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년의 수감 뒤 칩거하는 남편… ‘고독의 시간’에 갇힌 가족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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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29일 세종문화회관에서 개막하는 연극 '욘'에서 '욘 보르크만'을 연기한 배우 이남희는 작품을 이렇게 소개했다.
욘을 부담 없이 볼 수 있도록 각색했다는 고 단장은 "연극이 어려우면 거기서 오는 쾌락이 있을 수 있지만 대부분 관객에겐 고통이다"며 "관객이 고통을 느끼면 배우들의 연기도 영향을 받는다. 사람들이 동의할 수 있으면서 미학이 뛰어난 작품을 선보이겠다"는 포부를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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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니에 기생하듯 살아남은 아내
이혼녀에게 반해 떠나려는 아들
위태로운 구성원의 모습 그려내
“얼핏 막장드라마처럼 보이지만
자세히 보면 인생 축소판 같아”
“뭔가 잘못되어 있는 가족이 서로 싸우는 모습을 보면 아침 막장 드라마 같다고 할까요?”
오는 29일 세종문화회관에서 개막하는 연극 ‘욘’에서 ‘욘 보르크만’을 연기한 배우 이남희는 작품을 이렇게 소개했다. 그의 말대로 연극에 나오는 가족들은 저마다 흠이 있으며 고성을 주고받으며 싸우는 것이 K-막장 드라마와 유사하다. 자신의 옛 연인이자 아내의 쌍둥이 언니의 집에서 칩거하는 ‘욘’, 남편인 욘이 몰락하자 아들을 통해 가문을 일으키는 목표를 가진 ‘귀닐’, 무너진 부부의 아들을 키운 ‘엘라’, 가족의 집착과 기대를 한몸에 받고 있지만 일곱 살 연상의 이혼녀를 사랑한다며 가출하는 아들 ‘엘하르트’.
연극은 헨리크 입센의 ‘욘 가브리엘 보르크만’을 각색한 작품이다. 작품은 고독을 이야기한다. 가난한 광부에서 은행가로 출세한 욘이 불미스러운 사건에 휘말려 8년 동안 감옥에 수감되며 가족들 모두 고독의 시간을 보낸다. 욘은 자신이 결백하다고 믿으며 출옥 이후에도 8년 동안 골방에 칩거하고 귀닐은 욘의 부재로 고독을 느끼며 아들을 통해 무너진 명예를 다시 찾으려 한다. 엘하르트는 부모의 부재로 어린 시절 상처를 받고 그것을 평생 안고 살아간다.
고선웅(사진) 서울시극단장이 처음으로 연출한 입센 작품이다. 고 단장은 최근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연습실 공개에서 “마지막에 엄청 울었다. 작품 자체에 힘이 있다”며 “4막은 입센이 우리에게 유언을 남기는 듯한 느낌이 들 정도로 감동적이다”고 했다. 얼핏 보면 공감하기 어려운 막장 가족의 이야기지만 고 단장은 현시대 관객들도 공감할 수 있을 것이라 확신했다. 그는 “극 중 등장하는 인물들의 모습을 우리는 겪었거나 경험할 것이다. 우리 인생 모두가 들어간 축소판 같은 작품”이라고 설명했다.
연습실에서 공개된 1·3막 속 스물셋 대학생인 아들을 통제하려고 싸우는 부부와 거기에 합류해 자신이 조카를 양육했음을 주장하는 엘라의 모습은 과하지만 가족 간 불화를 겪는 현대인들의 모습과 닮아 있다. 배우 이남희는 “몇 백 년 전에 쓰인 작품이 어떻게 무대에 오를지 궁금했는데 막상 해보니 지금과 전혀 다르지 않다고 느꼈다”며 “욘은 한국 남성의 가부장적 권력에 대한 허상적인 면이 녹아 있는 캐릭터다. 자신의 욕망과 야심에 사로잡힌 모습이 매력적인 인물”이라고 평가했다. 귀닐을 연기한 배우 이주영은 “귀닐은 욘이 감옥에 가 있는 8년을 함께 겪은 배우자다. 언니에게 기생하듯 살면서 내 것 하나 없이 갇혀 있는 여성”이라고 귀띔했다. 엘하르트를 맡은 이승우는 “아들, 조카 등 수식어가 많지만 거기서 벗어나고 싶어 하는 인물”이라며 “과거가 아닌 현재를 살고 싶어 해 고통받는 인물인데 동시대 관객들도 같은 문제로 고민한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욘을 부담 없이 볼 수 있도록 각색했다는 고 단장은 “연극이 어려우면 거기서 오는 쾌락이 있을 수 있지만 대부분 관객에겐 고통이다”며 “관객이 고통을 느끼면 배우들의 연기도 영향을 받는다. 사람들이 동의할 수 있으면서 미학이 뛰어난 작품을 선보이겠다”는 포부를 드러냈다. 원작 공연은 2시간이 넘어가지만 고 단장은 분량을 20분가량 축소했다.
‘욘’은 오는 29일부터 4월 21일까지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에서 공연한다.
유민우 기자 yoome@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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