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中2030 잡아라”…140년 전통기업도 '틱톡'해야 산다
팬데믹 이후 변화된 중국 소비패턴…전통식품도 변해야 팔려
온오프라인 투트랙…기업 역사·문화 알리는 체험형 마케팅도 인기
[광저우(중국)=이데일리 이정현 기자] “살라미 10개를 사면, 밀키트 1세트를 증정품으로 드리겠습니다. 지금 또 주문이 들어왔네요. 주문이 늦으면 품절입니다.”
지난 7일 중국에서 세 번째로 큰 도시이자 광둥성의 성도인 광저우에 있는 중국 육가공업체 윙입푸드(900340)의 자체 라이브커머스 스튜디오의 모습이다. 쇼호스트가 직접 나와 윙입푸드의 제품을 소개하고 온라인으로 실시간 판매 중이다. 마치 한국의 홈쇼핑을 보는 듯한데 차이가 있다면 방송이 아닌 중국 소셜네트워크 채널에 마련된 기업 플랫폼을 통해 하루 15시간씩 송출된다.
방송을 위해 필요한 것은 대여섯평 남짓의 작은 공간과 입담 좋은 쇼호스트, 그리고 보조인력 한 명이면 충분하다. 방문 당시 윙입푸드의 라이브커머스 방송 시청자는 200여명이었으나 많을 때는 1000명대를 넘기는데다 유명 인플루언서와 협업 방송을 진행할 땐 수만명에 달하기도 한다.
나스닥 상장을 선언하며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을 노리는 윙입푸드가 라이브커머스에 주목하는 것은 최근 중국의 소비형태가 빠르게 변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윙입푸드에서 생산하는 중국식 살라미는 광둥성 사람들의 식탁에 매일 올라오는 식재료이며 전통음식에 가까워 소셜 전자상거래 플랫폼과는 거리가 멀었다. 매출액 대부분이 오프라인 영업망에서 나왔기 때문인데 최근들어 온라인으로 비중이 옮겨지고 있다. 수년전까지만해도 소수였으나 지난해 3분기 기준 윙입푸드의 매출액 중 25.8% 가량이 이커머스를 통해 창출되는 등 증가세가 가파르다.
윙입푸드는 라이브커머스 시장에 적극적으로 뛰어들며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기로 했다. 현재 개발 중인 밀키트 및 대체육 사업의 핵심 소비층인 2030세대 및 중국내 급증하는 1인 혹은 맞벌이 가구의 주요 소비 채널로 라이브커머스가 부상하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 남단인 광둥성에서 하얼빈이 있는 헤이룽장성까지 하루만에 배송이 가능한 인프라가 완성이 된데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스마트폰을 통한 식재료 쇼핑이 보편화된 것은 이러한 흐름을 부채질했다.
중국의 라이브커머스 마케팅은 당분간 성장세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중국 국가통계국에 따르면 지난해 라이브커머스를 통한 판매액이 전년동기대비 30.4% 증가한 4조5656억 위안으로 전망되는 등 빠르게 성장 중에 있다. 연평균 1인당 소비액 역시 7399위안으로 4년만에 25배로 증가했다. 라이브커머스에 뛰어드는 기업 역시 전년대비 28.3% 증가한 2만4000여개로 추정된다.
윙입푸드는 주요 마케팅 전략으로 상품 홍보 뿐만 아니라 자사 제품을 직접 체험하고 전통문화를 알리는데에도 주력하고 있다. 엔데믹으로 중국 소비자들이 체험형 마케팅 콘텐츠를 소비하려는 움직임이 있기 때문이다. 소셜 미디어 플랫폼과 오프라인 매장을 오가는 인터랙티브 마케팅을 통해 시너지 효과를 노린다.
윙입푸드의 체험형 콘텐츠 마케팅은 지난해 중산에 설립한 문화관 및 체험관에서 직접 확인할 수 있다. 중국식 소시지의 유래부터 점포 개설을 지나 현재 회사를 이끌고 있는 왕현도 대표이사의 취임 그리고 코스닥 상장까지 역사를 한눈에 살펴볼 수 있다. 아울러 직접 중국 소시지를 만들어볼 수 있는 공간도 마련해 두었다.
엽호파 윙입푸드 3대 계승자는 “윙입푸드는 1886년 최초로 상업화된 중국식 살라미 점포 개설 후 현재까지 140여년간 단절없이 가업으로 계승된 기업”이라며 “윙입푸드의 역사를 이해하고 주요제품을 직접 체험함으로써 소비층 확대를 노려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정현 (seiji@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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