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 질문엔 “지금도 고민 중”이라는 김연경, 챔프전 직행 가능성에 “끝까지 가보겠다” 투지
“고민은 계속 하고 있습니다. 아직은 노코멘트 하겠습니다.”
흥국생명 김연경은 2023~2024시즌 정규리그 막판 은퇴 질문에 미소를 지으며 이렇게 답했다. 지난 시즌 도중 은퇴를 고민한다는 뉘앙스를 내비친 뒤 김연경에게 늘 따라다니는 질문 중 하나다. 김연경은 이번 시즌을 앞두고 팀과 1년 계약하며 현역을 연장했다.
일단 김연경이 은퇴 고민 보단 경기에 집중할 환경이 만들어졌다. 흥국생명은 지난 12일 수원체육관에서 열린 프로배구 도드람 2023-2024시즌 정규리그 여자부 경기 현대건설과 경기에서 세트스코어 3-0(25-22 27-25 25-20)으로 승리했다. 이날 경기에서 승리하면 우승을 확정하는 선두 현대건설(승점 77점·25승10패)의 세리머니를 막은 승리였다.
2위 흥국생명(승점 76점·27승8패)은 앞선 경기에서 최하위 페퍼저축은행에 덜미를 잡히면서 치열했던 우승 경쟁에서 밀렸다. 페퍼저축은행전에서 승리했다면, 이날 승리가 우승을 확정하는 경기가 될 수 있었다는 점에서 아쉬움이 클 법한 경기였다. 김연경은 경기 뒤 “후회해봐야 지나간 경기 아닌가. 그날 패배로 충격도 많이 받았고, 선수단 분위기도 좋지 않았다”며 “오늘 우리가 지면 현대건설이 우승을 확정하는 경기니까 다른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었다. 또 ‘봄 배구’에서 만날 상대니까 이기고 싶었다”고 말했다.
흥국생명은 현대건설전에서 투지를 되찾았다. 자력 우승은 어렵지만 역전 우승 가능성은 살아 있다. 두 팀은 1경기씩을 남기고 있다. 승점이 같아지면 흥국생명이 유리해지기 때문에 흥국생명은 15일 GS칼텍스전에서 최대 승점인 3점을 꼭 따야 한다. 그리고 16일 페퍼저축은행이 현대건설을 잡아주길 기대해야 하는 상황이다.
김연경은 “아시다시피 우리 경기가 먼저 있다. 우리가 먼저 잘하는게 중요하고, 승점 3점을 가져와야 더 많은 가능성이 생긴다”며 “(우리가 만나보니)페퍼가 컨디션이 좋더라. (상대팀에)기대를 하는건 그렇지만 그런 상황”이라며 이변을 연출해주길 바랐다.
현 시점에서 은퇴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지에 대한 질문도 나왔다. 민감한 이슈지만 익숙한 질문이라선지 김연경은 가볍게 미소를 지으면서 차분하게 답했다. 김연경은 “지금도 고민은 하고 있다. 지금 상황에서 아직은 노코멘트 하겠다”고 했다.
1988년생으로 30대 중반에 들어선 김연경에겐 시즌 막판 여정은 쉽지 않다. 그러나 김연경의 승부욕 만큼은 여전하다. 일단 챔피언결정전으로 직행하기 위해서는 15일 GS칼텍스전에서 승점 3점을 따낼 수 있는 승리가 필요하다. 김연경은 “끝까지 해봐야 할 것 같다”며 집중력을 잃지 않았다. 그는 또 “현재 몸컨디션을 퍼센트로 말하긴 어렵지만 힘들긴 하다. 시즌 마지막이니 지치는 시기지만 핑계가 될 수 없다. 남은 1경기 마무리를 잘하고, PO든 챔프전이든 더 좋아질 수 있도록 컨디션을 맞출 것”이라고 말했다.
김연경은 이날 수비 기준기록상 5000개를 넘어섰다. V리그 통산 15번째 대기록이다. 김연경은 “이번 시즌에 기록이 많이 나오는 것 같다”고 웃으며 “그만큼 많이 뛰었다는 증거 아닌가. 오래 뛰었다는 증거라서 기분이 좋다. 좋은 동료들과 함께하면서 만들어낸 기록이라 좋은거 같다”며 공을 동료들에게 돌렸다.
수원 | 이정호 기자 alph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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