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유통공룡 알리·테무 유해 상품 주의보
# 40대 주부 김 모 씨는 최근 알리익스프레스(알리) 애플리케이션(앱)을 삭제했다. '안고 자는 인형 남성용, 섹 원피스 한국 스타일, 19 여자 인형' 등 원하지 않는 선정성 짙은 추천 검색어가 자주 떠 불편했기 때문이다. 종종 초등학생 아들과 함께 알리 앱에서 물건을 고를 때가 있는데 제품과는 상관없는 야한 사진이 나와 민망한 경우도 있었다. 혹시 아이가 무심코 앱에 접속했다 성인물 느낌의 제품이나 사진에 무방비로 노출되는 건 아닌지 걱정도 됐다.
초저가 상품을 내세워 전 세계 시장점유율을 급속히 올리고 있는 중국 온라인 쇼핑몰 알리와 테무가 최근 앱에서 선정성 짙은 상품을 무분별하게 노출하거나 몸에 해로운 상품을 판매해 논란이 일고 있다. 네이버 지식iN에 "미성년자는 성인용품 살 수 없나요"라는 질문에 "알리·테무에서 사라. 상품명이 안 적혀서 오니 모른다"는 출처 없는 답변까지 달릴 정도다. 1월에는 테무에서 인조손톱 접착제를 구매해 사용한 11세 영국 소녀가 손에 3도 화상과 신경 손상을 입은 사례도 있었다. 당시 소녀는 매니큐어 세트를 1파운드(약 1700원)도 안 되는 가격에 구입했다.
규제망 없는 초저가 전략
일례로 3월 6일 기자가 알리에서 탈모를 검색한 결과 1000원부터 1만 원 이하 모발 성장 제품이 창에 무수히 떴다. 이 중 1000건 넘게 판매된 4000원대 상품을 클릭해 들어가니 '빠른 모발 성장 오일, 효과적인 대머리 회복, 산후 손실, 지루성 모발 손실 방지' 등 두루뭉술한 설명과 간단한 사용법, 찬양 일색의 리뷰만 정리돼 있었다. 어떤 성분으로 만들었는지, 어떤 인증이나 허가를 받았는지 여부는 찾아볼 수 없었다.
사용 연령 제한이나 안전사고 경고가 없는 위험 물품도 다수 판매되고 있었다. 같은 날 테무 앱에서 검색한 고무밴드 총(2000원 대)은 플라스틱 재질의 총 모형에 고무밴드를 걸어 표적을 맞히는 일종의 장난감인데, 자칫 사람 얼굴 등에 맞을 경우 큰 부상을 입을 위험이 있어 보였다. 이 제품은 누적 판매량이 1만 개가 넘었음에도 사용 연령이나 위험성을 안내하는 표기가 전혀 없었다.
외설스러운 제품도 검색 쉬워
근래 들어 압도적 가성비를 갖춘 중국 직구 플랫폼이 지갑 사정이 여의치 않은 청소년 사이에서 인기 쇼핑 창구로 자리매김한 상황이다. 현행 '청소년보호법' 등 관련 법령에 따르면 인터넷 등을 통해 공개 목적으로 청소년 유해 매체물을 제공할 때는 19세 미만 청소년이 이용할 수 없음을 알리는 '유해표시'를 해야 하고, 동시에 '성인인증' 기능을 갖춰야 한다. 하지만 중국 직구 쇼핑몰에는 청소년이라도 성인 인증을 하지 않고 사진을 보거나 구입 가능한 선정적인 제품이 즐비하다. 실제로 기자가 3월 6일 알리 앱에서 회원가입을 하지 않은 상태로 '여자인형'을 검색해보니 1만~3만 원대의 외설스러운 성인용 인형이 다수 올라왔고, 별다른 제재 없이 제품 사진을 볼 수 있었다. 추천 상품으로 낯 뜨거운 인형 사진이 여러 개 올라오기도 했다.최근 여성가족부는 알리, 테무, 쉬인, 아마존, 이베이, 큐텐 등 6개 외국계 온라인 쇼핑몰을 대상으로 청소년보호법 이행 여부를 긴급 점검했다. 성인용품·기구 판매 중심으로 조사한 결과 3개 쇼핑몰에서 청소년 유해표시 및 성인인증을 하지 않은 사례가 여러 건 발견됐다. 이에 2건이 발견된 쇼핑몰에는 규정 위반 물품 페이지에 대한 접속 차단을 요청했고, 각각 100여 건의 위반 사례가 발견된 다른 2개 쇼핑몰에도 추가로 접속 차단을 요청할 계획이다. 또한 여성가족부는 3월 청소년매체환경보호센터를 통해 국내외 온라인 쇼핑몰에서 청소년 유해 물건과 유해 약물 등을 판매할 때 청소년 유해표시를 하는지, 나이 및 본인 여부를 확인하는지 등을 집중 점검해 위반 사례에 대해서는 시정명령과 함께 차단 조치가 이뤄지도록 할 예정이다.
강현숙 기자 life7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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