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성은, 한 발자국 더 앞으로[인터뷰]
배우 최성은이 한발자국 앞으로 더 내디뎠다. OTT플랫폼 넷플릭스 영화 ‘로기완’(감독 김희진)으로 현장에 녹아들어가는 법에 대해 다시 한 번 체득했다.
“‘스태프들과 가까워져야지’라고 처음 마음을 먹고 간 현장이었어요. 해외에서 3개월간 같이 있어야 하는 환경이라서 쉽게 해결이 되기도 했고요. 제가 원래 그런 사람은 아니었는데 어느 날 현장을 가는 차 안에서 ‘난 왜 이렇게까지 이 현장을 사랑하는 걸까’ 궁금해질 정도로 좋아지더라고요. 결국엔 사람 덕분이었어요. ‘내가 이 사람들을 내가 좋아하는구나’ 느꼈는데, 그게 제겐 새로웠어요. 이런 마음을 품을 수 있고 발견한 것도 새로웠고요. 이전까진 제가 그만큼 마음을 열려고 못했는데, 지금처럼 조금 더 마음을 열고 솔직하게 소통했다면 어땠을까라는 생각까지 들더라고요. 한살 한살 나이를 먹고 경험하면서 조금씩은 나아가는 느낌이 들어 뿌듯해요.”
최성은은 최근 스포츠경향과 인터뷰에서 ‘로기완’으로 호흡한 송중기에 대한 존경심, 촬영후기, 그리고 자신이 직접 연출한 단편영화 작업으로 넓어진 시야 등에 대하 조곤조곤 들려줬다.
■“송중기, 주변을 설득해내는 힘 있어 배우고 싶었어요”
‘로기완’은 삶의 마지막 희망을 안고 벨기에에 도착한 탈북자 기완(송중기)과 삶의 이유를 잃어버린 여자 마리(최성은)가 서로에게 이끌리듯 빠져드는 이야기를 그린 영화다. 최성은은 엄마의 죽음과 아빠에 대한 분노로 방황하는 ‘마리’를 연기한다.
“전 ‘마리’의 깊이 있는 감정이 이해가 갔어요. 아빠에게 분노하지만, 사실은 자신이 제일 미워서 죄책감을 풀 듯 자신에게 생채기를 내고 싶은 거니까요. 저도 ‘마리’와 비슷한 경험을 한 건 아니지만 그런 감정이 저에게도 분명 자리잡고 있어서 그런지 좀 쉽게 이해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이 작품이 처음 공개되었을 땐 호불호가 강하게 갈렸다. 탈북자 ‘로기완’의 생존기를 다루다가 급격하게 ‘마리’와 러브라인으로 빠지면서 영화적 재미가 반감됐다는 평들도 있었다.
“충분히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해요. 이야기가 급작스럽거나 끊긴다고 하는 평들도 왜 그렇게 느꼈을지 이해가는 것도 있고요. 한편으론 그걸 좋아해주는 사람들도 있기 때문에 사람마다 관점의 차이인 것 같아요.”
함께 출연한 송중기는 앞서 최성은의 집요한 연기력에 대해 칭찬한 바 있다.
“아마도 제가 오랫동안 집요하게 살아왔던 기질 때문에 연기에 있어서도 그렇게 발전된 게 있긴 하지만, 조금 더 말랑말랑하게 접근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하지 않을까 싶어요. 그게 누군가에겐 갖지 못해 부러운 점일 수도 있겠지만, 전 집요한 성격의 장단점을 아니까 칭찬으로만 받아들여질 정도예요. 전 오히려 송중기 선배가 주변을 설득해내는 힘이 있어서 부러워요. 그것 덕분에 제가 자유롭게 연기할 수 있기도 했고요. 그런 단단하고 집요한 선배의 강점을 배우고 싶다는 생각도 했어요.”
■“연출 경험, 배우로서 가졌던 편견 깨졌죠”
그의 시작은 남들과 조금 달랐다. 2019년 영화 ‘시동’에서 주연을 단박에 꿰차면서 충무로 신데렐라로 떠올랐고, 이후 ‘젠틀맨’ ‘십개월의 미래’ 드라마 ‘괴물’ ‘안나라 수마나라’ 등에서 쭉 주인공 자리를 지켜왔다.
“누구나 쉽게 얻을 수 없는 주연을 처음부터 맡았고 지금까지도 좋은 사람들과 일할 수 있다는 게 행복하지만 그래서 또 부담되는 것도 있어요. 그렇다고 해서 처음 작업 시작했을 때와 지금의 제가 크게 다르진 않은 것 같은데, 전 그냥 연기를 더 잘하고 싶은 배우일 뿐이거든요. 좋은 사람들과 계속 작업을 하고 싶고요. 또 제가 주연만 맡는다고 해서 다른 위치에 있다고 생각하진 않아요.”
지난해에는 단편영화도 직접 연출하며 배우로서 충전과 재정비도 함께 했다.
“정말 많은 걸 배웠던 순간이었어요. 카메라 뒤에 서있으면서 가장 크게 느낀 건 ‘배우가 그냥 그곳에 존재만 해도 되는구나’였거든요. 다른 배우가 연기하는 걸 보면서 확 와닿았어요. 이전에 전 그냥 있으면 안 될 것 같고 뭐라도 해야만 할 것 같은 부담과 압박이 있었는데, 그게 아니라는 걸 깨달은 거죠. 그걸 느낀 뒤 만난 작품이 ‘로기완’이었는데, 머리론 알지만 몸으로 해나가기는 쉽지 않더라고요. 하하.”
그동안 처연하거나 숨겨진 사연이 있는 캐릭터들 위주로 연기해왔던 터라 밝고 명랑한 캐릭터도 해보고 싶다는 바람을 내비쳤다.
“실제 성격도 밝은 모습이 없진 않거든요? 주변에선 저보고 웃기다고도 하고요. 그런데 너무 오랫동안 어두운 캐릭터로 살아와서 그런가 이젠 밝은 작품을 하고 싶더라고요. 그럼 제 자신에게도 도움이 될 것 같고요. 어떤 영향을 받을지 느껴보고 싶은 마음이 커요. 제 안의 밝은 면을 꺼내고 싶은 생각이 이제야 좀 들었나봐요.”
이다원 기자 edaon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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