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건설 울린 통한의 고민지 터치 아웃… 김연경 “피하고 싶어도 피할 수 없는 게 배구… 시즌 뒤 거취는 노코멘트”

남정훈 2024. 3. 13. 0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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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 프로배구 현대건설과 흥국생명의 2023~2024 V리그 6라운드 맞대결이 펼쳐진 12일 수원체육관. 흥국생명이 세트 스코어 1-0으로 앞선 2세트. 22-24에서 현대건설 김다인의 서브가 날카롭게 들어갔고, 이를 받은 박수연의 리시브가 흔들리면서 흥국생명 세터 이원정은 전위에 위치한 김연경에 언더 토스로 오픈 공격을 올려줄 수밖에 없었다. 모마와 양효진의 투 블로킹이 김연경에게 따라붙었고, 김연경은 블로킹 손끝을 보고 밀어때렸다.

그러나 김연경이 때린 공은 블로커 터치 없이 지나갔고, 궤적상 아웃이었다. 그러나 정지윤과 교체되어 후위 세 자리를 소화하기 위해 들어온 고민지는 이 공을 받으려 건드렸고, 그 공은 코트밖으로 나가버렸다. 김연경이 공을 때리는 순간 아웃을 확신했던 고예림과 리베로 김연견은 만세를 불렀지만, 이미 고민지가 공을 건드린 이후였다.

세트를 따낼 수 있는 상황에서 한 점을 내주긴 했지만, 현대건설에겐 아직 1점의 여유가 있었다. 그러나 모마의 오픈 공격이 김수지의 블로킹에 차단당하면서 결국 승부는 듀스에 돌입했다.

1세트도 19-21에서 뒤집어낸 흥국생명의 집중력이 한 수 위였다. 25-25에서 긴 랠리 끝에 모마의 오픈 공격이 아웃되며 흥국생명은 26-25 세트 포인트에 도달했고, 이어 윌로우의 퀵오픈이 수비수 누구도 걷어낼 수 없는 곳에 떨어지며 세트 스코어는 2-0이 됐다.

기세가 오른 흥국생명은 3세트도 15-15에서 순식간에 20-15로 달아났고, 24-20에서 윌로우의 백어택으로 세트 스코어 3-0(25-22 27-25 25-20) 셧아웃 승리를 완성했다. 현대건설로선 고민지의 선택 하나가 두고두고 아쉬움을 남기는 승부였다.

이날 경기는 현대건설이 정규리그 1위를 확정지을 수 있느냐 여부로 큰 관심을 끌었다. 이날 경기 전까지 승점 77(25승9패)로 선두를 달리고 있는 현대건설은 2위 흥국생명(승점 73, 26승8패)을 상대로 승점 3을 챙길 경우 남은 경기 결과에 상관없이 정규리그 1위를 확정할 수 있었다.

그러나 예상 외의 0-3 셧아웃 패배를 당하면서 현대건설은 승점 77(25승10패)에 그대로 머물렀다. 승점 3을 추가한 흥국생명은 승점 76(27승8패)이 됐다. 흥국생명으로선 15일 GS칼텍스전을 먼저 승리한 뒤 16일 페퍼저축은행이 현대건설을 잡아주기를 간절히 기도해야 한다. 여전히 현대건설이 훨씬 유리한 상황이지만, 흥국생명은 자신들의 패배로 현대건설의 정규리그 1위를 확정짓는 최악의 그림만은 피했다.

다만 흥국생명으로선 지난 8일 최하위 페퍼저축은행에 당한 1-3 충격패가 더 아쉬움으로 남았을 법 하다. 스포츠에 만약은 없다지만, 지난 8일 흥국생명이 페퍼저축은행을 상대로 승점 3을 챙기고, 이날 완승이 더 해졌다면 승점 79가 되어 먼저 자력으로 우승을 확정할 수 있는 입장이 될 수도 있었다.

이러한 아쉬움은 승장인 마르첼로 아본단자 감독과 수훈선수로 인터뷰실에 들어선 김연경에게서 진하게 느껴졌다. 아본단자 감독은 “여전히 지난 경기가 생각나서 기분이 썩 좋지만은 않다. 그래도 어쩌겠나. 과거는 바꿀 수 없다. 오늘 밤은 오늘의 승리를 누리겠지만, 아쉬움은 여전히 남아있다”라면서 “V리그에서 이렇게 끝까지 순위 경쟁을 한 적이 있었나 궁금하다. 끝까지 해보겠다”라고 말했다.

아본단자 감독에 이어 인터뷰를 한 김연경도 “지난 페퍼저축은행에게 진 경기를 후회해봤자 소용은 없다. 페퍼저축은행에게 진 뒤 팀 분위기가 너무 좋지 않았다”라면서 “오늘 경기가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패하면 현대건설의 우승이 확정이란 사실을 알고 있었다. 봄배구에서도 만날 수 있는 상대라서 더욱 집중했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김연경은 지난 5일 IBK기업은행전 승리 후 인터뷰에서 “12일 수원체육관의 형광색 코트를 핑크색 물결로 채워주시길 부탁드린다”면서 팬들의 응원을 유도한 바 있다. 오늘 팬들의 응원이 어땠냐는 질문에 그는 “처음엔 많이 안 차더라고요. 퇴근하고 오셔야 해서 그랬는지, 경기 시작 시간 즈음이 되니 다 차더라. 제가 보기엔 저희 팬분들이 더 많아 보였다. 그래서 더 힘이 났다”고 말했다.

2세트 22-24 상황에 대해 물었다. 김연경은 “제가 때리고도 상대 블로커에게 안 맞은 것을 알고 있긴 했다”면서도 “이런 게 배구입니다. 공을 피하고 싶다고 피할 수도 없고, 받으려 해도 잘 안 받아지는 게 배구에요”라고 말하며 씩 웃었다.

김연경이 ‘배구여제’라 불리는 것은 공격만 잘 해서가 아니다. 웬만한 리베로 뺨치는 수비실력을 보여주는 김연경은 이날 리시브 정확 8개와 디그 15개를 쌓으며 V리그 여자부 15번째로 수비 5000개 고지(5009개)를 넘어섰다. 김연경은 “경기 뒤에야 기록을 세웠다는 것을 알았다. 올 시즌 유독 제가 기준기록을 많이 세우는 것 같다. 그만큼 내가 선수 생활을 오래 했다는 거겠죠”라고 답했다.

아직 시즌은 한창 진행 중이고 봄배구도 남아있지만, 올 시즌을 마친 뒤 김연경의 거취는 여자배구 팬들의 가장 큰 관심사 중 하나다. 김연경은 거취에 대해 묻자 “어떻게 할지 고민은 하고 있다. 아직까지는 시즌이 많이 남았으니 노코멘트하겠다”라고 답했다.

수원=남정훈 기자 ch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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