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번 타자' 이은 '꼴데' 태그... 계속된 TVING의 야구 몰이해 논란, 언제쯤 사라질까

상암동=김동윤 기자 2024. 3. 13. 0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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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뉴스 | 상암동=김동윤 기자]
티빙 최주희 대표가 12일 서울특별시 마포구 상암동에 위치한 CJ ENM 센터에서 열린 K-볼 서비스 설명회에서 발표하고 있다. /사진=티빙 제공
2024년 KBO리그 개막을 열흘 앞둔 시점에서 국내 프로야구 독점중계권을 따낸 TVING(티빙)의 야구 몰이해 논란이 계속됐다. 자사 서비스 설명회를 가진 티빙 측은 조속한 시일 내에 야구 전문성을 높이겠다고 약속했다.

한국야구위원회(KBO)는 이달 4일 CJ ENM과 KBO 리그 유무선 중계방송권 계약(3년간 총 1350억 원)을 체결했다. 그러면서 OTT(Over The Top) 서비스인 티빙은 2024년부터 2026년까지 KBO 리그 전 경기의 국내 유무선 중계방송 권리와 함께 중계방송권을 재판매 할 수 있는 독점적 권리를 보유했다.

CJ ENM과 계약으로 KBO리그뿐 아니라 한국 프로스포츠는 새로운 도전에 직면하게 됐다. 전 세계적으로 프로스포츠의 유료 중계는 보편화된 흐름이었다. 국내에서는 해외 프로스포츠 중계에서나 볼 수 있었다. 하지만 가장 큰 인기를 자랑하는 KBO리그가 스타트를 끊으면서 한국 프로스포츠의 유료 중계도 시험대에 올랐다.

KBO는 CJ ENM과 계약을 통해 중계 품질의 향상과 야구팬들이 KBO 리그를 더욱 다양하게 즐길 수 있는 콘텐츠를 원했다. CJ ENM 역시 시범경기 개막일인 3월 9일부터 4월 30일까지 티빙에 회원가입한 이용자들에 한해 무료로 KBO리그 생중계를 시청할 수 있게 하면서 4일에는 최저가인 월 5500원의 '광고형 스탠다드' 요금제를 내놓았다.

지난 9일 개막한 KBO리그 시범경기는 정규시즌 개막을 앞두고 티빙이 현재 가진 중계 역량을 알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하지만 현재로서는 실망스럽다는 의견이 주류를 이룬다. 기본적인 서비스부터 지적을 받았다. 경기 영상이 드라마처럼 1화, 2화 식으로 올라와 원하는 경기를 직관적으로 찾기 어려웠다. 경기 중계에서 최대 30초 딜레이가 생기기도 했고 흐름을 종잡을 수 없는 하이라이트 영상에도 불만이 속출했다.

티빙의 영상 클립에 '32번 타자'라는 어색한 표현이 자막으로 나오고 있다. /사진=티빙 중계화면 갈무리
3월 11일 LG와 삼성의 KBO리그 시범경기 하이라이트 영상 태그. 노란색 네모 안에는 롯데에 대한 멸칭이 들어있다. /사진= 티빙 앱 갈무리

팬들로부터 가장 큰 질타를 받은 건 야구에 대한 몰이해다. 롯데 자이언츠의 '전준우'를 '전근우'로 선수의 이름을 잘못 표기하는가 하면 등번호를 타순으로 착각해 '32번 타자'라는 용어를 만들어냈다. 여기에 세이프(Safe)를 세이브(Save), 희생 플라이를 희생 플레이로 적는 등 기본적인 야구 용어에도 미숙한 모습을 보였다.

설명회가 있던 12일에는 각종 커뮤니티에서 하이라이트 경기 태그가 논란이 됐다. LG 트윈스와 삼성 라이온즈의 경기와 전혀 상관없는 태그가 있는 것도 모자라 '꼴데(꼴찌+롯데)', '칩성(칩+삼성)' 등 자극적인 팀 멸칭이 버젓이 올라왔다. 많은 검색을 위해 다양한 태그를 등록하는 건 있을 수 있는 일이지만, 공개 영상과 관련 없는 타 팀의 멸칭까지 넣는 건 불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계속되는 미숙한 운영에 티빙의 최주희 대표(CEO)는 12일 서울특별시 마포구에 위치한 CJ ENM 센터 탤런트스튜디오에서 열린 K-볼 서비스 설명회에서 "주말 사이 10년은 늙은 것 같다. 무료보다 못하다는 지적을 뼈아프게 받아들이고 있다. 시범경기 시작 후 우려 섞인 반응과 지적을 잘 알고 있다. 주말 내내 커뮤니티 등을 모니터링하면서 인지했고, 이를 통해 더욱 책임감을 느꼈다"고 고개를 숙였다.

설명회에는 티빙 최주희 대표를 비롯해 전택수 최고제품책임자(CPO), 이현진 최고전략책임자(CSO)가 참석해 취재진과 질의응답 시간을 가졌다.

이 모든 일은 짧은 준비 기간에서 비롯됐다. KBO는 지난해 12월 4일부터 올해 1월 3일까지 우선협상 대상자 선정을 위한 경쟁 입찰을 실시했다. 1월 5일 KBO의 마케팅 자회사인 KBOP 이사진(각 구단 마케팅 책임자) 등이 참여한 평가회의에서 CJ ENM이 종합평가 최고점을 획득해 우선협상 대상자로 선정됐다. 이후 1월 8일부터 약 40일간의 우선협상을 거쳐 지난 2월 16일 최종 합의에 이르렀다.

티빙 전택수 CPO가 12일 서울특별시 마포구 상암동에 위치한 CJ ENM 센터에서 열린 K-볼 서비스 설명회에서 발표하고 있다. /사진=티빙 제공

이 무렵부터 각종 인력 구인 플랫폼에는 CJ ENM이 1년 미만의 스포츠 콘텐츠 영상 관리나 모니터링 관련 계약직을 모집한다는 공고가 올라오기 시작했고, 현재진행형이다. 전택수 CPO는 "두 달 전부터 실제 경기를 모니터링하고 경기 중 발생하는 서비스적인 부분을 담당할 인원을 채용했다. 그 과정이 최근에 발견되면서 이슈가 된 것 같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준비 기간이 짧았다 해도 기존 인원이 야구를 너무 몰랐다는 비판을 피할 순 없었다. 설명회 현장에서도 티빙 대표를 비롯해 해당 관계자 중 야구를 좋아하고 잘 아는 인원은 있는지 묻는 질문까지 나왔다. 현재 티빙은 KBO 중계를 위해 약 50~60명의 개발자가 포함돼 있는 태스트포스(TF) 팀을 꾸려 운영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최주희 대표는 "정말 송구스럽게 생각한다. 내가 20년 전 야구에 입문할 때 볼넷을 이해하지 못했던 과오를 (다시) 저지른 느낌이다. 책임감을 아주 무겁게 느끼고 있고 빠르게 개선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답했다. 이어 "KBO 중계와 관련해 여러 파트너사와 합을 맞춰 나가는 과정에서 전문성을 확인하고 결과물에 대한 검수를 조금 더 꼼꼼히 해야 하는 부분이 부족했다. 이러한 프로세스를 효율화하는 과정을 진행 중이고 앞으로 이러한 실수는 절대 없게 하기 위해 만반의 준비를 다 하고 있다. 또 내부적으로도 모두가 야구팬일 수는 없지만, 야구 전문성을 높이려 하고 있다"고 힘줘 말했다.

설명회가 끝난 후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개막을 열흘 앞둔 시점에서 나온 답변으로 아쉽다는 지적이 주를 이뤘다. 기존 인원의 야구에 대한 몰이해가 단 며칠의 시범경기를 통해 지적받은 상황에서 야구 전문 인력 충원을 단기 계약직 고용으로 해결할 수 있을지도 지켜볼 일이다.

프로스포츠 유료 중계 시대를 열었다는 점에서 티빙의 도전은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다행히 티빙 측도 이 점에 전적으로 공감하며 더 나은 서비스를 약속했다. 최주희 대표는 "시범 경기를 진행하면서 KBO 중계에 있어 다양한 파트너들과 합을 맞춰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인지했다. 아직 많은 우려가 있는 걸 알고 있다. 보다 큰 책임감을 가지고 반드시 제대로 된 서비스로 개막전(23일)에 찾아뵙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면서 "개막 전까지 제대로 된 중계 서비스를 약속드리면서 더 나아가 KBO 중계에 진심 어린 투자를 계획하고 있다. '이래서 유료로 돈을 받는구나', '이렇게 투자하는구나'를 느낄 수 있도록 진정성 있게 보여드리겠다"고 힘줘 말했다.

상암동=김동윤 기자 dongy291@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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