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일바구니? '승부사' 김연경은 안주하지 않는다..."일단 이겨야죠"

권수연 기자 2024. 3. 13. 08:00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흥국생명 김연경ⓒMHN스포츠 이지숙 기자

(MHN스포츠 수원, 권수연 기자) 시즌 말미에 닥쳐 분명 어려운 상황도 있었고, 기적같이 승리한 경기도 있었다. 승점 관리가 빠듯해 정규리그 1위를 마지막까지 겨루는 상황이 됐다. 

김연경은 당장의 승리에 안주하지 않고 다음 경기를 이길 생각만 했다. 

12일, 수원 실내체육관에서 열리는 2023-24시즌 도드람 V-리그 여자부 6라운드 경기에서 흥국생명이 현대건설을 세트스코어 3-0(25-22, 27-25, 25-20)으로 꺾었다.

당초 누적승점 77점으로 선두였던 현대건설은 흥국생명에 비해 매우 유리한 정규리그 1위 조건을 갖추고 있었다. 풀세트 끝에 승리만 해도 홈에서 축포를 터뜨릴 수 있는 상황이었다.

흥국생명이 승리 후 기뻐한다ⓒMHN스포츠 이지숙 기자

그러나 흥국생명은 현대건설의 수비를 차곡차곡 무너뜨리고, 아포짓 모마를 제외한 아웃사이드 히터(위파위, 정지윤)의 공격을 차단하며 운영을 단조롭게 만들었다. 경기 초반에는 현대건설과 1점~역전의 경기를 이어가는 등 상황이 빠듯했다. 

경기가 불리해지자 이후 김다인의 토스가 모마에게 전적으로 향하고, 3세트에야 겨우 정지윤을 사용하는 듯 보였다. 그러나 정지윤만으로 흥국생명을 뚫기는 무리였다. 

흥국생명은 지난 8일, 페퍼저축은행에 충격의 3점 패를 당하며 정규리그 1위 가능성이 사실상 매우 희박하게 점쳐졌다. 분위기도 상황도 한참 유리한 현대건설이 이 날 칼자루를 쥐고 있는 듯 보였다.

흥국생명 윌로우가 득점 후 기뻐한다ⓒMHN스포츠 이지숙 기자

그러나 1세트 공격효율 -23.8%로 극도로 부진했던 윌로우가 3세트에만 11득점을 터뜨리고, 공격성공률 71.43%에 공격효율을 57.14%까지 끌어올리며 펄펄 날았다. 윌로우는 이날 21득점으로 팀 최다 득점을 올렸다. 김연경은 그 뒤를 이어 16득점(공격성공률 45.45%), 레이나가 14득점을 올리며 팀 승리를 합작했다.

경기 후 취재진을 만난 김연경은 '(오늘 이겨서) 지난 경기 패배가 더 뼈아프겠다'는 질문에 "후회해봐야 지난 경기"라며 "또 그때 우리가 페퍼저축은행에 처음으로 진거다. 충격도 많이 받았다"며 직전 충격패를 곱씹었다. 이어 "오늘 경기가 그래서 중요하다 생각했고, 또 지면 현대건설의 1위가 확정되는거였다. 그래서 다른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었고 또 포스트시즌서 만날 상대니 집중했다. 남은 경기 끝까지 가게됐고, 끝까지 해봐야 할 것 같다"며 곧바로 새로운 각오를 전했다.

흥국생명 김연경ⓒMHN스포츠 이지숙 기자

아본단자 감독이 경기 후 "페퍼저축은행에 과일바구니라도 보내야겠다"고 농담한 것과는 달리, 김연경은 "우리가 현대건설보다 먼저 한 경기가 남았는데 이기는 것과 승점 3점을 가져오는게 중요하다"고 결의부터 내보였다.  

김연경은 올 시즌 내내 아포짓 스파이커에 가까운 아웃사이드 히터로 팀을 지탱해왔다.

팀은 올 시즌 순항하다 4라운드를 넘어서자 급격하게 흔들렸다. 외인 옐레나 므라제노비치(옐레나)의 경기력과 감정 기복 이슈가 제법 있었고, 세터진의 토스 운영에 대해서는 매 경기 지적이 이어졌다.

이에 흥국생명은 지난 1월 22일, 미국프로야구(MLB) 전설 투수 랜디 존슨의 딸인 윌로우 존슨을 교체 선수로 전격 영입하며 분위기 쇄신을 알렸다. 김연경과 레이나, 윌로우가 새로운 삼각편대를 이룬 것이다. 

흥국생명 레이나가 리시브를 시도한다ⓒMHN스포츠 이지숙 기자
흥국생먕 김연경-윌로우가 도수빈에게 하이파이브한다ⓒMHN스포츠 이지숙 기자

외인이 한 차례 바뀌었음에도 김연경이 팀에서 수행하는 공격 비중은 결코 적지 않았다.

13일 기준, 김연경의 23-24시즌 성적은 누적득점 764점으로 전체 5위(국내선수 중 1위), 공격성공률 44.9%로 전체 2위(국내선수 중 1위), 오픈공격 성공률 40.66%으로 전체 5위(국내선수 중 2위) 등 리그 최상위권 성적을 기록하고 있다.

지난 5일 IBK기업은행전을 치른 후 김연경은 "내가 만 나이로 36세다. 감독님이 내 나이를 모르시는 것 같다"라며 가벼운 투정(?)을 부리기도 했다.

그러나 이 날 그의 대답은 결이 조금 달라졌다. 이에 대해 다시 상기한 그는 "마지막 오니까 좀 더 (몸이) 지치기는 한다. 그러나 사실 그런건 이해가 될 수 없고 다 핑계"라며 "한 경기가 남아있고 또 플레이오프든 챔프전이든 경기가 계속 이어질거다. 그 부분에 포커스를 맞춰 컨디션을 조절하고 맞추도록 하겠다"고 답했다.

득점 후 기뻐하는 흥국생명ⓒMHN스포츠 이지숙 기자

페퍼저축은행전에서 패한 충격은 이 날 현대건설전을 완승한 후에도 여운이 남았다.

실제로 경기 후 사령탑 아본단자 감독은 "이전 경기가 생각나서 그렇게 기분이 좋지만은 않았다"는 말로 소감을 가장 먼저 전하기도 했다. 

선수단에는 충격이 더 깊게 맴돌았다. 김연경은 이에 대해 언급하며 "그런 분위기를 추스리는데 어려움이 있었다. 광주에서 돌아오는 과정도 힘들고, 다음 날 훈련하면서 분위기도 좋지 않았다"며 "감독님이 푸시한 부분도 있다. 그리고 선수들도 충격을 받았겠지만, 반성하고 이번 경기에서 보여줘야겠다고 다짐했다. 그런 부분을 오늘 잘 보여줘 다행"이라고 밝혔다. 

김연경의 역할도 매우 중요하지만 윌로우와 레이나, 공수의 핵심이 되는 두 선수가 기둥이 되어줘야 한다. 여기에 이를 조율하는 김다솔, 이원정, 박혜진 등 세터진의 운영이 가장 큰 버튼으로 작용한다. 

득점 후 기뻐하는 흥국생명ⓒMHN스포츠 이지숙 기자

그럼에도 김연경은 "사실 (오늘처럼 하는게 둘에게) 쉬운 것만은 아니다. 각자의 상황과 컨디션이 있다. 어려운 경기가 될거라 생각했지만 오늘 경기는 각자 모든 선수들이 자기 위치에서 잘해줬다"며 호평했다.

그러면서  "결국 플레이오프를 가면 챔프전, 긴장감 등을 어떻게 버틸 수 있을지 (모르겠다) 잘 이겨내야겠다"고 덧붙였다. 다음 시즌 현역 활약을 이어갈 것인지에 대해서는 "아직까지는 고민이다. 노코멘트"로 답하며 머쓱한 웃음을 짓기도 했다.

한편, 흥국생명은 오는 14일 GS칼텍스와 정규리그 마지막 맞대결을 펼친다. 현대건설은 15일 페퍼저축은행과의 경기를 끝으로 시즌을 마무리하고 포스트시즌을 준비한다. 

 

사진= MHN스포츠 DB

Copyright © MHN스포츠.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