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좁다"…아시아 영토 넓히는 'K-편의점'

정혜인 2024. 3. 13. 06: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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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 관심·경제성장률 높은 국가 공략
유통 노하우·한국 제품 수출 역할

한국 편의점들이 성장 잠재력이 큰 아시아의 신흥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몽골, 베트남 등에 이어 중앙아시아의 카자흐스탄까지 영토를 확장했다. 이들 시장은 성장률이 높지만 아직 유통 인프라가 취약하다. 그런만큼 국내 유통업체들의 노하우를 수출하기에 적절한 시장이다. 이미 한계에 다다른 국내 시장에서 벗어나 해외에서 새로운 기회를 모색하고 있는 셈이다.

중앙아시아로 영토 확장

CU를 운영하는 BGF리테일은 최근 카자흐스탄 최대 도시 알마티에 첫 편의점을 오픈했다. 중앙아시아에 진출한 한국 편의점은 CU가 최초다. 앞서 BGF리테일은 지난해 6월 카자흐스탄 현지 기업인 '신라인'과 마스터 프랜차이즈 계약을 체결했다. 신라인은 고려인 3세 안드레이 신 대표가 운영하는 현지 최대 아이스크림 제조사다. BGF리테일에게 물류센터, 식품 제조센터 등의 유통 인프라와 관련 노하우를 지원 받아 편의점 시장에 진출했다. BGF리테일은 카자흐스탄 최초로 유통사 전용 물류센터도 설립했다.

홍정국 BGF리테일 부회장(왼쪽)과 안드레이 신 신라인(Shin-Line) 대표가 지난 6일 CU 카자흐스탄 1호점 앞에서 열린 오픈식에서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 사진=BGF리테일 제공

BGF리테일은 이달 내로 알마티에 2개 점포를 추가로 열 예정이다. 올해까지 카자흐스탄에 50개 점포를 내고, 5년간 총 500개 이상의 점포를 연다는 목표다. 인접 국가로의 진출도 계획하고 있다.

카자흐스탄은 BGF리테일이 진출한 세 번째 해외 시장이다. BGF리테일은 2018년 처음으로 몽골에 CU 매장을 열며 해외 시장에 뛰어들었다. 현재 몽골에서만 총 382개의 매장을 갖고 있다. 2022년에는 경쟁사인 미국 편의점 서클K의 몽골 현지 점포를 인수하면서 매장 수를 늘렸다. BGF리테일은 2021년에 말레이시아에도 CU 1호점을 열었다. 현재 말레이시아 CU 점포 수는 139개점에 이른다.

베트남·몽골서 자리 잡아

GS25를 운영하는 GS리테일은 베트남과 몽골에 진출해있다. GS리테일은 베트남 손킴 그룹과 손잡고 2018년 1월 호치민에 1호점을 오픈했다. 지난달 말 기준 베트남 내 GS25의 매장 수는 263개다. 매장 수 기준으로 남부 베트남에서 서클K, 패밀리마트(일본) 등 해외 브랜드를 누르고 1위에 올라 있다.

특히 2021년에는 마스터 프랜차이즈 방식이 아닌 직접 가맹점 사업을 전개하며 점포를 본격적으로 늘리기 위한 기반을 마련했다. 한국 편의점 중 해외에서 가맹사업 시작한 것은 GS리테일이 처음이다.

이마트24 말레이시아 매장. / 사진=이마트24

GS리테일 역시 CU와 마찬가지로 현지의 숀콜라이 그룹과 파트너십을 맺고 2021년 몽골 울란바토르에 첫 매장을 열었다. 현재는 몽골 전역에 지난달 말 기준 276개의 매장을 운영 중이다. 올해 초 이미 해외 200호점을 넘어선 GS25는 2025년 1000호점, 2027년 1500호점 돌파를 목표로 하고 있다.

이마트24 역시 2021년 해외 시장에 첫 발을 내디뎠다. 이마트24는 2021년 6월 말레이시아 현지 기업인 유나이티드 프론티어스 홀딩스(United Frontiers Holdings)와 손잡고 해외 1호점을 열었다. 2월 말 기준 말레이시아 내 이마트24 점포 수는 52개점이다. 5년 내에 300개점까지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2022년 말에는 싱가포르에도 진출했다. 현재 3개의 매장을 운영 중이다. 이마트24는 오는 6월 캄보디아 1호점을 오픈할 예정이다. 현지 상황에 맞춰 5년 내에 100개 매장까지 순차적으로 확대해간다는 구상이다.

'한국형' 유통업 수출 

편의점업체들이 해외 시장에 집중하는 것은 국내 편의점 시장이 거의 포화 상태에 다다랐기 때문이다. 국내 편의점 수는 이미 5만개를 넘긴 데다, 근접 출점 금지 문제로 공격적인 확장이 불가능한 상황이다.

이들 업체가 진출한 국가들의 공통점은 1인당 경제소득이 높아지고 있는 반면, 근거리 유통 인프라는 아직 취약하다는 점이다. 국내 편의점들이 마스터 프랜차이즈 형태로 해외에 진출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마스터 프랜차이즈는 프랜차이저가 현지 파트너사에 브랜드 사용 권한과 사업 운영권 등을 주고 로열티를 받는 방식이다. 국내 편의점업체들이 국내에서 쌓은 다양한 유통 노하우와 인프라를 해외에 '수출'하는 것과 비슷하다.

실제로 이번에 CU가 진출한 카자흐스탄의 경우 중앙아시아 5개국 중 구매력 평가 지수(PPP)가 가장 높다. BGF리테일은 "코로나19 이후 카자흐스탄의 유통 채널이 빠르게 소형화 되며 근거리 쇼핑 수요가 크게 증가하고 있다"며 "대형마트에 비해 근거리 소형 유통 채널이 여전히 현대화 되지 못해 한국형 편의점 채널의 수요가 충분하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이마트24가 올해 신규 출점할 캄보디아도 경제성장률이 높다. 이마트24에 따르면 캄보디아의 GDP성장률은 2019년 이전까지 매년 7%대를 기록했다. 올해도 약 6.6%를 달성할 것으로 캄보디아 정부는 전망하고 있다.

국내기업 수출 교두보로

해외 현지 소비자들이 한국 문화와 제품에 대한 관심이 높다는 점도 편의점업체들에게 기회다. 한국 드라마 등이 현지에서 큰 인기를 끌면서 한국 제품에 대한 호감도 높아지는 추세다. 

이에 편의점들은 현지 식품과 함께 한국의 떡볶이, 핫도그, 닭강정 등을 선보이고 있다. GS25는 베트남에서 베트남식 호빵인 반바오와 떡볶이, 도시락 등 한국식 조리식품을 선보이고, CU는 카자흐스탄에서 한국식 핫도그와 중앙아시아 음식 '쌈사'를 판매한다.

사진=세븐일레븐

이들 편의점은 해외에서 다양한 한국 제품을 선보이며 '수출 교두보' 역할도 하고 있다. 이마트24가 말레이시아에서 판매하는 상품의 비중은 현지 상품이 80%, 한국 과자 상품이 20%다. 그러나 한국 과자 상품이 전체 매출의 73%를 차지할 정도로 인기다.

세븐일레븐(코리아세븐)도 한국 상품을 수출해 간접적으로 해외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세븐일레븐은 해외 브랜드가 국내에 진출한 경우이기 때문에 해외 진출이 불가능하다. 대신 세븐일레븐의 해외 네트워크를 활용해 한국 상품을 수출한다. 2015년 말레이시아 세븐일레븐에 1300박스 규모의 PB 과자와 김을 수출한 것을 시작으로, 현재까지 65회에 걸쳐 22만 박스 규모의 수출 실적을 올렸다.

업계 관계자는 "동남아시아와 중앙아시아 시장은 아직 해외 편의점 브랜드들이 완전히 자리를 잡기 전이기 때문에 기회가 있다"며 "현지 소비자들로부터 큰 관심을 받고 있는 한국 문화나 음식 등과 잘 접목하면 현재 진출 국가뿐만 아니라 인접국으로까지 시장을 확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정혜인 (hij@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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