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만의 맞대결' 이정후 무안타-'홈런' 오타니 3안타 폭발…'1794억' 서울시리즈 개막전 투수 5⅓이닝 8K 노히트
[마이데일리 = 박승환 기자] '바람의 손자' 이정후(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와 '이도류' 오타니 쇼헤이(LA 다저스)가 약 1년 만에 같은 그라운드에서 만났다. 그러나 이번 대결에서는 오타니가 활짝 웃었다.
이정후는 13일(이하 한국시각) 미국 애리조나주 글렌데일의 캐멀백랜치에서 열린 2024 메이저리그 시범경기 LA 다저스와 원정 맞대결에 중견수, 1번 타자로 선발 출전해 3타수 무안타를 기록했다.
▲ 선발 라인업
샌프란시스코 : 이정후(중견수)-타이로 에스트라다(2루수)-라몬테 웨이드 주니어(1루수)-맷 채프먼(3루수)-마이크 야스트렘스키(3루수)-패트릭 베일리(포수)-오스틴 슬래터(좌익수)-쓰쓰고 요시토모(지명타자)-닉 아메드(유격수), 선발 투수 블레인 엔로우.
다저스 : 무키 베츠(유격수)-오타니 쇼헤이(지명타자)-프레디 프리먼(1루수)-윌 스미스(포수)-제이슨 헤이워드(우익수)-테오스카 에르난데스(좌익수)-키케 에르난데스(중견수)-미겔 로하스(3루수)-크리스 오키(2루수), 선발 투수 타일러 글래스노우.
▲ 오타니 휴식에 가로막혔던 미니 한일전, 이번엔 아니었다
이정후와 오타니 쇼헤이는 당초 지난 8일 맞대결을 가질 예정이었다. 지난 2023년 3월 10일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B조 조별리그 한일전 이후 약 1년 만에 펼쳐질 전망이었던 한·일 최고의 타자 간의 맞대결. 당시 경기는 한국이 4-13으로 완패를 당했지만, 이정후와 오타니는 나란히 선발 라인업에 이름을 올렸고, 인상적인 활약을 펼쳤다. 이정후는 4타수 2안타 1타점, 오타니는 3타수 2안타 1타점 2득점 1볼넷으로 독보적인 존재감을 뽐냈다.
하지만 이정후와 오타니의 첫 번째 맞대결은 성사되지 않았다. 당시 이틀 연속 선발 라인업에 이름을 올렸던 오타니가 8일 샌프란시스코를 상대로는 경기에 출전하지 않았던 까닭이다. 하지만 이날은 달랐다. 이정후는 어김 없이 리드오프로 출격하게 됐고, 오타니 또한 2번, 지명타자로 선발 라인업에 이름을 올리게 되면서 정말로 1년 만에 '미니 한·일전'이 개최됐다. 그러나 이번 맞대결에서는 모두가 웃을 수는 없었다. 오타니 만이 미소를 지었다.
지난달 28일 시애틀 매리너스를 상대로 데뷔전을 치른 뒤 5일 콜로라도 로키스전까지 5경기 연속 안타 행진을 이어가던 이정후는 진나 10일 오클랜드 어슬레틱스와 맞대결에서 무안타에 머무르며, 좋은 흐름이 무너졌다. 하지만 11일 다시 만난 시애틀을 상대로 안타를 생산했는데, 이날 메이저리그 데뷔 이후 두 번째 무안타 경기를 펼쳤다.
첫 번째 타석에서 이정후는 다저스 선발 타일러 글래스노우와 맞붙었는데, 결과는 만족스럽지 않았다. 이정후는 2B-1S의 유리한 카운트에서 글래스노우의 4구째 스트라이크존 높은 코스에 형성된 공을 힘껏 잡아당겼다. 하지만 타구가 2루수 정면으로 향하면서 땅볼로 물러났다. 두 번째 타석 또한 결과는 마찬가지. 이정후는 신중한 승부를 바탕으로 2B-2S에서 다시 한번 방망이를 내밀었는데, 이번에는 좌익수 뜬공으로 물러났다.
이정후는 결국 세 번째 타석에서도 안타를 생산하지 못했다. 이정후는 0-4로 뒤진 6회초 1사 1루에서 바뀐 투수 라이언 브레이저와 맞붙었는데, 스트라이크존을 벗어나 낮게 떨어지는 변화구에 헛스윙 삼진으로 물러났다. 이정후가 무안타 경기를 기록한 것은 지난 10일 오클랜드전 이후 처음. 이정후의 시즌 타율은 0.368에서 0.318로 하락했다.
반면 오타니는 경기 초반부터 불방망이를 휘둘렀다. 오타니는 1회말 1사 주자 없는 첫 번째 타석에서 샌프란시스코 선발 블레인 엔로우를 상대로 우익수 방면에 안타를 터뜨리며 기분 좋은 스타트를 끊었다. 그리고 3회 1사 1루에서 다시 한번 엔로우와 맞닥뜨렸고, 이번에도 잡아당기는 타격을 통해 우익수 쪽에 안타를 뽑아내며 일찍부터 멀티히트 경기를 완성했다. 아쉬운점이 있었다면, 후속타의 불발로 인해 두 번의 출루 모두 득점으로 연결되지 않았다는 점이었다.
오타니는 5회말 무사 1루의 세 번째 타석에서 처음으로 삼진으로 물러나면서 안타를 뽑아내지 못했으나, 4-0으로 앞선 6회말 2사 1루의 네 번째 타석에서 좌측 담장을 넘어가는 투런포를 작렬시키며 4타수 3안타(1홈런) 2타점 1득점으로 경기를 마무리했다. 이로써 오타니의 시범경기 타율은 0.533에서 0.556으로 상승했다.
▲ 서울시리즈 개막전 출격 앞둔 글래스노우, 기대감 높였다
다저스는 이번 스토브리그의 '주인공'과도 같았다. 오타니와 전세계 프로 스포츠 사상 최대 규모인 10년 7억 달러(약 9202억원)의 계약을 맺은 것에 이어 야마모토 요시노부와도 12년 3억 2500만 달러(약 4272억원)의 초대형 계약을 맺었다. 그러나 다저스의 행보는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다저스는 탬파베이와 트레이드를 통해 타일러 글래스노우를 영입한 뒤 5년 1억 3650만 달러(약 1794억원)의 연장 계약을 체결했다.
야마모토와 글래스노우를 영입하면서 새로운 원·투 펀치를 구성한 다저스는 오는 20~21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리는 '서울시리즈' 개막전에 각각 글래스노우와 야마모토를 선발 투수로 낙점했는데, 글래스노우는 한국행을 앞두고 마지막 등판에서 최고의 투구를 선보였다. 5⅓이닝 동안 투구수 70구, 1볼넷 8탈삼진 무실점으로 '노히트' 투구를 펼쳤다.
압권의 투구였다. 글래스노우는 1회 이정후-에스트라다-웨이드 주니어로 이어지는 샌프란시스코의 상위 타선을 깔끔한 삼자범퇴로 묶어내며 경기를 출발했다. 그리고 2회에는 채프먼-야스트렘스키-베일리를 모두 삼진으로 돌려세우며 탄탄한 투구를 이어갔고, 3회 또한 샌프란시스코 타선을 완벽하게 요리, 샌프란시스코의 타선이 한바퀴가 돈 4회에도 이정후를 비롯해 모든 타자들을 잡아내며 '퍼펙트' 피칭을 선보였다.
이날 글래스노우의 투구에 유일한 흠이 있다면 5회였다. 글래스노우는 선두타자 채프먼을 삼진 처리한 뒤 야스트렘스키에게 볼넷을 내준 것. 하지만 글래스노우는 흔들리지 않았고, 잭슨 리츠와 슬래터를 묶어내며 무결점 투구를 거듭했다. 서울시리즈 개막전이 확정된 가운데 글래스노우는 6회에도 마운드에 섰고, 선두타자 쓰쓰고를 중견수 뜬공으로 잡아낸 후 마운드를 불펜에 넘기고 교체됐다.
글래스노우의 8탈삼진 노히트 투구를 펼친 뒤 교체되자, 캐멀백랜치에는 '기립박수'가 쏟아졌다. 글래스노우의 완벽에 가까운 투구는 '서울시리즈' 개막전의 기대감을 끌어올리기 충분했다.
▲ 경기 중반부터 몰아친 다저스의 무서운 화력
이날 양 팀의 경기는 초반부터 팽팽한 투수전의 흐름으로 진행됐다. 4회까지 양 팀은 단 한 점도 뽑지 못하는 그림이었다. 이런 균형을 먼저 무너뜨린 것은 다저스였다. 다저스는 5회말 선두타자 무키 베츠의 안타로 만들어진 2사 1루에서 윌 스미스가 선제 투런포를 쏘아 올리며 기선제압에 성공했다. 분위기를 타기 시작한 다저스는 후속타자 제이슨 헤이워드가 3루타를 터뜨리며 다시 한번 기회를 손에 넣었고, 이번에는 테오스카 에르난데스가 달아나는 투런홈런을 작렬시켰다.
홈런 두 방으로 경기를 주도하기 시작한 다저스는 다시 한번 달아났다. 이번엔 오타니의 방망이였다. 다저스는 6회말 2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크리스 오키가 안타를 쳐 물고를 텄다. 여기서 오타니가 샌프란시스코의 바뀐 투수 렌든 루프를 상대로 좌측 담장을 넘어가는 2점짜리 아치를 그려내며 간격은 6-0까지 벌어졌다.
샌프란시스코가 추격에 나선 것은 9회였다. 샌프란시스코는 다저스의 실책을 틈타 한 점을 쫓은 뒤 이어지는 2사 만루에서 오토 로페즈의 3타점 2루타로 다저스를 두 점차로 쫓았다. 로페즈의 안타 또한 다저스의 실책에 가까운 플레이. 하지만 이미 넘어간 흐름을 뒤집는 것은 쉽지 않았다. 그 결과 다저스가 홈런 세 방을 앞세워 샌프란시스코를 6-4로 제압, 서울시리즈를 앞두고 마지막 한 경기만 남겨두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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