바티스타 발리의 2023년 가을 오뜨 꾸뛰르 컬렉션이다.
영화 ‘듄: 파트 2′의 프레스 투어를 마치고 참석한 젠데이아의 핑크빛 드레스도 매우 아름다웠다. 조르지오 아르마니 프리베의 드레스로 한쪽 어깨 스트랩의 새틴과 메탈 장식의 바디가 조화됐고, 섬세한 야자나무 모티프 자수가 눈부셨다. 불가리의 앰버서더로서, 드레스 컬러와 매치되는 불가리의 42.19 캐럿의 트라이앵글 컷 모거나이트(Moganite: 핑크빛의 원석) 귀걸이를 걸쳤는데, 레드카펫의 여신다운 선택이었다.
여우조연상 후보 캐리 멀리건의 발렌시아가 드레스도 베스트 드레스 룩으로 손꼽힌다. 1951년 발렌시아가의 디자인을 현재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뎀나 바잘리아가 재창조한 드레스로, 옛 할리우드 스타의 글래머러스한 화려함과 고전적인 우아함을 표현했다. 하트 라인의 데콜테(décolleté)가 돋보이는 블랙 벨벳 아래로 부채꼴 모양으로 퍼지는 실크 튤이 매혹적인 머메이드 실루엣을 연출하고, 50년대 할리우드 스타들처럼 드레스 데콜테 라인과 매치되는 벨벳 오페라 글로브로 우아함을 완성시켰다.
영화 ‘듄: 파트 2′의 스타인 안야 테일러 조이는 디올의 앰버서더로서, 놀랍도록 정교한 디올의 꾸뛰르 드레스를 완벽하게 소화해냈다. 디올의 1949-1950년 가을, 겨울 오뜨 꾸뛰르 컬렉션을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마리아 그라치아 치우리가 실루엣을 업데이트하여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드레스다. 메트로폴리탄 미술관 의상 연구소에 사본이 소장되어 있을 만큼 역사적인 드레스를 입은 안야 테일러 조이는 드레스와 완벽하게 조화되는 티파니의 주얼리로 꾸뛰르 룩의 빛을 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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