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밭춘추] 더불어 사는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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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부턴가 아파트 단지에 쥐가 출몰하기 시작했다.
쥐가 출몰한 날이면 단톡방에는 쥐를 촬영한 동영상이 올라오고, 쥐를 없애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반려견이 많은 단지라 쥐덫이나 쥐약을 놓을 수는 없었다.
단지에서 쥐를 봤다는 제보도 더 이상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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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부턴가 아파트 단지에 쥐가 출몰하기 시작했다. 대낮에 아이들이 놀고 있는 놀이터를 활보하는가 하면, 보란 듯이 산책로를 가로질러 다녔다. 쥐가 출몰한 날이면 단톡방에는 쥐를 촬영한 동영상이 올라오고, 쥐를 없애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반려견이 많은 단지라 쥐덫이나 쥐약을 놓을 수는 없었다. 누군가 시청에 민원을 넣었지만 시청 직원도 뾰족한 수가 없다고 했다. 수천 년 전부터 이 지구상에 살고 있는 쥐를 멸망시킬 방법이 인간에게는 없었다.
지난 봄, 단지 화단에 꽃을 심던 이웃 언니가 꽃 사이를 좀 보라며 산책하던 필자를 불러 세웠다. 거기에는 꽃보다 더 여린 아기 고양이가 겁에 질린 표정으로 떨고 있었다. 엄마를 잃어 버린 고양이는 배가 고팠는지 흙을 일구던 언니의 손에 머리를 비볐다. 언니는 그 후로 줄곧 고양이에게 먹이를 챙겨 주고, 시청 직원의 도움을 받아 중성화 수술까지 시켰다.
얼마 후 다시 만난 고양이는 제법 털에 윤기가 흘렀다. 아이들은 놀이터에서 놀다가도 고양이를 보러 달려왔고 용돈을 털어 간식을 사다 날랐다. 고양이는 금세 단지의 마스코트가 되었다. 여름 장마철에는 행여 고양이가 비에 젖지는 않을까 쓰레기 분리 수거장 옆에 고양이 거처를 마련해 주었다. 언니는 고양이가 벌써 쥐를 잡아서 자기 앞에 갖다 놓는다며 대견해 했다. 단지에서 쥐를 봤다는 제보도 더 이상 없었다.
며칠 전 단톡방에서 분리 수거장 옆에 고양이 집과 사료가 있다며 관리소에 치워 달라고 요청했다는 글이 올라왔다. 캣맘이 이곳까지 진출했냐며 고양이를 싫어하는 일부 주민의 비난 글이 이어졌다. 언니는 자초지정을 얘기하며 미리 치우지 못해 미안하다고 사과했다. 다행이 입주민이 문제의 고양이를 입양했고, 사건은 일단락되었다.
요즘은 지자체에서 길고양이 개체수 관리를 위해 무료로 중성화 수술을 지원해 준다. 길고양이가 사라진다면 삽시간에 쥐가 들끓을 지도 모른다. 어쩌면 동물과 사람이 조화롭게 공존할 수 있을 때, 우리는 더 좋은 세상을 만들 수 있지않을까?
심옥녀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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