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honey] 자연과 순례의 섬…나가사키현 고토

김정선 2024. 3. 13.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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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금교령 시기 천주교 순교 발자취를 더듬다
오세자키 등대와 석양 [사진/김정선 기자]

(고토=연합뉴스) 김정선 기자 = 일본 나가사키현 서쪽에 여러 섬으로 이뤄진 고토열도가 있다.

고토시는 고토열도의 남서부에 위치한 섬 지역이다.

이곳에선 넓게 펼쳐진 바다와 등대처럼 섬 특유의 풍경을 접할 수 있다.

과거 금교령 시기를 전후한 성당의 발자취도 일부 더듬어 볼 수 있다.

넓게 펼쳐진 바다…동백과 등대

다카하마 해수욕장 [사진/김정선 기자]

인천국제공항을 출발, 항공기로 1시간 20여분이 걸려 후쿠오카 공항에 도착했다.

여기에서 고토시에 가기 위해 좌석 60여석의 일본 국내선 소형 항공기로 갈아탔다.

비행시간은 40여분이 걸렸다.

고토시에 가까워지자 넓게 펼쳐진 푸른 바다가 보였다.

고토 쓰바키 공항에 내려 기온을 확인해 보니 한국보다 10도 안팎 높았다.

날씨는 대체로 포근했지만 바람이 강하게 불 때는 추위가 확실히 느껴졌다.

나가사키현관광연맹과 고토시가 최근 진행한 답사 여행에 참여해 고토시를 방문했다.

현지에서 동행한 일본인 가이드는 고토시가 최근 몇 년 사이 일본 내 TV 드라마의 배경지로 잘 알려지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이곳의 인구는 3만4천여명이다.

고토시가 속한 나가사키현은 한국인 사이에서도 천주교 순례 방문지로 널리 알려진 곳이기도 하다.

2018년 일본의 '나가사키와 아마쿠사 지방의 잠복(은둔) 기리스탄 관련 유산' 12개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 바 있다.

쓰바키 자야 근처 동백나무 [사진/김정선 기자]

과거 200년 넘게 신앙을 숨기며 지켜온 것과 관련된 유산이라 할 수 있다.

이 중에는 고토시에 있는 관련 유산도 일부 포함됐다.

'기리스탄' 명칭은 과거 그리스도교를 뜻하는 포르투갈어에서 유래됐다.

방문 기간 고토시의 자연을 둘러보면서 성당을 탐방했다.

이곳 해변 근처에는 동백나무들이 많았다. 여기저기 꽃이 피어있다.

나중에 시내를 이동하다 보니 가로수로도 보였다.

고토열도는 난류 영향을 크게 받아 기후가 연중 온난한 편이다.

섬 전역에 야생 동백처럼 잎이 작고 두꺼우며 반짝거리는 상록 활엽수림이 펼쳐져 있다고 한다.

푸른 빛의 다카하마 해수욕장에선 삐죽하게 솟은 산세가 눈에 띄었다.

좀 더 이동해 바다와 마주한 절벽 위 오세자키 등대를 바라볼 수 있는 전망대를 찾았다.

석양이 바다에 비추자 전망대에서 저 멀리 하얀 점처럼 보이는 등대가 도드라졌다.

안내판에는 한국어 설명도 있다.

오세자키 절벽은 담갈색의 사암과 흑색의 이암이 서로 겹친 지층이 밀려오는 파도에 깎여져 형성됐다고 적혀있다.

고토 성당의 발자취

미즈노우라 성당 외부 [사진/김정선 기자]

고토관광역사자료관에서는 2018년 등재된 세계유산 관련 내용을 전시하고 있었다.

일본에선 1549년 스페인 출신 프란치스코 하비에르 신부에 의해 천주교가 전해진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1587년 선교사 추방령에 이어 1614년 금교령이 내려졌다.

천주교 신자들은 탄압을 받게 되자 자신의 신앙을 드러내지 않고 은둔하며 믿음을 지키는 이들이 잇따랐다.

현재의 나가사키현 다른 지역에서 이러한 농민 일부가 박해를 피해 섬 지역인 고토시로 이주해 왔다.

고토시에서도 신자들에 대한 박해가 있었다고 한다.

마침내 1873년 금교령이 풀렸고 다시 성당이 만들어졌다.

고토 방문 기간 성당 몇곳을 찾았다. 먼저 미즈노우라 성당을 방문했다.

미즈노우라 성당 내부 [사진/김정선 기자]

이곳의 역사는 에도시대 말기 당시 오무라번에서 이주한 신자와 그 가족에 의해 시작됐다고 알려져 있다.

로마네스크와 고딕 양식, 일본식 건축이 혼합됐다는 흰색 건축물 내부로 들어갔다.

현장에서 일행과 만난 구마가이 유지 신부는 '고토 신앙'이란 무엇이냐는 질문에 "이곳은 예부터 가난하고 척박한 땅이었다"며 "나가사키에서 박해를 피해 이주한 이들의 자손들이 이곳을 지탱해 준다"고 답했다.

이모치우라 성당도 가 봤다.

1897년 벽돌로 지어진 이 건물은 태풍 피해가 심해 1988년에 콘크리트 구조로 바뀌었다고 한다.

안내판에는 한국어 설명이 포함돼 있다.

나루시마에 있는 에가미 성당은 1881년 은둔 신자 네 가족이 세례를 받은 것으로 역사가 시작됐다.

마지막으로 해변에 있는 도자키 성당을 찾았다.

도자키 성당 전경 [사진/김정선 기자]

금교령이 풀린 후 고토시에는 임시 성당이 세워졌다.

이후 개축 공사가 이뤄져 도자키 성당이 현재의 붉은 벽돌 구조를 갖추게 됐다.

스테인드글라스 장식으로는 고토시에서 자주 볼 수 있는 동백꽃 문양을 채택했다고 한다.

먹을거리와 거리의 풍경

섬 지역인 고토시에는 해산물, 육류, 채소류 등 다양한 먹을거리가 있다.

우동은 다른 곳보다 굵기가 가늘어 보였고, 고구마로 만든 디저트는 떡처럼 쫀득쫀득했다.

주류 공장에선 동백, 고구마 등을 원료로 첨가한 제품도 있었다.

시내에선 선박들이 정박해 있는 후쿠에항의 모습이 보였다.

항구에선 에도시대 말기 후쿠에성을 건축할 때 방파제와 등대 역할을 위해 지었다는 석축 시설물이 맞은편에 있다. 고토시의 상징물 중 하나라 할 수 있는 해발 315m의 산 '오니다케'도 시야에 들어왔다.

후쿠에항 [사진/김정선 기자]

거리를 걷다 보면 과거에 지어진 성의 돌담이 나타나기도 했다.

고토시에는 이곳 출신 미술감독인 야마모토 니조의 이름을 딴 미술관이 있다.

일본 애니메이션 감독 미야자키 하야오가 연출한 '미래소년 코난', '천공의 섬 라퓨타' 등의 미술감독을 맡았던 인물이다.

미술관은 그가 작업했던 애니메이션 속 배경 그림, 고토시를 묘사한 그림 등을 전시하고 있다.

[취재협조] 나가사키현관광연맹, 고토시

※ 이 기사는 연합뉴스가 발행하는 월간 '연합이매진' 2024년 3월호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js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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