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사면 못바꾼다”…‘국산차값’ 일본차, 탈수록 돈되는 혼다 하이브리드 [최기성의 허브車]

최기성 매경닷컴 기자(gistar@mk.co.kr) 2024. 3. 13. 0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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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차가 싫어하는 ‘기술의 혼다’
혼다, 겉보다는 ‘속’에 더 공들여
‘완전변경’ 하이브리드로 승부수
신형 CR-V(왼쪽)와 어코드 [사진출처=혼다]
일본 자동차브랜드가 싫어하는 일본차.

혼다를 대표하는 글로벌 베스트셀링카인 어코드와 CR-V다. 이유가 있다. 고장이 잘 나지 않는 튼튼한 내구성 때문이다. 혼다도 솔직히 싫어한다.

고장이 ‘때 맞춰’ 나야 서비스 수익도 늘고, 고장은 바꿀 핑계로 이어져 신차 대차 수요도 늘어나 혼다에 이익인데 돈 벌 기회를 잃게 만들어서다.

“왜 팔았나, 사서 고생하네”라고 자책할 수도 있다.

지난해부터는 적이 더 늘었다. 전기차(EV)다. 충전 고통을 일으키는 전기차의 대안으로 떠오른 하이브리드(HEV)가 혼다의 주력 모델이기 때문이다.

혼다가 싫어하는 혼다車, 이유는
신형 CR-V(왼쪽)와 기존 모델 [사진출처=혼다]
“왜 이렇게 만들어 팔았을까”라며 일본차는 물론 혼다도 싫어하는 혼다차가 나온 이유는 ‘기술력’에 있다.

혼다 창업자인 혼다 소이치로는 이윤보다 기술을 먼저 챙겼다. 이윤을 극대화하기 보다는 기술 개발에 투자해 기술 경쟁력을 높였다.

이윤보다 기술을 우선하는 전략은 세계 최대 자동차 브랜드 격전장인 미국에서 성공한 자동차브랜드로 자리잡게 했다.

기술 개발을 위해 돈이 많이 드는 포뮬러1, 카트레이스, 인디500 등 모터스포츠에도 뛰어들었다. 이 같은 노력으로 그냥 혼다가 아닌 ‘기술의 혼다’가 됐다.

혼다는 눈에 잘 보이지 않는 곳에 오히려 돈을 더 많이 쓰는 브랜드로도 유명하다. 한눈에 차이점을 알 수 있는 겉모습보다는 보이지 않는 속을 알차게 개선하는 데 공들인다.

어코드 신구 모델 비교 [사진출처=혼다]
완전변경(풀체인지) 모델을 내놓을 때도 파격과 혁신보다는 검증된 기존 모델의 디자인을 ‘개선’하는 데 초점을 맞춘다.

‘모노즈쿠리’로 대표되는 일본 제조업 전통과 장인정신의 핵심인 ‘가이센’(改善, KAIZEN)을 중요하게 여겨서다.

그 결과 혼다 차량은 내구성이 좋아 품질로 속 썩이는 일이 적다는 평가를 받게 됐다.

고장없이 너무 오래 타다보니 지겨움이 짜증으로 이어지지만 바꿀 핑계가 없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판매나 애프터서비스 측면에서 혼다에는 손해지만 소비자 입장에서는 ‘속 썩이지 않는 친구’가 된다.

혼다, 올들어 전년동기보다 25.2% 증가
신형 혼다 CR-V 하이브리드 [사진촬영=최기성 매경닷컴 기자]
하이브리드가 주력인 일본차는 전기차 대세와 판매차종 부족으로 2022년까지 어려움을 겪었다. 지난해부터는 반등에 성공했다.

내연기관차와 하이브리드카에 일격을 가했던 전기차가 지난해 비싼 가격, 충전 인프라 부족, 화재와 같은 안전 문제, 보조금 축소 등으로 타격을 입었기 때문이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판매된 일본차는 2만3441대로 전년의 1만6991대보다 38% 증가했다.

신형 어코드 하이브리드 [사진출처=혼다]
다만 판매가 신장한 토요타·렉서스와 달리 혼다는 지난해 주력 차종인 CR-V와 어코드의 신형 모델을 잇달아 내놨지만 투입 시기가 늦어 반등에는 실패했다.

혼다는 지난해 1385대 파는 데 그쳤다. 전년의 3140대보다 55.9% 감소했다.

올들어서는 하이브리드 판매가 더 늘어나면서 일본차는 물론 혼다도 반등에 나서고 있다.

올 1~2월 수입 하이브리드 판매대수는 1만5941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2.9% 증가했다.

같은 기간 수입 전기차 판매대수는 1995대로 전년동기보다 13.7% 늘어났을 뿐이다.

전기차 보조금 확정 문제로 연초마다 판매가 부진하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전년동기에 비해 판매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뜻이다.

일본차 판매도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올 1~2월 일본차 판매대수는 3727대였다. 전년동기보다 판매가 19.8% 늘었다. 혼다도 전년동기보다 25.2% 증가한 288대를 판매했다.

갓성비와 내구성에 평생 못 바꿀 수도
신형 어코드 [사진출처=혼다]
올해 혼다의 믿는 구석은 완전변경된 어코드와 신형 CR-V다. 어코드는 11세대 모델로, CR-V는 6세대 모델로 완전변경됐다.

두 차종은 각각 세단과 SUV에서 내구성을 인정받고 있는 대표 차종이다. 주력 모델은 하이브리드다.

혼다 하이브리드는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품질)를 넘어선 ‘갓성비’(god+가성비)가 장점이다.

하이브리드 장점인 뛰어난 연비, 우수한 내구성에다 현대차와 기아 등 국산 브랜드의 차종과 경쟁할 수 있는 가격 때문이다.

신형 CR-V 엔진룸 [사진출처=혼다]
하이브리드 분야에서 토요타보다 후발주자인 혼다는 장점인 기술력으로 승부수를 던졌다.

‘기술의 혼다’로 불릴 정도로 기술력이 우수한 혼다는 토요타와 같으면서도 다른 감성의 하이브리드 기술을 개발했다.

토요타 하이브리드가 가솔린차 성향을 지녔다면 혼다 하이브리드는 전기차 성향을 지녔다. 엔진이 모터를 거들 뿐이다.

‘기술의 혼다’ 명성에 걸맞게 내구성도 우수하고 잔 고장이 적기로도 유명하다. 속 썩일 일이 적다는 뜻이다.

주유소도 카센터도 싫어한다. “혼다 차량을 가장 싫어하는 곳은 혼다 서비스센터”라는 말이 나올 정도다.

전기차에 더 가까운 혼다 하이브리드
신형 CR-V 하이브리드 [사진촬영=최기성 매경닷컴 기자]
혼다 하이브리드의 핵심은 i-MMD(intelligent Multi-Mode Drive) 기술이다. 엔진보다 모터의 능력을 최대한 활용하는 고효율 시스템을 결합한 게 특징이다.

모터가 주인공으로 엔진은 모터를 보조하는 시스템으로 활용한다는 뜻이다.

유연하면서 민첩한 가속이 가능해 연비뿐 아니라 파워풀한 주행성능을 제공한다. 이 기술로 연비와 힘을 모두 향상시킨 ‘파워풀 하이브리드’로 거듭났다.

혼다는 엔진만으로는 기대할 수 없는 즉각적인 반응 속도, 강인함, 유연함을 발휘하기 위해 2모터 시스템을 독자 개발했다.

최고출력 145마력, 최대토크 18.4kg.m의 높은 효율을 가진 2.0 앳킨슨 싸이클 DOHC i-VTEC 엔진은 2모터 시스템을 보조한다. e-CVT는 전기차 감각의 모터 파워로 드라이빙의 즐거움에 한몫한다.

리튬 이온 배터리도 더 많은 전기를 충전하고, 충·방전 손실을 줄여주도록 개선했다. 배터리 성능 향상에 힘입어 주행 때 엔진 개입 빈도를 효과적으로 줄일 수 있게 됐다.

신형 CR-V 하이브리드 [사진출처=혼다]
혼다 HEV에 장착된 엔진의 주 역할은 발전용 모터를 통해 배터리를 충전하는 것이다.

고속 크루즈와 같은 상황에서는 달라진다. 더 효율적인 주행을 위해 엔진이 직접 개입한다. 콤팩트한 엔진 직결 클러치는 이때 동력을 직접 전달하여 연비를 향상시킨다.

PCU(Power Control Unit)도 혼다 HEV 성능에 기여했다. PCU는 대량의 전력에 따른 2모터의 발열을 효율적으로 제어한다. 혼다는 PCU 성능을 유지하면서 경량화하는 데 성공했다.

혼다 하이브리드는 아직은 디자인과 성능에서 낯선 전기차와 달리 낯익음 속 낯설음을 추구했다. 이질감을 줄이고 신선함을 강화했다.

혼다는 무엇보다 속 썩이지 않는 품질로 유명하다. 한눈에 차이점을 알 수 있는 겉모습보다는 속을 알차게 개선하기 때문이다.

혼다는 이번에 내놓은 어코드와 CR-V 완전변경 모델에서는 겉모습도 개선을 넘어 파격에 가까운 시도를 했다. 속에 공들이는 전통도 포기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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