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에 경고 39번→"아직 이르다" 현장 반발, 말 많은 피치클락 지켜봤더니…뜻밖의 결과 '최소 1위 롯데'
[스포티비뉴스=신원철 기자] 롯데 자이언츠, LG 트윈스, 두산 베어스 3개 팀은 시범경기를 치르는 동안 피치클락 위반 경고가 경기당 1.0개 이하인 '모범 사례' 팀이다. 이들 3개 팀만이 아니라 KBO리그 10개 구단 선수 대부분이 이 낯선 규칙에 생각보다 빠르게 적응하고 있다. 경기당 위반 사례가 첫날 7.8회에서 나흘째 2.3회로 줄었다.
KBO는 9일 시범경기 개막과 함께 ABS(자동 투구 판정 시스템)와 함께 '피치클락, 시프트 제한, 베이스 크기 확대'의 메이저리그식 규칙을 도입했다. 단 이 가운데 피치클락은 선수들의 규칙 적응을 돕는 의미에서 당장은 볼카운트 제재 없이 경고만 주고, 견제 제한 등 투구판 이탈 제한 규칙은 적용하지 않기로 했다. 다른 규칙, 규정과 달리 피치클락은 적응할 시간이 더 필요하다는 판단에서다.
그래도 현장에서는 반발하는, 걱정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김태형 감독은 10일 "피치클락(도입)은 조금 빠른 것 같다. 선수들이 경고를 많이 받았다. 물론 준비를 빨리 해야겠지만 혼동이 올 것 같다"라며 "경기 시간을 줄이려고 야구 자체를 많이 바꾸는 것은 좀 아닌 것 같다. 불필요한 것은 조금씩 줄여야 한다. 투수와 포수의 사인이 맞지 않는 것을 어떻게 줄이겠나"라고 말했다.
SSG 이숭용 감독도 "선수들이 경기에 영향이 있을까봐 걱정했다. 선수들이 좀 더 나은 퍼포먼스를 보여주는데 치중해야 하는데 신경이 쓰일 것 같다. 그래서 조금 더 심사숙고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여기에 kt 이강철 감독도 시범경기 초반부터 피치클락에 대한 거부감을 드러내며 '반대파'를 자처했다.
LG 염경엽 감독과 두산 이승엽 감독, 삼성 박진만 감독과 NC 강인권 감독은 공개적으로 찬성표를 던졌다. 강인권 감독은 스프링캠프 기간 메이저리그 시범경기를 지켜본 소감을 전하면서 "개인적인 소견이지만 무조건 해야한다고 생각한다. 정립만 잘 한다면 나쁘지 않을 거고, 시행이 필요하지 않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올 겨울 갑자기 나온 규칙이 아니라, 지난해 감독자 회의부터 얘기됐던 사안이라면서 준비할 시간이 충분했다는 의견도 덧붙였다.
최원호 감독은 피치컴(사인 교환 장비) 동반 도입을 전제로 피치클락 사용에 동의한다고 했다. KBO는 전파인증 작업이 끝나는대로 피치컴 또한 경기에 사용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9일 전국 5개 구장 시범경기에서는 피치클락 위반 경고가 무려 39번이나 나왔다. 그런데 여기서 25번이 타자, 14번이 투수의 위반 사례였다. 투수들은 상대적으로 주자 없을 때 18초-주자 있을 때 23초 내 투구 시작이라는 규칙을 잘 지켜나갔는데 오히려 타자들이 '피치클락이 8초를 표기하기 전 타격 준비를 마쳐야 한다'는 규칙에 애를 먹는 듯했다.
하지만 선수들은 아주 빠르게 적응하고 있었다. 바로 다음날인 10일 열린 5경기에서 피치클락 위반 경고는 20번으로 줄었다. 투수들의 위반 사례는 8번(6명)이었다. 수원구장에서 열린 LG 트윈스와 kt 위즈의 경기에서는 타자만 두 차례 경고를 받았다.
11일에는 5경기에서 13회로 더 줄어들었다. 창원NC파크에서 열린 키움 히어로즈와 NC 다이노스의 경기에서는 올 시즌 시범경기에서 처음으로 피치클락 경고가 나오지 않았다. 12일에는 노게임이 된 두산-롯데전을 제외하고 4경기에서 9번의 경고가 나왔다.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LG와 삼성 라이온즈의 경기는 피치클락 위반이 없었다.
#12일까지 피치클락 위반 경고
9일 39회→10일 20회→11일 13회→12일 9회
경기당 7.8회→4.0회→2.6회→2.3회
최소 1위 LG 두산 롯데…LG는 경기당 1.0회 미만
LG 4경기 3회(타2, 투1)
두산 3경기 3회(타2, 투1)
롯데 3경기 3회(타3, 투0)
삼성 4경기 5회(타4, 투1)
한화 4경기 8회(타4, 투4)
kt 4경기 10회(타5, 투5)
SSG 4경기 12회(타5, 투7)
NC 4경기 12회(타10, 투2)
KIA 4경기 12회(타5, 투7)
키움 4경기 13회(타5, 투8)
이미 메이저리그에서 프로야구 선수들은 새로운 규칙에 아주 빠르게 적응한다는 사실이 입증됐다. 지난해 3, 4월 열린 메이저리그 425경기에서 피치클락 위반은 모두 306번 나왔다(투수 210회, 타자 96회, 경기당 0.72회). 9월과 10월 422경기에서는 단 106번(투수 79회, 타자 27회, 경기당 0.25회)으로 시즌 초반의 3분의 1 수준로 줄어들었다.
피치클락 위반이 나타나지 않은 경기는 전체 경기의 66%였다. 후반기에는 74%로 피치클락 위반 없는 경기가 있는 경기보다 3배나 많았다. 100구 이상의 투구를 던진 투수 가운데 49%, 100구 이상 상대한 타자 가운데 68%는 시즌 내내 단 한 번도 피치클락을 위반하지 않았다. 비록 시범운영이지만 KBO리그 선수들도 새 규칙을 받아들이려 노력하고 있다. 피치클락 위반 경고는 9일 하루에만 39회-경기당 7.8회였다가, 12일에는 9회-경기당 2.3회로 떨어졌다.
KBO도 현장의 의견을 적극 수용하며 피치클락 도입 연착륙을 유도하고 있다. 12일 경기에서는 투수들의 피치클락 위반이 눈에 보여도 곧바로 경고를 주지 않는 장면이 나왔다. 대신 투구가 끝난 뒤 주심이 제자리에서 구두로 경고를 주고, 기록원 측에 경고 사실을 전달했다. 11일까지는 투수가 투구 동작에 들어갔어도 주심이 경고를 먼저 알렸다. 투수들이 투구 동작을 갑자기 멈추는 경우도 더러 있었다.
KBO 오석환 심판위원장은 12일 "심판들이 경기 운영을 하다 보니 투수가 와인드업에 들어간 뒤에 경고를 주면 부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판단했다. 그래서 경고 시기는 완화를 하려고 한다. 오늘부터 그렇게 했다"고 설명했다.
오석환 위원장은 또 "현장의 감독들이 문제제기를 하시는데 피치클락은 규제를 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시간 단축, 역동적인 경기를 만들기 위한 것이다. 지금은 제재가 있는 것이 아니고 (피치클락 규칙을)인지를 시켜주기 위해 경고는 준다. 정규시즌에서는 제스처가 크게 이뤄지지는 않고 구두로 전달하는 선에서 경고가 주어질 것 같다"고 말했다.
대만도 피치컴-피치클락 도입…국제표준 가능성도
지금은 피치클락을 전면 도입한 곳이 메이저리그와 마이너리그 뿐이지만, 앞으로는 점점 더 많은 리그에서 '스피드업'과 '박진감 있는 경기'를 위해 경기 시간을 줄일 다양할 방안을 도입할 가능성이 크다.
대만 프로야구(CPBL)은 이미 피치컴 사용을 전제로 한 피치클락 도입에 나섰다. 일본 프로야구는 규칙으로 제한할 만큼 투구 사이 시간이 길지 않았다고 보고 대신 사문화했던 타석 사이 30초룰을 확실히 지키도록 했다.
김윤석 전 중화권 전력분석원에 따르면 대만 프로야구(CPBL)는 올해부터 주자 없을 때 18초, 주자 있을 때 23초의 투구 시간 제한을 두고 피치컴을 도입할 예정이다. 메이저리그식 투구판 이탈 제한 규칙은 수정을 거쳐 도입한다. 메이저리그처럼 보크로 처리하지 않고 첫 번째 위반시 경고, 두 번째 위반시 자동 볼이 주어진다. 또한 향후 전자 스트라이크존(한국의 ABS 같은) 역시 도입을 추진하기로 했다. ABS도, 피치클락도 세계적인 추세가 될 가능성이 크다.
일본 프로야구는 메이저리그식 피치클락에 대해 "과거 5년간 일본 프로야구에서 투구 간격은 메이저리그의 기준을 거의 충족하고 있다"며 당장은 규칙까지 바꾸지는 않을 뜻을 밝혔다. 대신 사문화한 규정인 타석간 30초룰을 철저히 준수하기로 했다. 지난해 타석당 평균 시간은 36.9초였다고. 경기당 약 55타석을 7초 줄이면 경기 시간이 6~7분 단축될 수 있다. 2023년 일본 프로야구 평균 경기 시간은 3시간 7분이었다. 타석 사이 시간을 줄이는 것만으로도 2시간대에 진입할 수 있다.
한편 KBO리그는 지난해 9이닝 평균 경기 시간이 3시간 12분이었다. 1998년 2시간 59분이었던 평균 경기 시간은 1999년 3시간 7분 이후 한 번도 2시간대로 돌아가지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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