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CPI 예상보다 높았는데…증시 급반등한 3가지 이유

권성희 기자 2024. 3. 13. 0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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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플레이션 지표가 예상보다 높게 나왔음에도 미국 증시는 12일(현지시간) 큰 폭으로 상승했다.

이날 S&P500지수는 1.1%, 나스닥지수는 1.5% 올랐다. 다우존스지수는 0.6% 강세로 마감했다. 반면 미국의 10년물 국채수익률은 CPI 영향으로 0.051%포인트 오른 4.154%를 나타냈다.

이날 개장 전에 발표된 지난 2월 소비자 물가지수(CPI)는 시장 컨센서스를 전반적으로 웃돌았다.

지난 2월 CPI는 전월비 0.4% 올라 예상치에 부합했다. 이는 지난 1월의 전월비 상승률 0.3%보다 높아진 것이다. 지난 2월 CPI의 전년비 상승률은 3.2%로 예상치인 3.1%를 웃돌았다. 이는 지난 1월의 전년비 상승률 3.1%보다 올라간 것이다.

변동성이 큰 식품과 에너지를 제외한 근원 CPI는 전월비 0.4% 올라 예상치 0.3% 상승을 상회했다. 이는 지난 1월의 전월비 상승률 0.4%와 동일한 것이다. 근원 CPI의 전년비 상승률도 3.8%로 예상치 3.7%를 웃돌았다. 이는 지난 1월의 전년비 상승률 3.9%보다는 0.1%포인트 낮아진 것이다.

이처럼 지난 2월 CPI가 시장 예상치를 상회했음에도 미국 증시가 상승으로 반응한 이유는 3가지로 분석된다.

뉴욕 월가 표지판 /로이터=뉴스1

첫째는 예상치를 웃돈 CPI 상승률이 시장의 금리 인하 전망을 크게 바꾸지 못했기 때문이다.

지난 2월 CPI 상승률이 전월에 비해 크게 둔화되지 않을 것이란 사실은 이미 예상됐었다. 이 때문에 지난 2월 CPI가 발표되기 전에 이미 시장의 금리 인하 기대감은 오는 6월로 연기돼 있었다.

시카고 상품거래소(CME)의 금리 선물시장에 따르면 CPI가 발표되기 전날 올해 첫 금리 인하 시기는 오는 6월로 예상됐었다. 오는 6월에 금리 인하가 시작될 것이란 전망이 59.4%로 처음으로 50%를 넘어섰기 때문이다.

지난 2월 CPI가 발표된 후인 이날도 오는 6월에 금리 인하가 시작될 것이란 전망이 59.5%로 전날과 거의 동일하게 유지됐다. 이는 지난 2월 CPI가 첫 금리 인하 시기에 대한 시장의 기대를 바꾸지 못했음을 의미한다.

둘째는 전날 장 마감 후 오라클의 실적 발표 때문이었다. 오라클의 실적 자체는 그리 인상적이지 않았다. 특히 이번 분기에 대한 매출액 가이던스는 애널리스트들의 전망치를 밑돌았다.

하지만 오라클은 AI(인공지능) 서버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며 신규 클라우드 인프라 계약이 대규모로 이뤄지고 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오라클은 이날 11.8% 급등하며 AI 수혜주를 전반적으로 끌어 올렸다.

AI 인프라에 필수적인 GPU(그래픽 프로세싱 유닛)를 만드는 엔비디아가 7.2% 폭등했고 AMD도 2.2% 올랐다. 엔비디아와 AMD의 칩을 위탁 생산하는 TSMC는 3.9%, 엔비디아 GPU에 HBM을 납품하기로 한 마이크론 테크놀로지는 3.1% 상승했다.

AI 서버를 만드는 슈퍼 마이크로 컴퓨터가 7.7%, AI 서버 냉각장치를 만드는 버티브 홀딩스가 7.9% 치솟았다. AI를 활용한 클라우드 서비스와 소프트웨어에서 앞서가는 마이크로소프트는 2.7%, 메타 플랫폼은 3.3% 강세를 보였다. 네트워킹 회사로 매출의 거의 절반이 마이크로소프트와 메타 플랫폼에서 발생하는 아리스타 네트웍스도 4.0% 상승했다.

셋째, 지금 시장을 끌어올리는 모멘텀은 금리 인하 기대감이 아니라 미국의 강력한 경제와 이에 따른 기업들의 실적 성장세이기 때문이다.

연준(연방준비제도)에 대한 금리 인하 기대감은 올초 오는 3월에서 현재는 6월로 연기됐다. 하지만 금리 인하 기대가 낮아지는 동안 S&P500지수는 올들어 8.5% 상승했다. 이는 시장의 상승 모멘텀이 금리 인하 기대감이 아니라는 의미다.

투자 전문 매체인 배런스는 연준이 사실상 통화정책을 동결하고 있으며 최근 데이터에 따르면 미국 경제에 완화적 통화정책이 필요하다는 신호는 거의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미국의 실질 국내총생산(GDP)은 지난해 2.5% 성장한데 이어 올해도 2.1% 확장을 계속할 것으로 전망된다.

야데니 리서치의 설립자인 에드워드 야데니는 "연준이 말해온 것처럼 데이터에 의존한다면 조만간 금리를 인하해야 할 이유는 전혀 없다"며 "생산성 증가율도 회복세로 돌아서 연방기금 금리가 높은 수준을 유지해도 경제가 계속 성장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고 지적했다.

모간스탠리 투자관리의 포트폴리오 매니저인 앤드류 슬리몬은 배런스에 "연준이 당장 금리를 인하한다면 나는 경제가 둔화되는 것인가 걱정하게 될 것"이라며 "경제 성장세 둔화는 우리가 기대하고 있는 기업들의 실적 성장세를 위험에 빠뜨리게 된다"고 말했다.

권성희 기자 shkwo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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