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위 아닌 아이유, 위기일까 숨고르기일까

홍혜민 2024. 3. 13. 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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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유 신보 '더 위닝(The Winning)', 발매 직후 음원 차트 1위 직행
'1위 초장기 집권' 기대했지만 비비 등 강세 속 상위권 머물러
'음원 퀸' 명성에 아쉬운 성적? 새 도전과 다음 행보에 거는 기대
가수 아이유가 최근 서울 송파구 KSPO DOME에서 '2024 아이유 H.E.R. 월드투어 콘서트'를 진행하고 있는 모습. EDAM엔터테인먼트 제공

"30대, 정말 끊임없이 도전합니다."

가수 아이유(IU)가 새로운 분수령 앞에 섰다. 새로운 변화와 도전의 길 위에서 '더 위닝(The Winning)'은 어떤 의미로 남게 될까.

아이유는 지난달 새 앨범 '더 위닝'을 발매하고 2년여 만의 컴백을 알렸다. '더 위닝'은 아이유가 30대에 접어든 뒤 처음으로 선보이는 앨범으로, 20대를 지나 새로운 나이를 맞이한 아이유가 욕망하는 '승리'에 대한 이야기들로 채워졌다.

오랜 시간 국내 음악 시장을 대표하는 여성 솔로 아티스트로 꼽히며 발표하는 곡마다 음원 차트 1위를 초장기 집권했던 '음원퀸'인 만큼, 새 앨범 역시 발매 직후부터 범상치 않은 주목을 받았다.

앨범 발매에 앞서 선공개한 '러브 윈즈 올(Love wins all)'의 성적 역시 그의 음원 흥행에 대한 기대를 높였다. 방탄소년단 뷔가 뮤직비디오에 출연하며 국내 뿐 아니라 해외 음악팬들의 뜨거운 관심을 받는데 성공한 '러브 윈즈 올'은 국내 주요 음원 차트 1위 뿐 아니라 미국 '빌보드 글로벌 200' 차트 25위에 진입하는 등 유의미한 성과를 남겼다. 뉴진스 혜인·조원선·패티김·탕웨이 등이 피처링와 내레이션, 뮤직비디오 출연 등으로 '더 위닝'에 힘을 실었다는 점 역시 새 앨범으로 일굴 성적에 대한 궁금증을 증폭시키는 요인이었다.

이후 발매된 '더 위닝'은 이변 없이 빠르게 국내 음원 차트 상위권으로 직행했다. 타이틀 곡 '홀씨'를 비롯해 대부분의 수록곡이 음원 차트 상위권에 이름을 올리며 '줄세우기'에 성공한 것이다. 당시 선공개 곡인 '러브 윈즈 올'이 1위를 지키는 가운데, 음원 차트를 섭렵한 '더 위닝'은 한 달여 간 상위권에 머물며 호성적을 이어갔다.

새 앨범을 발매하고 곧장 음원 차트 1위 및 상위권에 진입하는 것이 결코 쉽지 않은 현 K팝 시장을 고려할 때, 분명 아이유의 신보 역시 그의 명성에 걸맞는 성과를 기록한 셈이다. 하지만 그의 전작들이 거둔 성적과 비교했을 때 '더 위닝'의 성적이 다소 아쉽게 느껴진다는 평가도 이어졌다. 앞서 발매하는 곡마다 '메가 히트'급 인기를 구가하며 음원 차트 1위 '초장기 집권'을 이어왔던 것과 달리, '더 위닝'의 경우 1위에 올랐던 '러브 윈즈 올'이 채 한 달도 되지 않아 1위 자리를 내준 탓이다.

물론 '밤양갱'(비비)의 열풍이 예상치 못한 변수로 작용한 데다 르세라핌·투어스(TWS) 등 인기 아이돌 그룹들의 약진이 이어진 상황에서 한 달여 간 상위권을 지켰다는 점만으로도 아이유의 입지를 엿볼 수 있으나 객관적 수치만 놓고 봤을 땐 전작에 비해 사뭇 아쉽게 느껴지는 것은 사실이다.

일각에서는 이러한 성적의 이유가 아이유가 이번 앨범에서 줄곧 노래하는 '승리'의 키워드가 전작들에 비해 대중의 공감을 이끌어 내지 못했으며, 음악 역시 이전과 다른 신선함이나 흡인력을 전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과연 이번 앨범을 '실패'라 칭하며 아이유의 '위기'로 바라보는 것이 맞을까.

아이유가 현재 사람으로, 또 아티스트로서 변화의 지점을 맞이했다는 사실을 고려할 때 이는 위기보단 새로운 변화를 맞기 위한 '과도기'로 바라보는 것이 더 바람직하겠다. 실제로 이번 앨범은 30대가 된 아이유가 처음으로 선보인 작업물로, 아이유는 앨범 발매 당시 '30대 첫 앨범'이 자신에게 갖는 의미에 대해 언급한 바 있다. 그는 "20대 때 내가 해오던 메시지들과는 확실히 또 다른 이야기들을 30대가 돼서 꺼내는 것이기 때문에 이 자체가 30대의 어떤 갈피를 꽂는 작업이라 생각했다"라고 말했다.

기존의 아이유 표 노래를 기억하는 대중에겐 다소 생소하고 무겁게 다가왔던 앨범의 메시지도 30대에 접어든 아이유가 겪고 있는 변화의 산물인 셈이다. 앨범 전반에 걸쳐 등장한 '승리'에 관한 키워드에 대해 아이유는 "지금의 나를 표현하는 데 있어서 굉장히 솔직한 단어들"이라며 "한동안은 꽂혀 있는 주제가 없었다. 그런데 30대에 접어들면서 나다운 승부욕이 다시 한 번 재점화가 되는 시기라고 생각했다. '20대 후반에 느꼈었던 감정은 내가 변화하는 과정이 아니고 지치고 번아웃이 와서 그랬나 보다'라는 생각을 앨범을 준비하면서 다시금 했다"라고 설명했다.

아이유의 말처럼 지금의 아이유는 '30대 이지은'만이 노래할 수 있는 메시지로 새 출발선 앞에 섰다. 사뭇 달라진 메시지도, 이를 담아낸 음악도 이전과는 다를 수 있으나 이 역시 결국 '아이유'인 것이다. 10대의 아이유가 20대가 되며 음악 세계를 확장했던 것처럼 지금의 아이유 역시 같은 자리에 서 있다.

30대 아이유의 도전은 이제 시작이다. 최근 월드투어 콘서트 서울 공연을 성공적으로 마친 그는 데뷔 이후 처음으로 전 세계 18개 도시로 이어지는 월드투어를 이어간다. 오는 9월에는 여성 가수 최초로 상암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앙코르 콘서트를 개최한다. 30대의 시작점에서 숨을 고른 아이유가 걸어갈 다음 챕터가 기대된다.

홍혜민 기자 hh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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